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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기준치 이상으로 광범위한 곳에서 검출됐지만 오염 원인이 뚜렷히 밝혀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군과 도 교육청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지난 24일 충남대학교 토양환경분석센터는 태안교육지원청에서 A초등학교 B분교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아이들 운동장에서 1급 발암물질 검출, 오염 면적도 광범위
  
태안교육지원청 장학사가 그동안의 추진경과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 그동안의 추진경과를 보고하는 태안교육지원청 장학사 태안교육지원청 장학사가 그동안의 추진경과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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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충청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이 태안군·보령시·당진시·서천군의 석탄화력발전소 주변 5km 내에 위치한 9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초등학교 B분교에서만 기준치 이상의 비소가 검출돼 정밀검사를 실시한 것이다.

정밀검사 결과, 1급 발암물질에 해당하는 비소가 기준치(25mg/kg)의 10배가 넘는 수준(255.1mg/kg)으로 검출됐다. 이는 대책기준치(75mg/kg)보다도 3배 이상 초과한 수치다. 

오염 면적도 광범위했다. 오염 깊이 0~1m에서는 분교 전체 면적에 해당하는 7018.08㎡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토량이 확인됐다. 1~2m 깊이에서는 6826.11㎡가, 2~3m 깊이에서는 5895.19㎡가 오염된 상태였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모델링을 한 결과, 표토에서 3m 깊이까지, 수분 포함 총 3만4299톤의 토양을 정화해야 한다고 나왔다. 태안교육지원청은 약 9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B분교 내 2곳에서 채취한 지하수 시료에서는 다행히 비소가 검출되지 않았다.

조사를 맡은 충남대학교 토양환경분석센터의 이교석 교수는 "토양정밀조사 결과, 대상 부지 내 비소 농도가 토양오염대책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돼 오염의 추가 확산과 외부전이를 막기 위해 긴급한 복원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어 오염 토양을 굴착하여 반입정화시설로 반출한 후 토양세척법이나 동전기법, 열탈착법으로 정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교석 교수는 A초등학교 B분교에 대한 토양 정밀조사결과를 보고하면서 오염원인을 지형적 고유 특성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 토양정밀검사 결과를 보고하는 이교석 교수 이교석 교수는 A초등학교 B분교에 대한 토양 정밀조사결과를 보고하면서 오염원인을 지형적 고유 특성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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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오염 원인에 대해선 '지형적 고유 특성으로 추정한다'라고만 결론 맺었다. 정밀조사 결과 보고회 자리에서 인근 태안화력발전소를 원인으로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충남대학교 토양환경분석센터 측은 '확인해보지 않아 장담할 수 없다'고 답했다.
 
"비소(As)는 화석연료에서 많이 나온다는데 맞나?"(B분교 학부모)

"석탄에서는 많이 나온다. 화력발전소에서는 소각하고 재가 나오는데 반출할 때 얼마나 제거하는지는 확인을 안해봤다. 장담은 못하지만 석탄 자체에는 비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이교석 충남대학교 토양환경분석센터 교수)


본교에 임시교실 마련했지만... "엉망"

태안교육지원청은 지난 7월 10일 비소 검출 결과가 통보되자 발빠르게 움직였다. 즉시 운동장 사용을 제한하고 이틀 후엔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이후 토양 정밀조사 용역을 의뢰했다.

지난달 20일에는 학부모 투표를 통해 본교인 A초등학교로의 이동수업을 결정, 같은 달 30일부터 실시했다. 또한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본교에 리모델링한 교실을 마련하고 통학 차량을 지원했으며 재학생 및 졸업생, 교원에 대한 정밀 건강 검진을 도 교육청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동수업 한달여가 지나면서 학부모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학부모 최아무개씨는 이날 보고회 자리에서 "교육청에서는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하는데 학교에 가보니 엉망이었다"면서 "스쿨버스 또한 등교시에만 지원되다보니 아이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상황을 '재난'이라고 표현하며 더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최씨는 "강원도에 난 산불은 눈에 보이는 재난이라 신속하게 집이 지어지고 생필품이 지원됐지만 이번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재난이라 그런지 태안군이나 교육청에서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소는 1급 발암물질로 보이지 않는 암덩어리다. 분진을 타고 날아간다면 태안도 안전할 수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결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들이 몸만 본교로 온 상황인데, 분교만큼 (임시교실) 시설이 잘 갖춰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놀 공간도 없고 아이들에게 갖춰져야 할 교육환경이 절반도 안 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도 눈치를 보면 아이들은 더 눈치를 보게 된다. 10월 30일까지 머물기로 했는데, 차후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도 말도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에 A초등학교 교장은 "아침에만 스쿨버스가 지원되는데 스쿨버스가 구하기 어려워 아침에만 운행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스쿨버스 한 대를 온전히 분교 아이들을 위해 운행하도록 할 것이며, 교육과정도 분교장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밀 조사 주변 지역으로 확대해야" 
 
24일 오후 태안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는 비소가 검출된 A초등학교 B 분교에 대한 정밀조사가 결과 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학부모를 비롯해 정치인, 교육계 관계자, 태안군 등이 참석해 대책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 비소가 기준치 10배 이상 검출된 A초등학교 B분교 정밀조사 결과 보고회 현장 24일 오후 태안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는 비소가 검출된 A초등학교 B 분교에 대한 정밀조사가 결과 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학부모를 비롯해 정치인, 교육계 관계자, 태안군 등이 참석해 대책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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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에 국한돼 실시된 이번 정밀조사를 주변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밀조사 결과 보고 후에 이어진 토론회에서 홍재표 충남도의회 부의장은 "이번 정밀조사결과가 학교에 한정해 이뤄진 것인데,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도 조사하고, 조사결과에 따른 안전대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사에서 비소가 기준치 10배 이상 검출된 것은 상당히 놀랍고 당황스러운 일인데, 해당 학교의 운동장을 치환(복토)한 사실도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함께 고민해서 차분하게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확인 결과, B분교 운동장은 개교 이래 복토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발암물질, #비소검출, #충남대학교 토양환경분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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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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