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 성공하는 손흥민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팀의 3번째 골을 성공시키는 손흥민(27·토트넘, 가운데).

▲ 슛 성공하는 손흥민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팀의 3번째 골을 성공시키는 손흥민(27·토트넘, 가운데). ⓒ AP-연합뉴스

 
10월 중 3게임을 통해 무려 11골(게임당 3.7골 실점)이나 내주며 단 한 게임도 이기지 못한 팀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우선 수비 안정화가 급선무였다. 그래서 손흥민도 라인을 높은 곳까지 올려서 공격만 주력하기보다는 뒤로 바짝 내려서서 수비 가담을 어느 게임보다 적극 해줘야 했다. 이렇게 폭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도 그는 놀라운 득점 감각을 뽐냈다. 어려운 하프 발리 골도 모자라 섬세한 인사이드 킥까지 완벽하게 성공시킨 것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FC(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23일 오전 4시 런던에 있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2020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B조 FK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홈 게임에서 손흥민의 멀티 골 활약에 힘입어 5-0으로 대승을 거두고 10월 첫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위기의 토트넘, 손흥민이 구하다

아직 시즌 초반부라고 하지만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라는 빛나는 성과를 올린 토트넘 홋스퍼는 분명히 흔들렸다. 챔피언스리그 일정으로 시작한 10월 첫 게임부터 바이에른 뮌헨에게 2-7로 크게 졌으니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유럽의 전통 강팀에게 패할 수는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강팀이라고 하기에 곤란한 브라이튼&호브 알비온과의 어웨이 게임에서도 0-3으로 완패했고, 왓포드와의 홈 게임도 1-1로 무기력하게 비긴 것이다.

그래서 토트넘으로서는 이 게임을 다시 일어설 계기로 삼아야 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9분 만에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로 해리 케인의 헤더 골이 터졌다. 

정말로 토트넘 홋스퍼를 일으킨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선수들 자신이나 팬들 모두에게 다시 강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누구도 변명할 수 없는 추가골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16분, 첫 골을 코너킥으로 도운 에릭 라멜라가 다시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고 돌아서서 반대쪽을 바라보면서 포물선 크로스를 올려주었다. 라멜라와 눈이 맞은 동료는 바로 손흥민이었다. 반대편 넓은 공간에서 달려든 손흥민은 크로스가 그라운드에 닿는 순간을 노려 기막힌 왼발 하프 발리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누가 봐도 과정부터 결과까지 시원한 축구의 명장면이었다.

121골, 차범근과 어깨를 나란히

전반전에 2-0 점수판을 만든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은 일단 한숨을 돌린 듯 차분하게 게임을 조율해 나갔다. 점수차가 벌어진다고 해서 상대를 우습게 봤다가는 가뜩이나 허술해진 수비벽이 언제 다시 와르르 무너질 것인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무사 시소코와 탕귀 은돔벨레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토트넘으로서는 측면에서 쉽게 크로스를 허용하는 것을 틀어막는 것이 1차 수비 목표였다. 그래서 손흥민과 에릭 라멜라가 양 측면 수비 가담을 위해 더 많이 뛰어다녀야 했다. 

한국 대표팀에서 맡은 역할만큼이나 부담스러운 손흥민이었지만 역습 스피드와 효율성은 그를 따라올 선수가 없었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 44분에 멋진 역습 쐐기골이 그의 발끝에서 나온 것이다. 탕귀 은돔벨레의 가로채기 후 역습 패스가 손흥민이 원하는 앞 공간으로 깔려왔고 손흥민은 이 공을 받은 뒤 침착하게 왼발 인사이드 슛으로 점수판을 3-0으로 만들었다. 

상대 골키퍼 밀란 보르얀이 각도를 줄이며 앞으로 나왔기 때문에 결코 쉬운 슛 각도는 아니었지만 손흥민의 왼발 인사이드 킥은 어느 때보다 섬세하게 왼쪽 기둥 바로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유럽 무대에 올라서서 121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 숫자는 한국 축구 불멸의 레전드 차범근이 쏘아올린 유럽 무대 득점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었다. 다음 게임부터 손흥민이 터뜨리는 골은 그것 하나마다 새로운 역사가 되는 셈이다.

토트넘으로서는 강팀 리버풀 FC와 겨루는 프리미어리그 다음 일정을 고려하여 손흥민을 가장 먼저(68분) 벤치로 불러들이며 쉬게 했다. 그 사이에 토트넘은 에릭 라멜라의 왼발 추가골(57분)과 해리 케인의 감각적인 오른발 쐐기골(72분)을 모아 5-0 멋진 승리 공식을 완성시켰다.

이제 토트넘 홋스퍼는 오는 28일(월) 오전 1시 30분 안필드로 찾아가서 리버풀 FC와의 프리미어리그 어웨이 게임을 펼치게 된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버금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빅 게임이기에 수많은 축구팬들의 심장이 일요일 늦은 밤을 기다리고 있다.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결과(23일 오전 4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O 토트넘 홋스퍼 5-0 츠르베나 즈베즈다 [득점 : 해리 케인(9분,도움-에릭 라멜라), 손흥민(16분,도움-에릭 라멜라), 손흥민(44분,도움-탕귀 은돔벨레), 에릭 라멜라(57분,도움-세르주 오리에), 해리 케인(72분,도움-탕귀 은돔벨레)]

O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
FW : 해리 케인
AMF : 손흥민(68분↔에릭 다이어), 델리 알리(79분↔지오바니 로 셀소), 에릭 라멜라
DMF : 무사 시소코, 은돔벨레
DF : 벤 데이비스, 얀 베르통언(74분↔후안 포이스), 다빈손 산체스, 세르주 오리에
GK : 파울로 가자니아

O FK 츠르베나 즈베즈다 선수들
FW : 토마네(62분↔밀란 파브코프)
AMF : 반 라 파라(82분↔알렉사 부카노비치), 마르코 마린, 마테오 가르시아
DMF : 밀로스 뷸리치, 호세 카냐스(62분↔네고시 페트로비치)
DF : 밀란 로디치, 네마냐 밀루노비치, 밀로스 데게넥, 마르코 고벨리치
GK : 밀란 보르얀

O B조 현재 순위
FC 바이에른 뮌헨(독일) 9점 3승 13득점 4실점 +9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4점 1승 1무 1패 9득점 9실점 0
FK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 3점 1승 2패 3득점 9실점 -6
올림피아코스 FC(그리스) 1점 1무 2패 5득점 8실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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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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