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영된 MBC < 나혼자산다 >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나혼자산다 >의 한 장면 ⓒ MBC

 
2019년 MBC 최고 인기예능을 묻는다면 대다수 시청자들의 입에선 이견없이 <나 혼자 산다>가 거론될 것이다. 지상파, 케이블 할 것 없이 대다수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면에서 고전하는 요즘 <나 혼자 산다> 만큼은 예외였다. 꾸준한 화제몰이 속에 금요일 밤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 <나 혼자 산다>에서도 예전만큼의 활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재미의 상당 분량을 책임지던 전현무, 한혜진이 빠지면서 프로그램의 균형은 한순간에 어긋나고 말았다. 박나래를 비롯해 일명 4얼(기안84, 이시언, 헨리, 성훈) 등 남은 고정 출연자들의 고군분투로 빈자리를 메웠지만 왠지 모를 허전함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한혜진의 깜짝 복귀와 더불어 한동안 정체되던 방송의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리고 최근 '무지개 라이브' 코너에 출연한 록커 이성우(노브레인), 방송인 허지웅의 일상은 그동안 소개되던 <나 혼자 산다> 속 연예인들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시청자들 공감 얻은 '투병' 허지웅의 일상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나혼자산다 >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나혼자산다 >의 한 장면 ⓒ MBC

 
지난 18일 방영된 <나 혼자 산다>에서 화제가 된 건 허지웅의 등장이었다. 활발한 방송, 집필 활동을 이어오던 어느날 혈액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에 돌입했던 터라 보는 이들의 입장에선 반가움과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꾸준히 5년가량 계속 검사해야하지만 다행히 지난 9월말 진행된 검진 결과에선 각종 수치가 좋게 나타나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꾸준히 운동과 요가를 하면서 몸 관리에 전념한 그는 그간의 투병 생활에 대해 덤덤히 이야기 하며 달라진 모습도 함께 선사했다. 과거 직설적이면서 날카로운 화법으로 인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던 허지웅이었지만, 이날 만큼은 예전의 그와는 사뭇 달랐다.   

"혼자 살아 버릇해서 혼자 해낸다는 게 자부심이고 자산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이야기를 꺼낸 허지웅은 "그런데 그게 전혀 아니었다. 남한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건 용기이자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조건인 것 같다"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이를 계기로 한동안 <나 혼자 산다>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공감'이라는 단어가 오랜만에 화면을 가득 채웠다. 

러블리즈 광팬... 반전 매력 선사한 이성우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나혼자산다 >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나혼자산다 >의 한 장면 ⓒ MBC

 
반면 2주에 걸쳐 출연한 이성우는 평소 펑크 록으로 대표되는 거친 이미지와는 상반된 생활을 공개하며 흥미와 재미를 선사했다. 그는 오랜 자취 생활로 터득한 요리 솜씨를 발휘하는가 하면 비활동기 동안 두 마리 반려견을 키우면서 동네 주민들과도 살갑게 지내는 의외의 면모를 드러냈다.

특히 걸그룹 러블리즈에 대한 애정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면서 반전매력 또한 선사했다. 잘 알려진 대로 러블리즈 공식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이미 광팬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화면 속 이성우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것 이상이었다.

강아지들 산책을 핑계 삼아 집 근처 러블리즈 소속사 앞을 찾아가는가 하면 '아츄 특공대'라고 불리는 동료들과 함께 러블리즈 무대영상을 함께 감상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지난 2017년 MBC 가요대제전 무대를 통해 러블리즈+노브레인 합동 무대를 꾸밀 만큼 남다른 팬심을 드러냈던 이성우는 이날 만큼은 '성덕'(성공한 덕후)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삼촌팬 중 한'명이었다.

한동안 잃었던 활력... 재도약의 기회 마련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나혼자산다 >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나혼자산다 >의 한 장면 ⓒ MBC

 
최근 <나 혼자 산다>에서 예전과 달리 활력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 앞서 언급했듯이 고정 출연진들의 공백 문제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더불어 평상시 일상이라기 보단 프로그램을 위해 인위적으로 연출한 듯한 내용을 방송해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종합 버라이어티 예능 특유의 출연자 캐릭터 부여 등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든 <나 혼자 산다>였지만, 언제부터인가 출연진들을 모아 여행을 떠나는 식의 왁자지껄한 구성이 빈번하게 반복됐다. '무지개라이브' 속 몇 몇 연예인들의 마치 급조한 듯한 이야기는 억지로 내용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는 지적을 불러 일으켰다. 

방영 초창기 중심을 차지했던, 마치 날것에 가까운 자취 생활 소개는 거의 사라지고 출연진의 개인기에 의존하면서 자칫 방향성을 상실하는 것 같던 프로그램에 대한 일부 보수가 필요해 보였다. 이런 상황에 때마침 허지웅, 이성우가 등장했고,  <나 혼자 산다>는 모처럼 제목에 걸맞은 내용들을 방송에 녹여냈다.  

연예계 속 화려한 볼거리 대신 솔직담백한 자신의 투병기를 담아내는가 하면  운전면허 없이 버스 타고 다니지만 마음만은 스포츠카 탄 것 이상의 재미와 즐거움을 만끽하는 두 사람의 생활은 <나 혼자 산다>가 방송에 담아야할 주된 내용은 무엇이어야 할까, 되돌아보게 만든다.  

시청자들이 이 프로에 기대하는 것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자연스런 일상의 이야기가 지닌 힘을 믿는다면 <나 혼자 산다>는 충분히 분위기 쇄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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