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형 레프트' 켈시 로빈슨(188cm)... 2019 월드컵 미국-대한민국 경기 모습 (2019.9.29)

'완성형 레프트' 켈시 로빈슨(188cm)... 2019 월드컵 미국-대한민국 경기 모습 (2019.9.29) ⓒ 국제배구연맹

 
예고된 친정 팀과 혈투. 김연경과 소속팀 에자즈바쉬의 우승 행보에 페네르바체가 최대 강적으로 떠올랐다.

에자즈바쉬는 올 시즌 터키 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핵심 목표다. 일단 터키 리그에서는 순항하고 있다.

2019-2020 시즌 터키 리그 정규리그가 지난 12일 개막한 가운데, 에자즈바쉬는 17일 새벽(아래 한국시간) 닐뤼페르를 세트 스코어 3-1로 꺾고 2연승을 거두었다. 현재 터키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에서 17득점을 올리며 승리에 기여했다.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 라운드는 11월 19일부터 시작한다.

에자즈바쉬는 레프트 김연경, 나탈리아, 라이트 보스코비치로 구성된 '세계 최강의 공격 삼각편대'를 앞세워 터키 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그러나 목표 달성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터키 리그 페네르바체, 이탈리아 리그 이모코, 스칸디치 등 강적들이 초호화 멤버를 구성하면서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페네르바체가 터키 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모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김연경에게 페네르바체는 말 그대로 친정이자 제2의 고향이다. 자신의 선수 생활 중 가장 화려했던 시기를 함께 했다. 김연경은 2011-2012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6년 동안 페네르바체에서 주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사실상 팀의 기둥이었다.

그가 남긴 업적도 대단했다. 터키 리그 우승 2회(2014-2015, 2016-2017), 터키컵 우승 2회(2014-2015, 2016-2017),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2011-2012), 유럽배구연맹(CEV)컵 우승 1회(2013-2014)를 달성했다. 또한 터키 리그, 터키컵, 유럽 챔피언스리그, CEV컵 대회에서 모두 득점왕과 MVP를 수상한 바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대한민국을 4강에 올려놓고 MVP를 수상한 것도 페네르바체 시절이었다.

김연경 맹활약에 눈물 페네르바체... 올시즌 '확 달라졌다'

김연경이 지난 시즌 에자즈바쉬에 입단하면서 페네르바체는 이제 라이벌 팀이 됐다. 지난 시즌에는 페네르바체가 김연경 때문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페네르바체 구단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세계 정상급 주전 멤버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살상가상으로 김연경이 페네르바체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페네르바체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에자즈바쉬에게 2전 전패를 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1차전에서 김연경은 결정적인 순간에 득점을 내주며 팀 승리를 주도했다. 공격뿐만 아니라, 서브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했다.

올해 3월 열린 터키 컵 결승전에서도 사실상 김연경 때문에 우승을 놓쳤다. 모타 에자즈바쉬 감독은 결승전임에도 1세트에서 김연경을 제외시켰다. 그러자 페네르바체는 우세한 경기력으로 1세트를 따내며 에자즈바쉬를 몰아붙였다. 상황이 불안해지자 모타 감독은 2세트 중반 김연경을 투입했다. 이후 경기 흐름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김연경은 공격과 수비 모두 눈부신 활약을 했고, 팀을 역전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올 시즌 페네르바체는 에자즈바쉬를 가장 괴롭힐 최대 강적으로 떠올랐다. 보강이 필요했던 포지션에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전 포지션이 균형이 잘 잡혔다. 터키 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보강 필요했던 포지션, 세계 정상급 영입 '완벽 보완'
 
 브란키차(190cm), 2018 세계선수권 세르비아-독일 경기 모습 (2018.10.8)

브란키차(190cm), 2018 세계선수권 세르비아-독일 경기 모습 (2018.10.8) ⓒ 국제배구연맹

 
페네르바체는 올 시즌 선수 구성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7명의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7명의 새로운 선수가 영입됐다. 핵심은 보강이 필요했던 포지션마다 최적임자를 영입해 채웠다는 점이다.

페네르바체의 현재 등록 선수는 총 16명이다.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레프트는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28세·190cm), 로빈슨(27세·188cm), 파트마(29세·180cm), 담라(25세·181cm), 이파르(16세·188cm)가 포진했다. 라이트는 바르가스(20세·191cm), 제렌(26세·193cm)이 나선다.

센터는 에다(32세·188cm), 바하르 톡소이 구이데티(31세·190cm), 디즐레(27세·191cm), 벨리즈(21세·195cm)로 구성됐다. 세터는 나즈(29세·186cm), 실라(23세·185cm), 릴라(17세·186cm), 리베로는 아일린(24세·169cm), 멜리스(22세·167cm)가 맡는다. 이파르는 2003년생, 릴라는 2002년생에 불과한 신인 선수다.

외국인 선수는 브란키차(세르비아), 로빈슨(미국), 바르가스(쿠바)로 3명이다. 이는 터키 리그에서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를 매 경기 풀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 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 규정이 있다. 외국인 선수가 경기 중 코트에 동시에 3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반면 에자즈바쉬는 감제(터키) 세터가 부진해 로이드(미국) 세터가 들어갈 경우, 김연경(대한민국)-보스코비치(세르비아)-나탈리아(브라질)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 중 한 명을 빼내야 한다. 이는 가장 큰 전력 손실 요인이다. 터키 리그 챔피언결정전이나 터키 컵 결승전 등 중요한 경기에서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는 로이드 세터와 공격 삼각편대를 모두 동시에 가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막강해진 공격 삼각편대... '터키 리그 풀가동' 강점

올 시즌 페네르바체가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어느 강팀 못지않은 막강한 공격 삼각편대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브란키차-로빈슨-바르가스로 구성된 공격 삼각편대는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잘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란키차는 공격력과 서브가 강하다. 세르비아는 2018 세계선수권과 2019 유럽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중국과 함께 여자배구 세계 최강으로 올라섰다. 여기에는 브란키차의 기량이 급상승한 점도 큰 역할을 했다. 브란키차는 국내 배구팬과 김연경과도 친숙한 선수다. 2011~2012시즌 V리그 중간에 현대건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돼 활약했었다. 2015-2016시즌에는 터키 리그 페네르바체에서 김연경과 팀 동료로 뛰었다.

로빈슨은 공격과 수비력을 모두 갖춘 '완성형 레프트'다. 2018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의 주전 리베로로 뛸 정도로 수비력이 좋다. 공격력도 지난 시즌 바크프방크가 에자즈바쉬를 꺾고 2년 연속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2019 월드컵 대회에서도 미국 대표팀의 붙박이 주전 레프트로 활약했다.

라이트는 바르가스가 1999년생임에도 강력한 공격 파워로 뛰어난 득점력을 발휘한다. 바르가스는 지난 시즌 터키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센터진도 에다와 톡소이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 터키 대표팀에서 나즈 세터와 손발을 맞춰왔다. 톡소이는 최근 터키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지만, 에다는 여전히 주전 센터로 맹활약하고 있다.

세터는 터키 대표팀 주전 세터인 나즈가 8년 만에 다시 페네르바체로 복귀했다. 리베로도 올해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 유럽선수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모두 터키 대표팀으로 출전했던 아일린을 영입했다.

그러면서 페네르바체는 전 포지션에 걸쳐 지난 시즌보다 전력을 한 단계씩 끌어 올렸다. 페네르바체는 현재 터키 리그에서 로빈슨, 바르가스가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2연승을 거두었다.

최대 재벌 오너, 회장 취임... 김연경 체불 연봉도 '지급 완료'

페네르바체가 올해 공격적인 투자와 영입을 통해 호화 군단을 구성한 데는 구단의 재정 상황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특히 페네르바체 스포츠 클럽의 총사령탑인 '회장'이 바뀐 점이 핵심 요인이다.

페네르바체 스포츠 클럽은 지난해 6월 새 회장으로 알리 코츠(Ali Koç)를 선임했다. 알리 코츠는 터키 최대 재벌 대기업인 코츠(Koç) 그룹의 오너 일가 아들이다.

알리 코츠 체제가 들어선 이후, 코츠 그룹 계열사이자 석유 대기업인 오페트(Opet)가 페네르바체 여자배구단의 스폰서를 맡았다. 그러면서 재정적인 상황이 개선됐고, 이를 바탕으로 스타 선수 영입에 적극 나서면서 호화 군단을 완성했다.

페네르바체 구단은 지난해 여름 김연경 선수에게도 그동안 체불됐던 연봉을 모두 지급 완료했다. 페네르바체 새 회장인 알리 코츠는 김연경과도 잘 아는 사이다. 2012년 국내 구단과 이적 분쟁이 발생할 당시 김연경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

알리 코츠 회장은 201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때도 개인 자가용 비행기로 원정 응원을 갈 정도로 여자배구에 관심이 높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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