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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갈현동 길마공원 맞은편에는 올해로 10살이 된 청소년 도서관이자 학교 밖 징검다리 거점공간 '작공'이 있다. 작공의 시작은 밥이고 지금도 밥이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몰려다니며 담배를 피우고, 절도, 폭행 등의 사고를 치고 경찰에 쫓기던 아이들에게 '최소한 밥은 먹여야 되지 않겠나, 저렇게 쫓기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정도는 물어봐 줄 수 있는 어른들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서 작공은 시작됐다. 

이후 아이들은 배가 고플 때, 이야기가 하고 싶을 때, 도움이 필요할 때 작공으로 와서 밥을 먹는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다. 영혼을 채우기 위해, 인생의 허무함을 없애기 위해 아이들은 작공에서 밥을 먹는다. 

작공의 아이들은 모두 영화 주인공이다. 오랜 시간 작공과 함께 해온 마을 청년으로 하고 싶은 말이다. 작공에는 밋밋한 스토리 따윈 없다. 최전방 하드코어 액션 로맨스 스릴서 범죄 드라마. 한 평의 종합 장르 영화를 보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재밌고 자극적이고 피곤하다. 그리고 슬프다.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해가고 세상 밖으로 나갈 힘을 얻을 때, 좌절할 때,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작공의 선생님들은 하루가 십년처럼 길다. 

아이들은 그 하루에 삶과 죽음을 오가는 문제를 겪고 선생님들은 각각의 아이들에게 매순간 높은 순도의 집중력을 쏟는다. 작공의 하루는 "어서와~"로 시작해서 "그래, 내일 또 보자 잘 가렴"으로 끝난다. 그 시작과 끝, 존재의 이유 모두 아이들이다. 작공의 사랑스런 위기 청소년들. 

작공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가정과 사회의 돌봄에서 소외되고 세상, 그리고 자기 자신과 충돌한다. 가장 예쁠 청춘들이 스스로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깨닫는 곳이 작공이다. 아이들은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성장해가고 밥과 어른친구가 상시 대기하는 작공이 징검다리 역할을 맡는다. 제도권 밖의 아이들이 겪는 문제의 스팩트럼은 제도권에 속한 아이들과 차원이 다르다. 

물론 아이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문제의 경도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작게는 일상을 살아내는 문제부터 크게는 당장 이번 주 생계 걱정까지 아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의 무게는 버겁다.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의 고통에는 민감하고 타인의 고통에는 둔감해진다. 트라우마와 상처로 얼룩진 애들은 자기연민과 시니컬이 무기다. 그러나 작공의 현장 교사인 장보성 선생님은 '자기를 믿어주는 따뜻한 눈, 한 사람의 눈과 손내밈이 있는 한 절대로 아이들은 나락에 떨어지지 않는 것을 경험을 하면서 배웠다'고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피어날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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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내밀어지는 손이 지금 당장 그들의 인생을 품고 변화시킬 수 없을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서른, 마흔이 되어 꽃피울 수도 있다. 이 과정을 아름답게 주시할 수 있는 세상의 눈과 결과주의를 벗어난 과정을 소중히 하는 지원들이 많아져야 한다. 

작공은 학교 밖 지원센터의 지원과 지역 주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의 후원금은 대부분 임대료로 쓰인다. 상근 교사 세 명과 아이들의 급식비, 기타 프로그램 운영비용까지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장보성 선생님은 "아이들 한 명 한 명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는 걸 거부하고 맞서는지 아이들마다 이유가 다른데, 그 아이들에게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맞춤형 돌봄, 맞춤형 교육, 맞춤형 진로 찾기 이런 것들을 실제 현장에서 행하는데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작공의 메인 주인공들은 대부분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과 후기 청소년들이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작공은 제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아이들을 품었다. 학교 안 일진들에서 학교 밖 청소년까지 작공은 계속 다양한 아이들을 만날 영역을 넓혀왔다. 며칠 뒤면 작공이 정든 갈현동을 떠나 대조동으로 이사를 간다. 동네를 시끌벅적하게 만들기도 했던 이웃이 떠나는 기분이다. 

오랜 시간 갈현동 길마공원 공원 앞을 지키던 작공은 좀 더 넓은 공간에서 더 많은 아이들과 만나고 함께 하기 위해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맞춤형 돌봄을 위한 공간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 왜 이렇게까지 세상에 맞서고 자신들을 해하는지 묻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그렇게 묻고 지켜보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특권을 누린다. 아이들은 변화하고 발전한다. 그렇게 지켜봐주면 사랑하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간다. 이 과정을 목도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특권. 앞으로 작공에 더 많은 특권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작공의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은평 주민들은 작공(070-7657-1533)에 문의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청소년도서관 작공은 학교밖 청소년 및 학교부적응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교육기관이자 징검다리거점공간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의 지원 기다립니다.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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