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시즌이 진행되고 있지만,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들은 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탈락한 팀들은 마무리 캠프를 다소 일찍 시작하는데, 기존 지도자와의 계약이 끝난 팀들은 이 시기에 새로운 지도자를 선임한다.

새로운 감독의 선임 여부가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팀은 KIA 타이거즈였다. KIA는 올 시즌 10팀 중 가장 이른 5월 중순에 감독이 사임했다. 7월에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양상문 전 감독이 사임했고, 정규 시즌이 끝난 10월에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김한수 전 감독의 계약이 종료됐다. 삼성은 허삼영 전력분석팀장을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하며 가장 빠르게 다음 시즌 감독 선임을 마쳤다.

KIA의 전 감독이었던 김기태는 2017년 한국 시리즈 챔피언 성과를 내면서 3년 재계약을 했다. 그러나 김기태 전 감독이 계약 기간을 1년 반 가량 남기고 팀 성적이 최하위로 처진 시점에서 사임했다. 이후 남은 100경기는 퓨처스 감독이었던 박흥식 감독대행이 지휘했고, 정규 시즌 7위로 시즌을 마쳤다.

타이거즈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첫 외국인 사령탑 맷 윌리엄스 감독

KIA 타이거즈 첫 외국인 사령탑 맷 윌리엄스 감독 ⓒ KIA 타이거즈 제공

 
그런데 KIA는 10월 15일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타이거즈 팀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택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을 맡았던 적이 있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맷 윌리엄스 코치를 선임한 것이다. 윌리엄스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박흥식 감독대행은 본래의 보직인 퓨처스 감독으로 돌아간다.

그 동안 타이거즈는 외국인 선수나 지도자를 영입하는 것에 대해 다른 팀에 비해 그 움직임이 늦었다. 타이거즈는 용병 선수 제도가 시작된 첫 시즌부터 영입하지는 않고 다른 팀보다 늦은 시기에 영입을 하기도 했다.

이번 타이거즈 감독 후보들 중에서도 타이거즈 출신 스타들부터 우선 순위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타이거즈는 프랜차이즈 출신 지도자들이 오는 경우가 꽤 많았다. 타이거즈 출신 스타로 마지막 감독은 전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선동열이었다.

물론 타이거즈 출신만 감독이어야 한다는 틀은 조범현 전 감독의 영입으로 한 차례 깼던 적이 있다. 조범현 전 감독은 2008년 KIA에 영입되어 2009년에 한국 시리즈 챔피언 성과를 낸 적이 있다.

조계현 단장을 비롯한 KIA 프런트의 파격적인 결정으로 윌리엄스는 타이거즈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KBO리그에 오게 됐다. 1965년생 미국 캘리포니아 주 출신으로 1986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지명되었던 내야수였다.

이후 윌리엄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거쳐 1998년부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하 디백스)의 창단 멤버로 활약했다. 2003년까지 선수로 활동했으며, 김병현(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함께 2001년 월드 챔피언 등극에 기여하기도 했다.

은퇴 이후에는 디백스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과 2015년 시즌에는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을 맡았고, 2014년에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의 성과를 내며 내셔널리그 감독상도 수상했다. 다만 2015년 성적 부진으로 인해 감독 생활은 2년으로 끝났다.

KBO리그 역대 4번째 외국 국적인 감독, 다른 3명의 성적은?

이후 윌리엄스는 다시 디백스와 애슬레틱스에서 코치로 활동하던 도중 KIA의 감독으로 오게 됐다. KBO리그 역대 4번째 외국 국적인 감독으로 오게 되면서 다른 역대 외국 국적인 감독들의 성적도 관심사다.

KBO리그 최초의 외국인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였다. 미국 출신의 로이스터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을 맡았다. 로이스터는 당시 일본 치바 롯데 마린스 감독이었던 바비 발렌타인(전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의 추천으로 롯데에 오게 됐다.

로이스터는 7년 연속 하위권에 맴돌던 롯데를 정규 시즌 3위에 올려놓아 포스트 시즌 진출 성과를 냈다. 2010년까지 감독으로 재임한 3년 동안 모두 포스트 시즌 진출의 성과를 올리면서 나름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다만 좀 더 큰 성과를 바랐던 그룹 고위층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더 이상의 연장 계약은 없었다.

로이스터 다음으로 KBO리그에서 감독을 역임했던 외국 국적의 감독으로는 일본 국적의 송일수(본명 이시야마 가즈히데)가 있었다. 송일수는 일본에서 재일교포로 태어나 일본에서 데뷔했고, KBO리그가 출범하면서 선수 생활 말년에 삼성 라이온즈에서 잠시 뛴 이후 KBO리그와 일본 팀을 오가며 지도자 커리어를 쌓았다.

송일수는 2013년 두산 베어스 퓨처스 감독을 거쳐 2014년 정식 감독으로 승격되었다. 그러나 직전 시즌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했던 팀 성적이 하위권으로 추락하면서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계약 1년 만에 경질됐다.

가장 최근 시점에 있었던 외국 국적인 감독은 바로 지난 해까지 SK 와이번스 감독으로 있었던 트레이 힐만(현 마이애미 말린스 코치)이었다. 선수 생활이 짧았던 힐만은 니폰햄 파이터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에서 감독을 역임했으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벤치코치(수석코치)를 역임하다가 SK에 왔다.

힐만은 SK에 있었던 2년 동안 팀을 모두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켰으며, 2018년에는 한국 시리즈 챔피언이라는 최고의 성과를 냈다. 성적만 봐서는 당연히 재계약을 해야겠지만 노부모와 배우자의 병간호 차원에서 미국으로 돌아가 말린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감독상 수상 이력의 윌리엄스, 선수단 통솔 능력은 지켜봐야

외국 국적의 감독 3명 중 미국 출신의 두 감독은 포스트 시즌 진출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성공 사례를 남겼다. 이번에 윌리엄스 감독이 KIA로 오게 된 경위도 감독 부임 첫 해에 내셔널스를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의 성과를 내며 감독상까지 수상했던 이력이 컸다.

다만 선수 시절의 자기관리와 선수단 통솔에 있어서는 살짝 아쉬운 점도 있었다. 2003년을 끝으로 선수에서는 은퇴했지만, 선수 시절 성장 호르몬(PED)을 복용한 적이 있었음이 2007년 미첼 리포트 사건을 통해 알려졌다.

2014년 우수한 성적으로 리그 감독상까지 수상을 했지만, 2015년 윌리엄스 감독이 맡았던 내셔널스의 성적은 다시 추락했다. 마무리투수였던 조나단 파펠본이 트레이드 마감 시한 때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내셔널스로 이적한 뒤, 팀 동료들이 승리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는 발언을 하는 등 시즌 내내 팀의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그리고 2015년 시즌이 끝나갈 때 쯤 팀 내부에서 사건이 크게 터졌다. 파펠본과 당시 내셔널스의 주포였던 브라이스 하퍼(현 필리스)가 클럽하우스에서 몸싸움까지 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제이슨 워스는 자신에게 통보 없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는 이유로 윌리엄스와 언쟁하며 라인업 카드를 찢기도 했다.

내셔널스의 주요 선수들도 부상으로 신음했고, 결국 내셔널스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2015년 정규 시즌이 끝난 바로 다음 날에 윌리엄스 감독과 모든 코칭 스태프들이 한꺼번에 경질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독이 든 성배 타이거즈 감독, 적응 필요한 윌리엄스 감독

타이거즈 감독 자리는 최근 10년 동안 유명한 감독들도 마무리가 아름답지 못했다. 2009 한국 시리즈 챔피언 조범현 전 감독과 2017년 한국 시리즈 챔피언 김기태 전 감독 모두 우승한 뒤 2년 이내에 팀을 떠났다. 그 사이에 부임했던 선동열 전 감독은 3년 동안 포스트 시즌 진출은 커녕 2년 연속 8위라는 씁쓸한 성적만 남겼다.

타이거즈 감독 후보로 국내의 유명한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자리를 맡길 인물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으며, 제의를 받더라도 그들이 그 제의를 수락할지도 의문이었다. 일단 이 부분에 대한 위험 부담은 외국인 감독의 영입으로 해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윌리엄스 감독이 메이저리그에서 디비전 챔피언에 리그 감독상 수상 이력까지 남겼던 터라 과거 경력을 토대로 한 팬들의 기대치는 생각보다 높을 수도 있다. 박흥식 대행 체제에서 행해졌던 리빌딩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물론 박흥식 퓨처스 감독이 KIA에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세대 교체를 위한 선수 자원 육성은 기존의 틀이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윌리엄스 감독이 생각하는 관점으로 세대 교체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윌리엄스 감독에게 KBO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윌리엄스 감독은 KIA의 감독이 된 직후 가장 최근에 KBO리그 감독을 맡았던 힐만 코치에게 연락하여 조언을 구하는 등 새로운 팀을 맡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윌리엄스 감독은 17일 조계현 단장과 함께 입국하여 광주와 함평에서 열리는 마무리 캠프를 지휘한다. 바로 선수단과 만나 훈련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팀에 적응해야 한다. 조만간 광주 땅을 밟게 되는 윌리엄스 감독이 다음 시즌 KIA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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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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