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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광장

19.10.15 05:50l

검토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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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는, 크래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최인훈 작가의 『광장』 첫 문장이다. 내 고향 군산의 바다도 이름이 황해라지만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챈다. 황해의 이름이 황(黃)이 된 것은 아마도 온 나라의 하천이 육지를 휘돌아 바다로 온갖 것들을 퍼다 날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황해 또한 일종의 광장과 같다.
최인훈 작가는 2017년 어느 인터뷰에서 "큰 시대가 열렸다는 정신적 해방감 같은 것이 소설 '광장' 집필에 작용했다."고 말한 바 있다. 『광장』은 함경도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당시 월남해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작가의 개인사를 잘 알지 못하여도, 고교시절 교과서에서 한번쯤 읽어봤을 유명한 작품이다. 4.19 혁명 직후 발표된 이 작품에서 광장의 의미는 '해방의 공간', '시민이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의미한다.
약 3년 전, 우리의 광장은 그러했다. 시민들은 비정상이 아닌 정상의 세상을 원하기에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서서 정의와 희망, 미래를 외쳤다. 16년 12월 9일, 여의도의 광장에서 만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과 태극기를 들었던 시민들은 새해 덕담을 주고 받으며 떡을 나누어 먹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후, 우리는 무엇을 하였는가. 강북의 광화문과 강남의 서초에서, 이름만 광장인, 밀실과 같은 곳에 서로 등진 채 틀어박혀 대립할 뿐이었다.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잘 조정해 해결해 나가기보다는 세(勢)대결 하는 것처럼 보였다. 두 공간에서 일어난 세대결의 끝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양상'일 것이다.
물은 흘러야 바다를 이룬다. 흐르지 못하면 썩을 뿐이다. 강북과 강남에 고인 물이 한강을 타고 굽이굽이 황해로 흘러들기를 바란다.
 

태그:#사회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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