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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와 출생률 감소로 지방의 많은 학교들이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해법을 놓고는 여전히 말이 많습니다. 적극적으로 통폐합 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통폐합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까지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기되고 있는 여러 학교현장의 문제점과 학교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지금처럼 소규모 학교를 유지하는 것이 꼭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소규모 학교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

한편에서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반대하고 최대한 유지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 주장의 중심에는 '한 아이도 포기하기 않겠습니다'라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논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소규모 학교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 그동안 이런 질문에 "교사가 학생들을 1:1로 지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능력 신장에 도움이 된다" "집과 가까운 거리에 학교가 있어 학생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 등으로 대답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지난 3월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소규모 학교가 많은 읍면지역 학생들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대도시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교과별 성취수준이 높은 학생의 비율의 경우 학원수업 등 사교육에 의해 많은 부분 영향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기초학력 부분에서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분명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즉, 소규모 학교 유지의 한 근거가 되었던 '교사가 학생들을 1:1로 지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능력 신장에 도움이 된다'라는 말은 근거가 약하고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과거와 달리 대부분 교사들이 대도시에서 출퇴근하고 워라벨을 중시하는 문화 확대 등 시대변화를 생각하면 단순히 교사 개개인의 열정이나 선의에 기댄 막연한 기대감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문제입니다.

'집과 가까운 거리에 학교가 있어 학생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라는 주장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고 각 가정에 차량이 흔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부모들이 1차 산업에 종사하던 시기에는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시골 각 가정에서도 대부분 자가용을 보유하고 있고, 교육당국에서 지원하는 스쿨버스나 에듀택시 등 통학수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산업구조도 다변화 되어 많은 가정에서 학교가 더 많은 돌봄을 제공해 주길 바라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도 30~40분 거리에 통합할 수 있는 소규모 학교들을 적극 통합하지 않는 것이 과연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인근에 통합할 수 있는 학교가 없거나 도서지역 등 통학이 매우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소규모 학교의 적극적인 통합을 고려하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와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 완화의 실마리

교육현장의 해묵은 학교 비정규직 문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논란이 계속 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어느 정도 학생들과 학부모의 지지를 받아 왔으나 잦은 파업과 계속된 혼란으로 사실상 인내심의 임계점에 와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비용' 때문입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수당과 임금 인상, 작업환경 개선 등은 모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교육당국이 계속해서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소규모 학교의 유지도 한 가지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없이 의무급식이 확대되고 기존 외부업체 위탁을 통해 조달받았던 급식이 대부분 학교자체 조리 급식으로 전환되면서 학교급식 종사자 수요가 늘어났고,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각 학교에 학교행정사 등의 신규 인력 충원이 이루어 졌으며, 각종 안전사고와 학교폭력 및 범죄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위해 학교보안관 등의 인력이 대규모로 채용 되면서 중복투자와 과다지출 상태에 빠진 것입니다.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 하여 중복투자를 막고 과다지출을 최소화 한다면 학교급식 종사자의 신규채용 없이도 고용안정성 확보와 임금 인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학교행정사의 재배치를 통해 교사들의 행정업무도 경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보안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보다 좋아진 근무여건과 대우 속에서 근무 할 수 있음이 분명합니다. 

특히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의 경우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통한 이러한 변화는 교육현장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좋은 교육환경 제공해야

흔히 말하는 '소규모 학교'는 대부분 지방의 읍, 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과거 산업화 시기에는 많은 재학생이 다녔던 학교들이지만, 지방소멸과 인구소멸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는 지금은 비공식적으로 유지되는 '1읍/면 1학교' 정책의 영향으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빠르게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사회 활력이 떨어지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학교마저 떠나면 정말 끝장난다는 지역민들의 위기의식이 지금까지 소규모 학교들이 유지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들로 지금처럼 '소규모 학교들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학생들에게 좋은 것인가, 학교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많은 의구심이 생깁니다.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환경 제공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소규모 학교들은 상당수가 건축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언제 폐교될지 모르는 현실 때문에 신축이나 재건축이 사실상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석면파동이나 미세먼지 이슈 등으로 학교시설에 대한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어려운 교육당국의 재정여건으로는 제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건물을 신축하여 인근의 소규모 학교들을 통폐합 하는 것이지만 지역사회나 학부모들의 반발로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수도권이나 세종시 등 대도시의 신축학교들의 시설들을 둘러보고 현재 지역의 소규모 학교들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꼭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무엇보다 안전하고 좋은 교육환경에서 자녀들이 공부하고 즐겁게 생활 할 수 있다면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 등으로 문을 닫는 학교시설 등은 정부의 '생활SOC' 사업등과 연계해 새로운 시설을 유치하거나 활용방법을 모색한다면 해당지역에서도 충분히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취지에 동의하고 이해해 주리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학교시설 신축을 통한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더 좋은 교육환경을 위해 도시로 나가는 젊은이들을 붙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나아가 도시에서 유학오는 학생들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몰론 소규모 학교들을 통폐합 하지 않고 각각 발전시켜 나간다면 좋겠지만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저출산 사회에 진입했음을 감안하면 매우 어려운 현실임을 자각하고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무조건적인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학교 본연의 역할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학교현장의 각 구성원이 처한 여러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간다면 적절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태그:#소규모 학교, #학교통폐합, #인구학교, #작은학교, #학교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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