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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개인회생 변제기간 상한을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도록 채무자회생법이 개정되어 개인회생 신청 채무자의 조속한 사회복귀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 전 회생절차를 신청하여 최대 60개월 동안 빚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와, 법 시행 후 변제계획이 인가되어 최대 36개월만 빚을 갚아도 되는 채무자 간 형평성 문제 또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개인회생 변제 기간의 단축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개정법 시행 전 변제계획을 인가받은 채무자들에게도 변제기간 단축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금융소비자 보호 및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금융소비자 연대회의'는 이러한 법 적용의 사각지대에 있는 3만 명의 채무자의 조속한 사회 복귀를 위해 꼭 필요한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의 내용을 알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민생 법안 입법에 국회가 시급히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해 관련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지난 9월 30일 국회 정문 앞,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청년 2명이 금융소비자연대회의가 주최한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들은 빚을 갚지 못해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간 청년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국회 앞이지만, 그곳에서 채무자들이 제 얼굴을 보이며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청년들은 먼저 왜 자신들이 이 기자회견 자리를 찾았는지 설명했다. 한 청년은 "23살부터 공장일을 하면서 어렵게 생활하다 결국 대출을 받다 대출 금액이 커져 이를 갚을 길이 없게 됐다", "빚을 빨리 정리하고 경제활동을 하고 싶지만 대법원의 결정으로 그럴 수 없게 돼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다른 한 청년은  "상환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해 준다는 말을 믿고 결혼 준비와 함께 새 출발을 꿈꿨다가 모두 무산됐다", "나와 같은 사람이 없도록 법률을 개정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중 한 청년은 법 개정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공개적으로 삭발을 하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안타까워했고, 일부는 눈시울을 붉혔다.
 
 ▲2019년 9월 30일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채무자가 삭발로 국회에 호소하고 있다.
 ▲2019년 9월 30일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채무자가 삭발로 국회에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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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7년 12월 12일 법률 제15158호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 개정됐다. 개인회생의 변제기간 상한이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 것이다. '개인회생'이란 직장이 있거나 사업을 하는 채무자가 빚이 너무 많아 자기 소득으로도 다 갚을 수 없을 때 자신의 월급이나 사업소득에서 법원에서 인정하는 생계비를 공제한 나머지 돈으로 일정기간 빚을 일부 갚고, 나머지를 면책받는 제도이다.

개인회생 신청 채무자는 법원에 변제기간과 금액을 정한 변제계획을 제출하고, 법원은 심사 후 이를 인가한다. 예컨대 1억 원과 이자 2,000만 원의 빚이 있는 월급 150만 원의 독신 채무자는 원금에 대해서만 한 달에 50만 원씩 5년(60개월) 동안 변제하여 3,000만 원을 갚겠다는 변제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다.

채무자가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를 마치면 법원은 직권이나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나머지 빚 원금 7,000만 원과 이자 2,000만 원을 면책할 수 있고, 이후 채무자의 임의 지급 외에는 채권자가 법원에 그 이행이나 집행을 구할 수 없다.

채무자가 개인회생 절차에 따라 변제해야 하는 기간이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 것이다. 변제기간이 단축되면 채권자가 변제받는 돈은 줄어들지만, 채무자는 그만큼 빨리 빚의 늪에서 빠져나와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종전 법에 따르더라도 개인회생의 최대 변제기간이 5년이었을 뿐, 법원은 채무자의 형편에 맞게 변제기간을 1년이나 2년, 3년 등으로 얼마든지 다양하게 정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법원들이 변제기간을 5년으로 경직되게 운용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 개정된 후인 올해 상반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에게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 중 약 28%가 중도 탈락하는데 그 시점이 대부분 3년 무렵으로 나타났다.(2019년 4월 10일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 개정의 의미와 대법원 2018마6364 결정의 문제점 진단> 이슈리포트). 채무자들이 개인회생 절차에서 중도 탈락하면 그동안 갚았던 돈으로는 이자도 다 감당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 다시 원래의 채무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날이야 어쨌든 이제 법이 개정됐으니 과도한 빚 때문에 힘들어하는 채무자들이 숨통이 좀 트이게 된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파산 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의 경우 2018년 1월 개정법 취지를 살려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에 관한 개정법률 시행 이전의 경과사건 처리를 위한 업무지침'을 통해 개인회생을 신청하지 않았거나 신청 후 변제계획이 인가되지 않은 채무자는 물론, 이미 변제를 시작한 채무자라도 ①변제 개시일로부터 36개월 이전이면 36개월 동안 변제 후, ②이미 36개월 이상 변제했을 시 신청일의 다음 달을 변제종료일로 하는 변제계획 변경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빛자산관리대부 등 몇몇 대부업체들이 서울회생법원의 위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에 올라갔고, 대법원은 뜻밖에도 서울회생법원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면서 그 결정을 파기함으로써 대부업체의 손을 들어주었다(대법원 2018마6364 결정). 대법원은 개인회생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게 회생 가능한 채무자들을 조속히 적극적인 생산 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채무자회생법의 개정 취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개정규정 시행 전 신청한 개인회생 사건의 경우 개정 전 규정에 대한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신뢰가 개정규정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여 그러한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적용을 제한"한 것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서울회생법원의 변제계획변경 인가 결정을 적극적으로 파기한 것이다.
 
 ▲2019년 9월 30일 국회 앞에서 열린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백주선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2019년 9월 30일 국회 앞에서 열린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백주선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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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파기 결정은 매우 부당하다. ▲개정된 채무자회생법 시행 전에도 변제기간 단축을 포함하여 법원이 변제계획을 변경하거나 특별면책할 수 있었던 점, ▲변제계획이 인가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면책되거나 폐지되어 종료된 사건이 아니므로 개정법의 취지를 살려 법원이 변제기간을 단축하더라도 종료된 사안에 신법을 적용하는 진정소급입법의 사례가 아닌 점, ▲개정법 시행 직전에 5년의 변제기간으로 인가된 채무자도 절차가 폐지된다면 새로 신청하여 변제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것도 가능한 점, ▲실제 개인회생신청은 법 개정 훨씬 전에 하였으나 변제계획은 개정법 시행 이후에 인가된 채무자는 3년의 기간으로, 법 개정 후 그 법 시행 전에 신청하여 변제계획이 인가된 채무자는 5년의 기간으로 인가
되는 등 형평에 어긋나는 사례가 있는 점 등이 그 부당함의 이유이다.

특히 서울회생법원의 변경인가결 정에 적극적으로 항고한 이들은 채무자에게 실제 대출한 원채권자가 아닌, 변제계획 인가된 채권을 양수하여 추심만 하는 대부업자로, 그들의 신뢰를 보호할 이익이 채무자의 신속한 생산활동 복귀를 위한 변제기간 단축의 이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서 대법원 결정은 부당하다.

나아가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 법제에 비추어 구법의 변제기간 상한이 과도하고, 법원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변제기간을 정해온 것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채무자회생법이 개정되었고, 대법원은 종전에 '채무자회생법은 인가된 변경계획 변경안의 제출 사유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대법원 2015. 6. 26.자 2015마95 결정)'는 태도를 취한 것에 비추어 보면 개정법의 입법취지는 신청 후 인가 전 사건은 물론 인가 후 사건에 있어서 변제계획 변경사유로 해석할 수 있는 점을 보더라도 대법원의 위 결정은 부당한 것이다. 변제기간 단축으로 조속히 경제활동으로 복구할 수 있겠다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던 많은 채무자들이 절망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앞서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두 청년과 같은 기존에 변제계획을 인가받은 채무자들이 서울회생법원에만 7,000명, 전국으로는 3만여 명 존재한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 상황에서 이들이 개정법의 적용을 받으려면 결국 부칙을 개정하여 개정법 전에 신청한 사건에 대해서도 기간 단축을 적용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서울회생법원 등 하급법원이 재량으로 기존 사건의 채무자들에게 개정법을 적용하여 변제계획을 단축하는 결정을 하더라도 부칙이 개정되어 종전 사건에도 개정법이 적용된다고 하지 않는 한 받아들여질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무자들이 채무자회생법 부칙을 개정하자고 하는 것이다. 다행히 이런 채무자들의 뜻을 받아 박주민 의원이 올해 6월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시간이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올해가 가기 전 이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서울회생법원과 대법원은 부칙 개정의 뜻을 잘 헤아려 적극적으로 기존 채무자들도 변제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해서 이들 채무자들이 다시 희망의 끈을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빚의 늪에 빠진 채무자처럼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사법의 역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백주선 변호사는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이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입니다. 백주선 변호사는 채무자의 권리 보호와 빠른 사회 복귀를 위한 가계부채 관련 법안 입법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블로그와 네이버 포스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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