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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복과 이승혁(오른쪽). 두 사람은1988년 처음 만났다.
 신영복과 이승혁(오른쪽). 두 사람은1988년 처음 만났다.
ⓒ (사)더불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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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여우숲(충북 괴산)에서 '손잡고 더불어 숲으로 가는 길'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혁'의 4주기를 추모하고 그를 통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반추하는 시간이다.
 12일 여우숲(충북 괴산)에서 '손잡고 더불어 숲으로 가는 길'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혁'의 4주기를 추모하고 그를 통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반추하는 시간이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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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이승혁이 여우숲과 만났다.

신영복은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으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모색을 촉구해온 시대의 원로다. 많은 사람에게 낯선 이승혁은 신영복 선생의 애제자다.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 암 투병 중 세상을 등졌다. 신영복 선생 75세, 이승혁 선생은 57세였다.

여우숲. 충북 괴산 숲속에 있는 쉼터다. 멸종된 여우가 되돌아올 날을 기다리는 희망의 공간이다. 자연을 벗 삼아 몸과 마음에 여유를 주는 '여유 숲'이다.

'더불어 이승혁'(신영복 선생의 뜻을 계승하는 '사단법인 더불어 숲'의 소모임)은 지난 12일 오후 여우숲에서 특별한 행사를 열었다. 행사 이름은 '손잡고 더불어 숲으로 가는 길'이다. '이승혁'의 4주기를 추모하고 그를 통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반추하는 시간이다. 그가 평생 펼치며 꿈과 희망을 키운 책을 '여우숲'에 기증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승혁을 잘 아는 지인들은 그를 '(사)더불어 숲'을 만들고 가꾸고, 선생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한 속됨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날 정한진 '더불어 이승혁' 대표는 신영복 선생 지인의 '신영복이 없어도 이승혁은 있었겠지만, 이승혁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신영복과 '더불어 숲'이 과연 존재할까요?'라는 말을 빌려 두 사람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더불어 숲을 비롯해 유가협(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이문학회 등 여러 모임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었고, 신영복 선생이 '담론'에서 말한 '절망과 역경을 사람을 키워내는 것'으로 극복하려 노력한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이승혁 선생의 또 다른 여러 지인은 그를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이끌어 준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김용규 여우숲 숲 학교 오래된 미래 교장
 김용규 여우숲 숲 학교 오래된 미래 교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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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숲 북 카페
 여우숲 북 카페
ⓒ 여우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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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승혁 선생의 유가족과 더불어 숲 벗들의 모임 회원들은 그가 남긴 책을 '여우숲'에 모두 기증했다. 세어보니 1100여 권이다. 책 제목을 훑어보는 것만으로 시대정신에 치열했던 그의 삶의 여정이 느껴졌다.

그가 남긴 책을 굳이 산 중에 있는 '여우숲'까지 수고롭게 옮겨 기증한 이유는 뭘까?

'더불어 숲'의 회원인 김인석씨는 "그는 소로우의 삶과 글을 동경했고, 소로우처럼  월든(Walden)에서 살고자 했다"며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숲에 대한 갈망이 아주 많았다"고 말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출세의 길을 포기하고 숲속 월든에서 탐하지 않는 삶을 실천하며 자신을 알고, 어떻게 사는 삶이 참다운 삶인지를 깨달았다고 밝히고 있다. '나무가 나무에게'(더불어숲 회원들의 글 모음집)를 펴낸 이승혁 선생 또한 소로우처럼 자연인의 간소한 삶을 꿈꿨다는 얘기다.

왜 '여우숲'일까에 대한 궁금증은 김용규 여우숲 숲 학교 오래된 미래 교장의 '숲에게 길을 묻다'는 강의까지 듣고서야 시나브로 풀렸다.

"어떤 나무도 숲의 전부를 차지하려 하지 않습니다. 제가끔 자기 자리를 지켜 더불어 숲을 이룹니다."

"숲이라는 공동체가 우리에게 묻습니다. 사람은 왜 숲을 이루지 못하냐고?"

"이승혁 선생은 마지막 순간,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나무처럼 자기 자리에 주인으로 선 사람은 죽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길을 걸어 삶의 끝에 도착한 사람에게 죽음은 나무가 흙이 되듯 새로운 생명을 각성시키는 등대가 될 것입니다."

  '여우숲'에 마련한 이승혁 문고
 '여우숲'에 마련한 이승혁 문고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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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장은 한국의 소로우라 할만했다. 유망 벤처기업 사장이었던 그는 어느 날 회사와 서울의 집 대신 충북 괴산 산속에 오두막을 짓고 작은 학교를 열었다. 숲의 색깔과 소리에서 삶의 길을 배우고, 명이나물을 키우며 땀 흘리는 삶을 즐기고 있다. 숲의 가르침에서 얻은 지혜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생활에 행복해했다.

'더불어 숲'과 '여우숲' 회원들은 이날 '이승혁 문고' 옆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는 이 책들이 한국의 작은 월든이라 할 수 있는 이곳 '여우숲' 북카페로 올 줄 미처 몰랐겠지만, 오늘 우리가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면 분명히 기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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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