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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10시 5분께. 촛불 든 인파로 빼곡했던 서초역 인근이 집회 끝난 지 15여 분 만에 말끔히 정리됐다. 시민들이 앉아있던 서초대로는 금세 집회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자원봉사자, 시민, 환경미화원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뒷처리를 하던 집회 직후의 풍경이 이날 열린 제 9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집회 끝난 후에야 도착한 서초역... "마음 닿는대로 돕고 싶었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역 인근 골목길에서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던 엄마와 자녀들이 자원봉사활동으로 참가자들이 버린 쓰레기 뿐만 아니라 골목의 담배꽁초 등 2시간 가량 청소를 하고 있다.
  12일 밤, 서울 서초역 인근 골목길에서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엄마와 자녀들이 자원봉사활동으로 참가자들이 버린 쓰레기 뿐만 아니라 골목의 담배꽁초 등 2시간 가량 청소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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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11시 10분. 제 9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취재를 마친 후 서초역 뒷골목에서 한껏 곯아있던 배를 채우고서 귀갓길을 재촉했을 때, 우연히 본 눈 앞의 풍경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본인 키의 절반만한 쓰레기 봉투를 들고서 서초동 골목 어귀를 청소하던 세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목도리를 두른 엄마와, 그 옆의 두 자녀다. 이들에게 유독 눈길이 간 건 한참 늦은 시간 때문 만은 아니다. 이들은 집회가 벌여졌던 서초대로가 아닌, 그 뒷편에 위치한 골목길 쓰레기까지 치우고 있었다. 심지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구석구석의 쓰레기를 모두 봉투에 담아내고 있었다. 담배꽁초나 작은 휴지 같은 것들까지 말이다.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는 김미자씨에게 "혹시 촛불집회 자원봉사자시냐"고 묻자 "그렇다"며 고개를 들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턱 끝으로 흐르는 땀까지는 감추지는 못했다. 뒷골목에 몰아치던 매서운 칼바람에도 대답을 하던 그의 목소리는 한참 숨이 차있었다.

검찰개혁 촛불집회 자원봉사자는 집회 주최 측인 '개싸움 국민운동본부'의 인터넷 카페에서 모집됐다. 카페 게시물에 SNS 링크를 첨부해, 희망자 누구든 자유롭게 사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현장에서 자원봉사 활동 신청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김씨는 "집에 일이 있어 본집회에는 참석하지도 못했다"며 "일을 모두 마무리하고 아이들과 밥을 먹던 중에 결정한 거다. 아이들과 의미 있는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희가 오늘 일이 있어서 오후 9시 반에서야 이곳(서초역 부근)에 왔거든요. 집회에 함께 참석하지 못했는데 이런 거라도 해야죠. 아이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밥을 먹던 중에 결정했어요. "

즉 이들은 참석자들이 집회가 끝나고 모두가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 후에야 현장으로 온 것. 혹시 근처 주민이어서 가능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세 사람의 거주지는 경기도 성남 분당. 지하철로만 최소 30분 이상이 걸리는 곳이다.

김미자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의롭고 깨끗한 나라가 되길 바랄 뿐이다"며 "그래서 시간 되는대로, 마음 닿는대로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씨의 아들 한민석씨도 "제가 아직 많은 것을 알진 못하지만 분명 바뀌어야 할 불합리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제도가 있다는 건 안다"며 "이런 것들이 개선되고, 좀더 공정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일이라도 보태고자 나왔다"고 덧붙였다.

"성숙한 시민의식이란 이런 것"
 
치우지 않아도 쓰레기 하나 남지 않은 거리 치우지 않아도 쓰레기 하나 남지 않은 거리

12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집회가 마무리된 뒤 터널방향 거리 풍경입니다.
▲ 치우지 않아도 쓰레기 하나 남지 않은 거리 12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집회가 마무리된 뒤 터널방향 거리 풍경입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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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본인들이 하는 일이 "특별한 게 아닌, 자원봉사자 분들이 매 집회마다 하시던 일"이라며 "다들 같은 마음으로 뒤에서 힘 써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로변을 포함해 인근 골목 구역까지가 본래 자원봉사자들이 해온 청소 구역이었다는 것.

그래서였을까. 실제로 서초동에서 열린 집회를 세 차례 모두 취재했던 기자들은 "집회 이후 쓰레기 하나 없던 거리가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12일에 열린 9차 촛불집회에서 현장에서 만난 7명의 자원봉사자들도 같은 말을 했다. 

그중 자원봉사자 정상윤씨는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집회 이후 뒷정리하는 것 때문에 보통 밤 11시가 다 돼야 자원봉사자들 일이 끝난다"며 "하지만 시민 분들의 협조로 청소할 게 거의 없는 편"이라고 답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인파가 몰렸던 9월 28일 7차 촛불집회. 그리고 연이어 대규모 인원이 참석한 8차, 9차 집회 현장. 세 집회의 공통점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참여로 집회 시작과 진행, 그리고 마무리가 진행됐다는 점일 것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자원봉사자 정상윤씨의 말로 대신할 수 있겠다.

"7차 집회 때, 시민 분들이 떠나신 후에도 깨끗해진 도로를 보고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고요. 성숙한 시민의식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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