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글에는 <그것 : 두 번째 이야기>의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2019년 작 영화 <그것: 두번째 이야기>는 루저가 믿음을 가지면 일어나는 일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이다.

원작자 스티븐 킹의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번 영화에서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이 또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전작 <그것>은  27년 전, 마을 '데리'에 빨간 풍선을 든 삐에르의 모습으로 나타나 어린아이들을 공포로 얼게 한 후 잡아 먹던 '그것' 페니와이즈에 맞섰던 '루저클럽'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것: 두번째 이야기>는 27년마다 나타나는 '그것' 페니와이즈를 소탕하고자 이제는 어른이 된 '루저클럽'의 친구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뭉쳐 피할 수 없는 마지막 대결을 하기 위해 마을 '데리'로 돌아오는 것에서 시작된다.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포스터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전작 <그것>에서 열연한 어린이 배우가 그대로 큰 것 같은 배우들 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과 빌 헤이더, 제이 라이언, 제임스 랜슨, 이사야 무스타파, 앤디 빈 덕분에 <그것: 두번째 이야기>는 별다른 이질감 없이 이야기에 빠져 들 수 있었다. 

말을 더듬던 빌은 유명한 소설 작가로, 수다스러웠던 리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베벌리는 유명 의류회사를 운영하는 기업가로, 에디는 보험회사 리스크 분석가가 되었고, 뚱뚱했던 벤은 다이어트로 훈남으로 건축 회사 사장이 될 정도로 자신들의 인생을 잘 살고 있었다.

어린이들이 사라지고 사체가 절단된 사건들이 연이어 나자 데리에 남아 있던 마이크는 '그것' 페니와이즈가 나타났다고 확신한다. 곧바로 '루저클럽' 멤버들에게 전화해 어릴 적 27년 후 그것이 다시 나타나면 '데리'로 모여 다시 소탕해내자는 약속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친구들은 이미 예전 기억을 잃은 상태다. 27년 전 '그것' 페니와이즈를 죽이고 나서 그들의 기억은 상당 부분 지워진 모양이다. 
   
 영화 <그것: 두번째 이야기> 속 한 장면

영화 <그것: 두번째 이야기> 속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루저클럽'의 친구들이 믿음을 가지게 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짰던 마이크는 리더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것' 페니와이즈를 제거하기 위해서 필요한 의식을 준비하는 과정에 27년 전 자신의 과거를 보여줄 수 있는 물건이 필요하다고 멤버들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물건을 하나둘씩 찾으면서 그들의 기억과 트라우마도 하나둘씩 돌아왔다. 빌은 동생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 베벌리는 성적학대를 받던 아픔의 시간들, 벤은 뚱뚱했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던 괴로운 기억 등이 그것이다.

<그것>을 본 관객이라면 6명의 인물들이 선택한 물건을 보며 인물 각각의 어린시절 속 두려움과 추억을 동시에 기억해낼 수 있다. 

빌은 동생 조지에게 선물한 종이배, 에디의 천식호흡기, 베벌리가 선택한 엽서,  벤이 지녔던 학급앨범의 사인, 리치의 오락실 코인, 스탠리의 모자, 공공의 적이었던 헨리를 맞춘 돌을 보며 그들의 기억에 동참한다.

엽서는 벤이 베벌리에게 준 것이며 학급앨범 안의 사인은 베벌리가 벤에게 준 것이다. 어린 시절 서로에게 호감을 갖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헨리는 '루저클럽'을 괴롭히던 인물이었는데 그에게 대항하기 위해 처음 돌을 던져 방어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오락을 좋아한 리치, 늘 겁이 많았던 스탠리의 모습도 떠올리게 한다.

영화 <그것: 두번째 이야기>는 루저들의 성장을 그리는 데 공을 들인 영화이다. 자신들이 지닌 공포에 맞서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는 과정을 '그것' 페니와이즈와의 한바탕 승부를 통해 잘 보여준다.

빌은 자신이 비오는 날 혼자 있고 싶어 동생을 밖으로 혼자 내보냈는데, 이후 동상이 죽음을 당하면서 죄책감을 갖게 됐다. 하지만 그것 '페니와이즈'가 동생으로 변한 채 그에게 '귀찮아서 혼자 보내서 날 죽였다'라고 힐난하자 '내 동생은 날 좋아해서 절대 날 원망했으리라 없다'라며 그를 이겨낸다. 

하지만 마이크의 이야기대로 의식을 치렀음에도 '그것' 페니와이즈'가 죽지 않자 '루저클럽'의 친구들은 마이크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후 마이크는 그 의식을 실행했던 부족들은 실패해 모두가 몰살당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마이크는 그들의 믿음이 흔들렸고, 결국 믿음이 없어서 그들이 실패한 거라고 친구들을 설득한다. 그리고 물건을 모으라고 한 것 또한 믿음을 위해서 필요한 한 계획이었다고 토로한다. 결국 '그것' 페니와이즈의 약점을 알아낸 루저클럽의 친구들은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영화 <그것" 두번째 이야기> 속 한 장면

영화 <그것" 두번째 이야기> 속 한 장면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2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릴적 가졌던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에 공감이 가면서도 또 다른 공포로 다가왔다. 영화 <그것: 두번째 이야기> 초반에 주인공들이 과거 기억을 잃어버린 것으로 설정한 것도 트라우마를 계속 떠올리면 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영리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신념과 트라우마는 종이 한장 차이라서 언제든지 트라우마가 신념을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공포스럽다. 사람은 어릴 적 무방비로 당한 학대나 폭력, 죄책감 등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는데, 이는 남이 해결해 줄 수 없다. 시간이 흐른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인생을 살아가면서 떨쳐내야 하는 망령이라는 것을 스스로 끊임없이 설득하는 일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지현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그것: 두번째 이야기 제임스 맥어보이 스티븐 킹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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