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개월 전 2019-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맞붙었다. 당시 맨유는 첼시를 4-0으로 대파하며 기분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화끈한 골잔치를 벌인 맨유에겐 올 시즌 장밋빛 희망을, 첼시에겐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 경기였다.

하지만 2개월 뒤 두 팀의 온도차는 극명하다. 첼시는 개막전 참패 이후 날이 갈수록 전술적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반면 맨유는 극심한 침체기에 접어들며 난항을 겪고 있다.

'초보 감독' 램파드, 젊은피 활용하며 성공적인 리빌딩

2003년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첼시를 인수한 이후 무려 13명의 감독이 첼시를 지휘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인내심이 없기로 유명하다. 성적이 부진하면 언제나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지난해 여름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이 새로운 첼시 사령탑으로 부임했지만 겨우 한 시즌만 팀을 이끈 뒤 유벤투스로 떠났다. 후임 감독은 프랭크 램파드였다.

선수 시절 첼시에서 무수히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전성기를 이끈 레전드지만 램파드 선임을 두고 과연 옳은 선택이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램파드의 감독 커리어는 일천하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에서 더비 카운티를 맡은 것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첼시는 FIFA로부터 당한 징계로 인해 올 여름 선수 보강에 실패했다. 징계를 받기 전 영입한 크리스천 풀리식, 마테오 코바치치가 전부였다. 사실상 올 시즌은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보단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첼시는 맨유와의 개막전 0-4 패배를 시작으로 레스터 시티와는 1-1로 비기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3라운드 노리치 시티전에서 3-2로 승리하며 첫 승을 거뒀지만 이후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불안감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요소는 많았다. 비록 수비에서의 아쉬움은 완전히 씻어내지 못했으나 공격에서는 생기가 돌았다. 무엇보다 램파드는 자신의 철학이 확고하다. 강한 전방 압박과 많은 활동량, 간결하고 직선적인 공격 전개로 첼시를 180도 변화시켰다.

첼시는 6라운드 리그 선두 리버풀전에서 아쉽게 1-2로 패했지만 경기력에 대한 호평을 이끌어냈다. 경기 종료직전까지 리버풀을 괴롭혔다.

이후 첼시는 승승장구했다. 그림스비 타운(카라바오컵)-브라이턴(리그 7라운드)-릴(챔피언스리그)-사우스햄턴(리그 8라운드)과의 4연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특히 젊은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이 고무적이다. 태미 에이브러험은 리그 8경기 8골로 스트라이커 부재에 대한 약점을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메이슨 마운트는 첼시 2선 공격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또, 윌리안의 부활과 더불어 지난 시즌 혹독한 프리미어리그 적응기를 거친 조르지뉴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한 템포 빠른 패스 전개와 타이밍으로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중위권에서 허덕이던 첼시는 리그 8라운드 현재 4승 2무 2패(승점 14)를 기록하며 5위로 뛰어올랐다. 맨체스터 시티(승점 16), 아스날(승점 15), 레스터 시티(승점 14)와의 격차가 근소해 얼마든지 상위권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위기의 솔샤르, 파리의 기적 이후 내리막 행보

올 시즌 맨유가 웃은 것은 첼시와의 개막전뿐이었다. 이 경기서 맨유는 빠른 역습과 간결하고 세밀한 패턴으로 첼시를 침몰시켰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이후 리그 7경기에서 겨우 1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이마저도 레스터 시티와의 5라운드 홈경기에서 졸전 끝에 거둔 승리다.

매 경기마다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맨유의 공식 대회 마지막 승리는 지난달 20일 아스타나와의 유로파리그 1차전이다. 이후 5경기에서 3무 2패에 머물렀다.

가장 최근 열린 뉴캐슬과의 리그 8라운드에서도 0-1로 패한 맨유는 2승 3무 3패(승점 9)로 12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1989-90시즌 초반 8경기서 승점 8에 그친 이후 무려 30년 만에 최저 승점이다. 강등권에 속한 18위 에버턴(승점 7)과는 불과 2점차에 불과하다.

지난 시즌 중반 맨유의 지휘봉을 잡은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강호 파리생제르맹(PSG)을 물리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정작 파리의 기적을 연출하며 맨유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이후 행보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공식 대회 23경기에서 5승 7무 11패(19득점 31실점)에 그친 것이다.

맨유는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해리 매과이어, 아론 완 비사카를 영입하며 수비진을 보강했다. 실점률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대폭 하락했다. 문제는 그 윗선부터다. 미드필드부터 공격진까지 믿을만한 자원이 전무하다.

솔샤르 감독은 마커스 래시포드, 앙토니 마시알, 제시 린가드, 다니엘 제임스 등 젊은 공격진을 중심으로 생동감있고 빠른 공격 축구을 지향하고자 했다. 그러나 폴 포그바, 마시알의 부상이 겹쳤고, 얇은 스쿼드로 인해 한계에 봉착했다.

느린 공격 템포와 공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 부족, 온 더 볼 상황에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문제점 등을 노출시키고 있다.

맨유는 2013년 알렉스 퍼거슨 경이 은퇴한 이후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데이비드 모예스, 루이 반 할, 주제 무리뉴 등 여러명의 감독이 맨유를 거쳤고,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리빌딩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맨유는 이렇다 할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선수 시절 레전드 출신 솔샤르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은 맨유의 정신을 계승하고, 위닝 멘털리티 회복과 가라앉은 분위기를 잡아줄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8일 영국 <데일리스타>는 "맨유 보드진 사이에서 솔샤르 감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과연 맨유가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날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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