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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노조가 1주년을 맞이하여 한국노총을 방문하였다.
▲ 안랩노조 1주년 기념 사진  안랩노조가 1주년을 맞이하여 한국노총을 방문하였다.
ⓒ 한국노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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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노조를 시작으로 카카오, 스마일게이트, 넥슨까지 2018년 판교테크노밸리에는 노동조합의 바람이 불었다. 안랩노동조합(한국노총 소속) 역시 이 열풍 속에서 건립되었다. 10월 1일은 안랩노조가 설립된지 딱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분사 문제에서 시작하여 노조설립과 교섭까지, 안랩노조 백승화 위원장과 이상철 사무국장을 만나 설립 1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1주년 우선 축하드린다. 지난 1년에 대한 소감을 말해 달라.
이상철 사무국장: "많은걸 했으나, 그래도 아쉽다 정도로 정리 할 수 있을 거 같다. 1주년을 맞이해서 지난 1년간 찍은 사진을 봤는데 그걸 보니 정말 많은 일을 했더라. 그러나 갈길이 멀다는 생각도 들고 아쉽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 설립 8일 만에 분사를 철회하는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판교에 다른 노조에 비해서 별다른 이슈 없이 노조활동을 하는 것 같다.
백승화 위원장: "'만나는 분들 중에는 생각보다 조용하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분사 때문에 태어났으니 교섭과정도 격렬하게 진행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그러나 노조위원장이 되고 보니 사실 무서운 건 사측이 아니라 노조에 대해 관심이 없는 안랩직원들이었다. 이들이 조합 활동을 지지하고 조합원이 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교섭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진행했다. 안랩노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상생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노조가 생긴 것이 '노동자와 상의 없는 일방적인 분사' 때문이었다. 분사 자체도 이슈였지만 사측의 소통방식에 실망한 것이 더 컸다. 노조가 이러한 태도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상생과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 상생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게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백승화 위원장 : "정직하게 이야기하면 그렇다.(웃음) 노조설립 1주년을 맞이해서 강연을 준비했었는데 사측의 반대로 결국은 취소되었다. 사실 이런 일이 1년 동안 종종 있었다. 그래서 1년간 매일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살았다. 그래도 우리가 소통하려고 하고 사측과 상생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의미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얼마 전에 비조합원 한 분이 1년 전에는 노조가 가는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했었는데 1년이 지나고 보니 안랩에는 그런 방식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금씩 비조합원분들도 노동조합에 마음을 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말씀을 들어보니 노조가 설립되면서 회사 내 분위기가 바뀐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떠한가?
이상철 사무국장 : "'노조에 가입하면 불이익을 받는다' 에서 '노조가 있으니 든든하다'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런 분위기가 생긴 것에는 주변에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회사들에 노조들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여전히 조합원들이나 비조합원들이 노조사무실에 찾아오는 건 어려워 하지만 처음과 같은 거부감은 많이 없어진 상태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수업시간에 안랩노조설립에 대해서 교수님에게 들었다는 분도 만났다. 노조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우리가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들기도 했다.

- IT노조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사실 IT노조가 작년에 열풍으로 많이 생긴것과 달리 올해는 노조설립의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백승화 위원장: "사실 작년이 이례적인 해가 아닐까 싶다. 물론 다른 기업에 노조가 생긴 것이 판교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이전보다 노조에 대한 인식이 나아진 측면이 있으니까 (실제로 한국노총에서 IT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조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는 응답이 60%이상 나왔다) 그러나 '옆 회사에 노조가 생겼으니 우리도 만들자'는 유인효과는 크게없다. 1년을 지나고 보니 IT노조는 다른 곳들과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안랩만 해도 이직률이 너무 높고 파견직들이 너무 많아서 기존의 노조문화, 노조가입의 방식으로는 담을 수 없는 요구들도 많고 할 수 없는 제약도 많다. 이런 것들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쩌면 IT노조는 실험중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우리 직종에 적합한지를 찾는 중이다. 또 IT라고 하는 범주로 다 묶을 수 없는 다양한 노동조건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 역시 하나의 과제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은 열풍이었는데...'라는 시선보다는 좀 더 지켜보자 혹은 다시 해보자라는 생각이 더 필요할 때이다. 물론 스스로 반성도 있다. IT노조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쟁의방식, 발랄한 아이디어를 넘은 무언가를 제시했는가에 대한 고민도 한다. 어쨌든 우리는 IT노조도 그리고 양대노총도 실험중이라고 본다."

- 말이 나온 김에 양대 노총(한국노총, 민주노총)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다.
백승화 위원장: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이나 우리에 대한 접근방법이 달라졌으면 한다. 우리끼리는 우스갯소리로 노총들의 행사나 집회를 보면서 "우리가 비조합원이라도 관심 없겠다" 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양대 노총에서 하는 방식들이 먹히는 게 있고 안 먹히는게 있다. 개인적으로는 양대 노총의 방식은 회사와 노동자의 유대관계 혹은 소속감을 강화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IT노동자들은 불합리한 부분을 참아가면서 회사를 다니기보다는 이직을 하는 편을 택한다.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타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노총에 우리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이 동일 직종 내의 연대나 네트워크에 관한 부분도 결국은 회사를 넘어서는 변화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고, 실제로 우리 조합원들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한 욕구가 있다. 양대 노총에서 이러한 특성과 욕구를 잘 이해해서 접근하는 섬세함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 1년 동안 많은 생각들을 하신 것 같다. 끝으로 안랩 노조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상철 사무국장: "8일 만에 분사를 철회해서인지 조합원들이 가지는 노조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을 늘 느낀다. 우선은 이 기대를 채워가면서 조합원을 늘리는 것이 목표이고 더 많은 IT노조가 생길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는 것이 목표다."

사실 안랩노조가 가진 문제들은 IT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반발하며 탄생한 노조이고 다른 직종에 비해서 소속감이 낮은 상황을, 노조를 통해서 집단화 시켜야 한다는 과제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노조는 새로운 조합원을 늘리고 비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한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 중에 있다. 안랩노조는 '설립열풍' 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설립이후' 노조들의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들이 낸 용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답했는지 돌아볼 때이다,

태그:#안랩노조, #IT노조, #한국노총,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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