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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다합(Dahab)에서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OpenWater)부터 다이브마스터(DM)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물 공포증이 있었던 필자가 2018년 12월 27일부터 2월 19일(55일)까지의 생생한 기록입니다. - 기자말
  
 가랄의 나이트 다이빙 브리핑. 그의 다이빙은 낭만이 있다.
 가랄의 나이트 다이빙 브리핑. 그의 다이빙은 낭만이 있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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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트 다이빙

다이브 마스터 훈련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나갔다. 조나단의 무뚝뚝함과 말투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겨울이 우기이지만 한 두어 번 비가 온다던 다합에 비가 내렸다. 센터 직원들은 어린아이처럼 비를 맞고 뛰어다녔다. 내 실력도 차곡차곡 늘어갔다. 나는 나이트 다이빙을 DMT 중에서 제일 많이 간 훈련생이 되었다.

나이트 다이빙은 기존 장비에 손전등만 추가되었을 뿐인데 묘한 매력이 있었다. 둥그런 불빛 속에 갇힌 산호초와 바다 생물. 모래밭에 무릎 꿇고 앉아 전등을 끄고 팔을 휘저을 때 동작에 따라 출렁거리던 깨알 같은 플랑크톤 빛. 출수 100m를 남겨 두고 어둠 속 바다를 유영할 때는 흡사 자궁 속이 이런 곳이 아닐까, 라는 평온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킥 차는 소리, 달빛에 물든 수면의 출렁거림. 짙은 코발트블루 바다색이 작은 전등을 배 쪽에 갖다 대어 불빛이 새어 나오지 않게 했을 때 날것 그대로 전해졌다. 하지만 출수 뒤는 혹독했다. 웨트수트 속으로 찬기가 몰려들었다.

나이트 다이빙을 자주 갔던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모자란 실력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다이빙 실력은 물속에서 이루어진다. 발차기 한 번이라도 더 해야 하고 호흡 조절을 익히기 위해서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 다행하게도 조나단은 낮에 펀 다이빙은 허락하지 않았지만 퇴근하고 나면 간섭하지 않았다. 이런 나를 마하무드가 챙겼다.

그날도 오후 레스큐 교육을 받고 병원에서 건강 검진(DM이 되기 위해서 필요하다)을 받으러 가려고 했다. 마하무드가 나이트 다이빙이 있다고 말했다. 규와 J는 병원으로 향했지만 나는 다이빙에 합류하기로 했다. 매일 있는 것이 아니었다.

클래스 룸에서 다이빙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들어와서 내게 아는 척을 했다.
 
 다합의 새벽 풍경
 다합의 새벽 풍경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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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가르쳐 준 호흡법을 해서 제가 칭찬을 들었어요."

고개를 들어 누군가 봤더니 아뿔싸, 일주일 전 '총체적 난국 팀'의 그가 아닌가. 블루 홀에서 중도 출수했던 붕붕 떴던 남자.

2. 붕붕 떴던 남자
 
 Canyon 펀 다이빙 입수하기 전에 마하무드가 브리핑하고 있다.
 Canyon 펀 다이빙 입수하기 전에 마하무드가 브리핑하고 있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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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이었다. 조나단과 줄리아가 이틀 휴가를 떠난다고 했다. 우리 셋은 펀 다이빙을 갈 수 있을 거라면서 환호했다. 환호하는 우리에게 조나단이 기어코 한 마디 했다.

"펀은 무슨 펀이에요? 장비 메고 5m 수심에서 스킬 연습(PADI 물속 24가지 스킬)하세요?"

세 명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아, 안 돼요!"

어렵게 얻은 펀 다이빙. 규는 감기가 심하게 걸려 다음날 센터에 출근하지 못했다.

두 팀이 펀 다이빙을 신청했다. 한 팀은 블루 홀을, 다른 팀은 타이거 베이 포인트로 간다고 했다. 타이거 베이 쪽은 세 명. 가이드 한 사람으로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했다. 그래서 총 지휘자 마하무드가 J와 나를 블루 홀 쪽으로 배정했다.

블루 홀은 이제 막 어드밴스 교육을 끝낸 초보 다이버들이 여덟 명이나 되었다. J는 계속해서 타이거 베이 쪽으로 간다고 고집을 부렸다(그쪽 팀에 곧 귀국할 친구가 있었다). 마하무드도 그의 고집을 이기지 못했다. 블루 홀 쪽 팀은 마하무드와 내가 책임져야 했다.

그는 내게 가이드 역할을 맡겼다. 총 여덟 명 중에 그래도 깡 수가 있다는 세 명을 내 팀에 넣어주었다. 이들을 이끌면서 앞서가는 마하무드 팀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주로 펀 다이빙을 나가면 센터에서 20~30분간 차를 타고 포인트로 이동한다. 2 깡이 기본이며 블루 홀과 캐넌(Canyon)은 거의 한 묶음이다.

블루 홀보다는 캐넌을 먼저 입수한다. 깊은 수심부터 다이빙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블루 홀 최대 수심이 130m이지만 스포츠 다이빙에서는 25~32m 정도에서 멈춰서 왼쪽 산호초를 보면서 서서히 상승한다. 캐넌은 34m 협곡에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Canyon 34m 아래에서 협고 바라보기.
 Canyon 34m 아래에서 협고 바라보기.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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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넌 입수가 시작되었다. 입수하고 10초나 지났을까. 그래도 펀을 좀 다녔다는 내 팀 남자가 물 위로 떠올랐다. 웨이트 10kg을 찰 정도로 몸집이 있었다. 내가 아무리 '디플'을 누르라고 신호를 보내도, 다가가서 공기통을 눌러줘도 가라앉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손목에 매달린 고프로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앞서 가던 마하무드가 와서 그를 끌어내렸다. 가라앉자마자 마하무드가 가지고 있던 여분의 웨이트 2kg을 그의 공기통에 달라고 내게 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2kg을 각각 BCD 양쪽 주머니에 넣어줬다.

바닥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곱 명은 호버링을 하지 못했다. 모래밭에서 킥을 차서 부유물을 일으켰다. 어서 그곳을 벗어나야 했다. 가이드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곳에서부터 나는 붕붕 떴던 남자만을 온전히 담당해야 했다. 그의 팔짱을 끼고 유영했다. 두 번 떠올랐지만 그를 가라앉혀 무사히 34m 협곡까지 수직 하강했다. 마하무드가 팔로 하트를 만들어 주었다. 다시 그와 수직 상승 성공. 하지만 출수 직전 5m 지점 3분 정지할 때 그가 떠올랐다. 수심이 얕은 곳이라 다시 가라앉기가 힘들었다.
 
 Canyon 산호초.
 Canyon 산호초.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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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무드 보조 호흡기를 사용하는 다이버도 있었다. 마하무드는 공기 게이지를 일일이 다 체크하더니 원래 출수 장소가 아닌 바로 그 자리에서 떠오르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수면에서 BCD에 공기를 넣고 출수 지점까지 헤엄쳐서 갔다.

아, 이 친구들 총체적 난국이었다. 떠오르거나, 오르락내리락하거나, 부유물이란 부유물은 다 일으키고도 사진 찍느라 가이드 신호 무시하는 장난꾸러기 같은…

3. 마하무드의 경고

카페에 도착했을 때 단단히 화가 난 마하무드가 사진기 들고 들어가면 블루 홀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교육시키러 온 것이 아니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센터에 전화해서 가이드 한 명을 더 불렀다.

마하무드는 멀찍이 떨어져서 연거푸 담배를 피웠고 총체적 난국 팀은 그래도 좋다며 수다를 떨면서 점심을 먹었다. 붕붕 떴던 남자는 한쪽 구석 소파에 기대서 그동안 끊었다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나는 그 팀과 마하무드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다이브 마스터 훈련생에게는 'Fun Divning'에서 'Fun'이 'Fun'이 아니라고들 했다. 그 말이 몸서리쳐지도록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내게 한없는 자유를 선사했던 블루 홀. 과연 그곳에 이 팀을 끌고 갈 수 있을까.
 
 블루홀 해안가. 지상은 메말라 있다. 그러나 바닷속은….
 블루홀 해안가. 지상은 메말라 있다. 그러나 바닷속은….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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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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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차노휘는 소설가이자 광주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6년부터 도보 여행을 하면서 ‘길 위의 인생’을 실천하고 있다. 200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얼굴을 보다〉가 당선되었고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소설 창작론 《소설창작 방법론과 실제》, 여행 에세이집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 장편소설 《죽음의 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