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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면서 유럽 역사와 맥주 강연을 들었습니다. 물론 실화입니다. 지난여름 끝자락 어느 날 아침 9시 구례 자연드림파크에서 체코 맥주를 마시며 목사님의 아침 설교를 들었습니다. 이른바 맥덕 목사로 불린다는 고상균 목사가 '맥주와 영성의 어머니, 힐데가르트 폰 빙엔'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증거하였습니다. 

원래 이 특강의 제목은 '금기를 넘어서 시대와 通하는 성경 읽기'입니다. 전국에서 모인 YMCA 활동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고상균 목사가 '맥주와 영성의 어머니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맥주와 영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밝은 호박빛이 감도는 체코 맥주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를 마시면서 강연을 듣고 현장에서 판매하는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를 현장 구매하였습니다.
  
 고상균 목사가 쓴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 겉 표지
 고상균 목사가 쓴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 겉 표지
ⓒ 꿈꾼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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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에서 돌아 온 주말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의 끝 맛을 떠올리며 읽기 시작하여 단숨에 끝을 보았습니다. 지난해 통풍 발병 이후에 맥주를 멀리하였는데, 책을 읽다보니 맥주를 꼭 마셔줘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자꾸 들었습니다.  

맥주 강연과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로 깊은 인상을 남긴 고상균은 "빈둥거리는 시간과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지만 '한신대학원'에서 구약학 박사공부를 하고 있는 진짜 목사입니다. 

맥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천국에 갈 수 있다

그날 강연과 뒤에 읽은 그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마르틴 루터가 남겼다는 인용 문장이었습니다.
 
맥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잠을 잘 자게 된다
잠을 자는 동안은 죄를 짓지 않는다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은 천국에 갈 수 있다
그러므로 맥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천국에 갈 수 있다

마르틴 루터가 한 말이라는 사실을 쉽게 믿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당대 최고의 신학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냥 주당들의 농담 정도로 받아들였겠지요. 
 
마르틴 루터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어쩌면 그가 정말 맥주 애주가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루터의 주량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이 책 제목처럼 유럽 역사를 기독교 역사와 뗄 수 없는 것처럼 맥주 역시 기독교와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고상균 목사는 유럽 역사와 기독교 역사의 흐름이 가장 크게 바뀌었던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그의 개혁 동지이자 아내였던 '카타리나 폰 보라'와 함께여서 가능했다고 강조합니다. 아니 어쩌면 '카타리나 폰 보라'가 없었다면 루터는 개혁을 부르짖다 주저앉은 나약한 신학자이자 실패한 개혁가로 기억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당대 유럽에서 가장 핫 했던 남자, 루터를 남편으로 택한 이후 그리스도교 개혁의 긴 여정 중 힘들어하는 그에게 직접 빚은 맥주를 따라주면 격려했고, 거뜬하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단언하건대 카타니라 폰 보라의 수도원 맥주 양조술이 없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루터는 존재할 수 없었다."(본문 중에서)

'역사상 가장 불경한 결혼', 바로 루터와 봉쇄 수도원 수녀였던 폰 보라의 결혼을 말합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 개혁을 셀 수 없이 제 입에 담았습니다만, 그가 봉쇄 수도원을 탈출한 폰 보라의 지지와 지원을 받아 종교개혁에 나섰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역사상 가장 불경한 결혼의 주인공... 루터와 폰 보라
 
 체코 맥주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를 마시며 고상균 목사의 아침 강연을 들었다
 체코 맥주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를 마시며 고상균 목사의 아침 강연을 들었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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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의 종교개혁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열여섯 살 연하의 아내 폰 보라는 수도원에서 배웠던 양조술을 활용하여 "지금은 루터하우스로 불리는 비텐베르크 옛 수도원 건물에 양조장과 맥줏집을" 열어 생계를 책임졌다고 합니다. 

3녀 3남의 자녀 여섯 명의 조카, 종교개혁에 동참했던 수많은 동지들과 식객들을 거두는 것은 모두 그녀의 몫이었는데, 비텐베르크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를 빚어 양조장, 맥줏집뿐만 아니라 숙박시설, 기숙사 운영까지 확장하는 사업수완을 발휘하였답니다.

지금도 비텐베르크에는 '루터 맥주'를 맛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카타리나 폰 보라가 빚었던 '라거' 맥주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하더군요. 이 책에는 베를린에서 비텐베르크로 다녀오는 여행길과 그곳에 남아 있는 루터와 폰 보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정보들 그리고 멋진 맥줏집들도 소개해 줍니다. 

여러 분 맥주의 4대 기본 재료를 아십니까? 맥주는 물, 맥아, 효모 그리고 홉으로 만들어집니다. 이중에서 가장 역사가 짧은 재료는 쌉싸름한 맛을 내는 '홉'이라고 하는데, 맥주와 영성의 어머니 힐데가르트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는 맥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자는 그녀를 '맥주와 영성의 어머니'로 칭하였더군요. 

1000년 전 젠더 감수성을 드러낸 맥주와 영성의 어머니

고상균 목사는 그녀를 일컬어 최초의 독일인 철학자, 최초의 여성 신학자 그리고 맥주와 영성의 어머니라고 하였는데, 남성 종교 권력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여성들의 독자적인 수도 공간을 세우는 등 이미 1000년 전에 '젠더 감수성'을 드러낸 여성수도자로서 탁월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미사 중 신부, 즉 남성 사제에게만 허락되어 있는 강론을 당당히 펼치기도 했고, 미사에 참석하는 수녀들에게 신부들과 같은 미사복을 착용토록 하기도 했다."(본문 중에서)

신학과 영성뿐만 아니라 작곡, 의학, 생물학, 식물학 등 다방면의 연구를 했던, 힐데가르트는 맥주 연구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마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맥주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니 아무리 잘 만든 맥주도 쉽게 산패되었고 술이 부패되는 것을 막기 위한 첨가물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홉은 따뜻하고 건조하다. 그 특유의 쓴맛 덕분에 홉은 술이 부패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므로, 홉을 술에 넣으면 술이 훨씬 오래갈 수 있다."

홉이 맥주의 빠른 부패를 막아주었다는 것이지요.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홉을 이용해서 맥주의 신선도를 오래 동안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을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맥주에 홉을 사용한 맥주 전문가 힐데가르트는 평생 동안 맥주를 즐겨마셨는데 "맥주를 마시면 배 속이 정화되며 마음이 가볍고 즐거워진다"는 예찬론을 남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주와 교회들의 결탁으로 홉은 쉽게 보급되지 못하다가 힐데가르트의 연구 이후 무려 400년이 지나서야 널리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냉장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장기 보존보다는 개성 있는 맛을 위해 여러 종류의 홉이 사용된다는군요. 쌉싸름한 맥주 맛을 좋아하는 주당들은 힐데가르트 수녀원장을 한 번쯤 기억해주셔야 할 것 같네요.  
한편, 기성 교회에 대한 도전에도 거침이 없었습니다.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파문당한 청년의 장례를 집례하고, 주검을 수도원 영내에 묻힐 수 있도록 하였으며, 남성 사제들에게만 허용되는 강론을 펼치기도 하였으며 수녀들에게 미사복을 착용토록 하였답니다. 

이 책은 맥주와 얽힌 유럽의 역사를 흥미롭게 탐구합니다. 아울러 정치인 노회찬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추도사는 트라피스트 맥주이야기와 이어집니다. 맥주를 팔아 남긴 수익금은 수도원 운영과 사회적 약자를 돕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트라피스트 맥주는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온갖 시련과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겁니다. 정치인 노회찬을 기억하면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사람은 고상권 목사만이 아니겠지요. 

체코 민주화운동의 역사에도 맥주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사회개혁가이자 신학자였던 얀 후스에 얽힌 역사이야기는 그의 고향 보헤미아 지역을 대표하는 '필스너' 맥주 이야기로 이어지고, 국민 1인당 맥주 소비 1위인 체코 맥주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체코 민주화 운동은 맥주 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맥주공장 노동자 출신 대통령 하벨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역사이야기는 예일 맥주의 종주국 영국의 역사와 수도원 맥주로 확장됩니다. 아울러 이 책에는 유럽 여러나라의 다양한 맥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현지의 양조장들과 맥줏집을 소개해줍니다. 아울러 유럽까지 갈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해서는 유럽의 이름 난 맥주를 한국에서 찾아 마실 수 있는 길(맥주 종류, 상호, 위치 등)도 알려줍니다. 

그는 유튜브 '술기로운 생활'을 통해 여러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10여 년 이상 '술과 인문학'을 주제로 시민사회단체와 기업 등에서 강연을 하고 칼럼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구례에서 들었던 강연은 강연대로 책은 책대로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맥주를 더 맛있게 마시고 싶다면 책이나 강연으로 고상균 목사를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맥주잔이 들려 있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

고상균 (지은이), 꿈꾼문고(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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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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