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2019.10.6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2019.10.6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협상 대표로 나선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실무협상이 열린 5일(현지시각) 저녁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이날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김 대사는 "미국이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은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고 빈손으로 나왔다"며 "이번 북미 실무협상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면서 협상 결렬의 원인을 미국의 탓으로 돌렸다.

김 대사는 "우리가 이미 미국측에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명백히 설명하고 시간도 충분히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잘못된 접근으로 초래된 조미(북미)대화의 교착상태를 깨고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다"면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중지, 북부 핵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7개월 만에 재개된 이번 실무협상은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북한의 결렬 선언에 다시 험로를 걷게 됐다.

하지만 김 대사가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리든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든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밝힌 것은 향후 미국 측 반응에 따라 추가 실무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김 대사가 발표한 북측 대표단 입장 전문이다.

이번 조미(북미) 간 실무협상은 조미 수뇌 상봉에서 이룩된 합의에 따라 구상되고 그 사이 여러 가지 난관들을 힘겹게 극복함에 마련된 쉽지 않은 만남이었습니다.

이번 협상이 조선반도 정세가 대화냐 대결이냐 하는 기로에 들어선 관건적 시기에 진행된 만큼 우리는 이번에 조미 관계 발전을 추동하기 위한 결과물을 이뤄내야 한다는 책임감, 미국이 옳은 계산법을 가지고 나옴으로써 조·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협상에 왔습니다.

그러나 협상은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습니다. 나는 이에 대해서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 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습니다.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명백히 설명하고 시간도 충분히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잘못된 접근으로 하여 초래된 조·미 대화의 교착상태를 깨고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습니다.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 발사 중지, 북부 핵 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 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조미 사이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문제해결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이고 타당한 제안입니다.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열다섯 차례에 걸쳐 우리를 겨냥한 제재 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했으며 조선반도 주변에 첨단 전쟁 장비들을 끌어들여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하였습니다.

우리의 립장(입장)은 명백합니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조선반도 핵문제를 탄생시키고 그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 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이번 조미 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수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되살리는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태그:#북미실무협상, #김명길
댓글1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