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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유람선이 오클랜드 시내까지 와서 정박해 있다.
 대형 유람선이 오클랜드 시내까지 와서 정박해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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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Auckland) 도시에서 아침을 맞는다. 시내에서 가까운 곳이라 캠핑장은 밤늦게까지 떠들썩했다. 특히 우리 바로 옆에서 텐트 치고 지내는 젊은 남녀들은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떠들썩한 시간을 보냈다. 한 텐트에서 결혼도 하지 않았을 남녀가 함께 지내는 모습,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오클랜드 시내로 관광을 나선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다. 시내 중심가에 들어서니 빗방울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도로는 여느 대도시와 다르지 않게 자동차와 사람으로 붐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두툼한 배낭을 짊어진 젊은이가 많다는 것이다. 유명한 구찌(Gucci) 상점에 동양계 사람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아마도 중국 사람들일 것이다.

높은 빌딩 사이를 우산에 의지해 비를 피하며 걷는데 한국 식당이 눈에 띈다. 반갑다. 식당에 들어섰다. 이층으로 된 큰 식당이지만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 서양 사람도 많이 보이는 한국 식당이다.

오랜만에 따뜻한 국물이 있는 한식으로 점심을 끝내고 항구를 찾았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유람선이다. 유람선이 시내 한복판에 있는 바다까지 들어와 정박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관광객이 많은 나라 뉴질랜드, 항구 시설이 현대적으로 잘 조성되어 있다.
 관광객이 많은 나라 뉴질랜드, 항구 시설이 현대적으로 잘 조성되어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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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 있는 동네도 들려본다. 잘 정돈된 넓은 공원에 있는 식물이 비에 젖어 생기가 넘친다. 공원에는 규모가 크고 특이하게 디자인한 건물이 있다. 도서관이다. 책 냄새가 가득한 도서관에 들어선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도서관에서 바라본 공원과 해안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도서관에는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의 서적도 비치해 놓았다. 한국 도서도 보인다.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는 뉴질랜드 정부라는 것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도서관이다.
 
 공원 한복판에 있는 도서관. 도서관 옆에는 전쟁에 참가했던 군인을 추모하는 동상이 있다.
 공원 한복판에 있는 도서관. 도서관 옆에는 전쟁에 참가했던 군인을 추모하는 동상이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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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여행의 마지막 아침을 맞는다. 어제부터 내리던 굵은 빗방울은 계속 흩날리고 있다. 오늘은 4주간의 뉴질랜드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날이다. 짐을 챙긴다. 캠핑카도 정리한다. 다른 여행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은 따로 챙긴다. '시원섭섭하다'는 표현, 누가 처음 사용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의 심정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아침은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비바람 때문에 을씨년스럽게 보이는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카페다. 궂은 날씨임에도 사람이 많다. 주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주로 남녀가 짝을 맞추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 카페에는 새들이 거리낌 없이 사람 주위를 배회하며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고 있다.

비행기 시간까지는 시간이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식사와 커피를 마신다. 선착장에는 비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낚시하거나 배를 타고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춥고 비바람 부는 바다에 나가고 싶을까?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고생으로 느끼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고생할 것을 알면서도 여행을 떠나듯이...

  
 뉴질랜드 사람의 바다 사랑(?)은 유별나다. 굵은 빗방울이 흩날리는 날씨에도 바다에 나간다.
 뉴질랜드 사람의 바다 사랑(?)은 유별나다. 굵은 빗방울이 흩날리는 날씨에도 바다에 나간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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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장에 갈 시간이다. 일단 렌터카 사무실에 들렀다. 자동차를 대충 둘러본 직원에게 그동안 정들었던 자동차 열쇠를 반납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다른 운전자에게는 과속 벌금이 있다는 서류를 보여준다. 옆에서 언뜻 들으니 50킬로 속도 구간에서 68킬로로 운전했다고 한다.

여느 국제공항과 다름없이 긴 줄에서 지루하게 기다린 후 출국 절차를 받는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여권을 컴퓨터에 스캔하면서 지나간다. 그러나 컴퓨터로 스캔을 할 수 없는 여권을 소지한 사람들은 다른 줄에서 더 오래 기다리며 출국 수속을 받고 있다. 대부분 약소국가 여권을 소지한 여행객이다.

비행기가 이륙한다. 뉴질랜드를 하늘에서 내려다본다. 숲이 울창한 산들이 보인다. 해안가에 있는 작은 마을이 평화롭다. 비행기에서 또 다른 뉴질랜드 모습을 보며 지난 4주간의 여행을 되돌아본다.

울창한 숲을 산책도 많이 했다. 수많은 폭포와 방풍림이 인상에 남는다. 소, 양 그리고 사슴이 들판에서 한가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동남아에서 보았던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가축이 측은하다는 생각도 했다. 캠핑장에서 많은 여행객과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삶을 엿볼 기회도 가졌다.

비행기 좌석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는다. 조금 고생하며 다닌 여행이었다. 그러나 고생한 만큼 좋은 경험도 했다. 작년에 다녀왔던 중국 단체 여행이 떠오른다. 좋은 호텔에 묵으며 지냈다. 안내자를 따라다니기만 하는 편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다. 산을 걸어서 올라가지 않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가면 예전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틀에 박힌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틀을 벗어나 나만의 삶을 일구고 싶다. 편안함만을 추구하지 않는 삶을 그려본다. 불편하더라도 나만의 여행을 꿈꾸어 본다.
 
 캠핑장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캠핑장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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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그동안 뉴질랜드 여행기를 읽어 주신 독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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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호주 연방 공무원, 외국인 학교 교사 (베트남, 타일랜드). 지금은 시드니에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바닷가 시골에서 퇴직 생활. 호주 여행과 시골의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