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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대사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공고히 하는 관건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의 역사적 조미 수뇌상봉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라면서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이행을 미국에 촉구했다.
▲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중인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대사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공고히 하는 관건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의 역사적 조미 수뇌상봉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라면서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이행을 미국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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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반도에서 평화와 안전을 공고히 하고 발전을 이룩하는 관건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역사적 조미(북미)수뇌상봉과 회담에서 합의 채택된 조미(북미)공동성명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4차 유엔총회에서 한 9분여간의 연설에서 '싱가포르 합의(2018년 6월 12일)' 이행을 강조했다.

싱가포르 합의는 북미의 '새로운 관계 수립'을 강조한 합의문이다. 새로운 관계수립은 북미의 신뢰 구축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은 북미의 새로운 관계(신뢰 구축)를 통해서만 비핵화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비핵화 협상의 출발점을 '싱가포르 합의'로 삼은 것이기도 하다.

김 대사는 이날 "조미(북미) 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조미(북미) 관계가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고 조선반도 정세가 긴장 격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매달리면서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들을 일삼고 있는데 기인한다"라고 미국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동지께서는 역사적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게 필요하고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김 대사는 "우리는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가질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 보고 미국 측과 마주 앉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를 표시했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합의, 북미 신뢰 구축에서 출발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 회담장으로 향하는 김정은-트럼프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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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사는 비핵화의 방법이나 이행과 같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싱가포르 합의'를 강조했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하다.

싱가포르 합의는 4개 항의 공동성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1항은 '새로운 북미 관계수립'을 2항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명시했다. 3항에서야 비로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비핵화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이어 4항은 '(이미 확인된) 유해의 즉각적 송환'과 '(한국전쟁의 미군) 포로·실종자 유해의 발굴을 위해 노력한다'라고 밝혀뒀다.

결국, 북한이 언급한 '싱가포르 합의'란 신뢰 구축을 통한 비핵화이자 그동안 북한이 줄기차게 강조해온 '동시적-단계적 해법''(simultaneously and phased)을 뜻한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도 '싱가포르 합의'를 재차 언급했다. 지난해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도(2018년 7월 6~7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2018년 7월 7일)를 통해 이를 밝혔다.

당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이 싱가포르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일방적·강도적 비핵화를 요구한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에 들고 간 '(일부) 제재 완화 요구' 역시 싱가포르에서 명시한 '새로운 관계수립'에 따른 안이다. 새로운 관계, 신뢰 구축의 증거로 미국에 일부 제재를 완화해 달라는 요청이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북한은 그동안 싱가포르 합의문에 맞춰서 비핵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하노이에서 북한이 제재 완화를 요구한 것도 싱가포르에서 말한 신뢰 구축의 한 방안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한국과 미국도 싱가포르 합의를 언급했다. 지난 9월 23일 뉴욕에서 한 한미 정상회담 이후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라고 발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합의를 기초로 협상해 비핵화 진전을 이루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포괄적 비핵화'만을 강조해온 미국이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는 '싱가포르 합의'를 염두에 둔다는 걸 암시한 대목이다.

"북한, 하노이 트라우마 존재... 미국 생각 정확히 알고 싶을 것"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 역사적인 북-미 정상 만남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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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기준'을 '싱가포르 합의'로 강조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북한은 싱가포르 정신으로 돌아가야 (비핵화의) 답이 나온다고 밝힌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미국도 이미 합의한 건데 미국이 자꾸 딴소리하니까 새로운 북미 관계를 통해서 비핵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다시 미국에 못 박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역시 "김성의 연설은 미국의 기존입장(포괄적 비핵화)을 바꾸라는 요구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법은 말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밝히지 않았다"라고 짚었다.

최 실장은 "하노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북한은 미국의 생각을 확실히 알고 나가고 싶을 거다. 그러니 계속 싱가포르 합의 정신이 북한의 협상 기준이라는 점을 밝히며, 미국의 생각을 묻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18일(현지시각) 멕시코 국경지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이 주장한 '리비아 방식'을 비판하며 "과거 존(볼턴)이 얼마나 서툴게 해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 수도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태그:#김정은, #트럼프, #싱가포르 회담, #북미,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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