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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9월의 한 켠, 서울시 구로구에서는 '예술'이라는 연고로 마음을 아물게 하는 특별한 프로젝트가 열렸다. 연극, 밴드 공연, 국악 공연이 어우러진 특별한 예술 잔치 현장을 찾았다.

지난 9월 20일,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매봉산 자락에 위치한 미소들요양병원. 평소 조용하던 병원이 갑자기 수런거리더니 이내 흥겨운 노랫소리로 가득차기 시작한다. 휠체어를 타고, 간병인의 부축을 받고 병원 2층으로 하나 둘 모여드는 어르신들 앞으로 천연덕스런 표정의 두 배우가 등장한다. 미용실 가방을 들고 어르신들에게 말을 걸고, 머리를 말아주기도 한다. 휠체어에 의지해 공연을 보러 나온 어르신들은 배우들의 넉살에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개봉동 미소들요양병원에서 연극공연을 하고 있는 배우들. 요양병원 어르신들이 관객이 되고, 배우가 되어 즐기는 맛깔나는 공연이 펼쳐졌다.
▲ 2019신나는예술여행_그토록 예술연고 프로젝트 개봉동 미소들요양병원에서 연극공연을 하고 있는 배우들. 요양병원 어르신들이 관객이 되고, 배우가 되어 즐기는 맛깔나는 공연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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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매봉산 자락, 표정 없던 요양병원에 함박웃음을 선사해준 이들은 문화예술협동조합 곁애(대표 조하연)가 '2019년 신나는 예술여행'의 일환으로 마련한 '그토록 예술연고 프로젝트(아래 그토록)' 팀이다. 그토록(그대 토닥이는 눈망울 또로록)은 예술이라는 특별한 연고로 아픈 마음을 보듬는, 지역과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예술 프로젝트이다.

구로구 개봉동의 미소들 요양병원과 오류동 오류시장 일대에서 펼쳐지는 그토록 프로젝트는 지난 9월 20일, 미소들병원 공연을 시작으로 21일에는 오류동 골목에서 두 번째 프로그램이 펼쳐졌으며, 앞으로 12월까지 매달 2회씩 총 8회 진행될 예정이다. 개봉동은 금요일에 공연이 펼쳐지며, 오류동은 토요일에 공연이 열리게 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연극, 밴드 공연, 장수사진 촬영, 해금 공연 등이 진행되는데, 지역별 대상과 공간의 특성에 맞춰 조금씩 다르게 구성된다.

개봉동, 조용한 요양병원이 들썩들썩

9월 20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미소들요양병원에서 열리는 개봉동 그토록 프로젝트는 어르신들을 위한 '장수사진' 촬영으로 문을 열었다. 스튜디오 '프로젝트look'의 강신호, 김시현, 임채혁 작가가 장수사진관을 마련하고, 사전 동의서를 작성한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촬영해 드리는데, 첫날인 20일에만 40여 명의 어르신들을 촬영했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은 입고 있는 환자복 대신 예쁜 한복으로 바꾸어 제작,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소들병원 어르신들을 위해 장수사진 촬영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40여명의 어르신들 장수사진을 찍어드렸다.
▲ 2019신나는예술여행-그토록 예술연고 프로젝트 미소들병원 어르신들을 위해 장수사진 촬영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40여명의 어르신들 장수사진을 찍어드렸다.
ⓒ 강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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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사진 촬영이 마무리 될 때쯤, 병원에 차려진 무대로 연극배우들이 등장하고, 어르신들과 함께 호흡하며 수다스러운 공연히 펼쳐진다. 연극배우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트렘블'이 마련한 연극으로, 소외된 이웃을 찾아서 희망을 전하는 '희희희 미용원'이다. 어르신들은 배우도 되고, 관객도 되어가면서 함께 공연을 즐긴다. 한바탕 공연이 펼쳐지고 나니, 무표정하던 병원에 표정이 생기고,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어르신들이 배우가 되고 관객이 되며 신명나게 어우러지는 공연이 펼쳐졌다.
▲ 2019신나는예술여행_그토록 예술연고 프로젝트 어르신들이 배우가 되고 관객이 되며 신명나게 어우러지는 공연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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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무르익자, 전통악기인 해금을 들고 한 여인이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해금 켜는 은한'이 마련한 어르신 맞춤 해금 공연이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이다. 은한이 때로는 구슬프게, 때로는 신명나게 트로트 가락을 해금에 담아내자 어르신들은 무척이나 즐거워한다. 할머니 앞에서 재롱잔치를 하는 손녀처럼, 묻기도 대답하며 이어진 해금 공연이 마무리 되자, 마지막 순서로 4인조 밴드 '보듬가시'가 등장한다. '보듬가시'는 가시를 보듬는다는 의미로, 시 테라피에서 탄생한 시에 곡을 붙여서 노래하는 시 노래 전문 밴드이다. 어르신들은 처음 들어보는 곡인데도, 박수로 호응하며,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렇게 마무리 된 개봉동 그토록 프로젝트는 앞으로 10월 4일, 11월 1일, 12월 6일 등 세 차례 더 진행될 계획이다.
  
해금 켜는 은한. 어르신들 맞춤형 공연, 해금으로 트롯을 연주하며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 2019신나는예술여행-그토록 예술연고 프로젝트 해금 켜는 은한. 어르신들 맞춤형 공연, 해금으로 트롯을 연주하며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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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토요일에는 오류동 시장 인근의 좁은 골목길에 '그토록 문화예술부스'가 세워졌다. 오류시장 뒤쪽, 드림키퍼즈 지상에 마련된 예술 부스에서는 '드림 찻집'이 열리고, 보듬가시 밴드의 음악공연이 펼쳐진다. 체험 연극과 장수사진 촬영까지 개봉동보다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골목 안에 자리 잡은 '드림키퍼즈' 실내에서는 탈북 청소년 정착기를 다룬 연극 <류명성 통일빵집>이 펼쳐지고, 마을 청년들과 술을 빚으며 마을을 이해하는 '막걸리 인문학'도 매회 마련된다.

오류동 그토록 프로젝트는 앞으로 10월 19일, 11월 16일, 12월 21일 등 세 차례 더 진행될 계획이다. 특히 마지막 행사인 12월 21일에는 오류동 골목골목에 무빙갤러리인 '그토록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시가 되고 문패가 되는 문패시화 전시회부터, 문학이 깃든 시 프로필 사진전과, 성두경 작가 전시회 등이 그토록 문화공연과 결합되어 운영될 계획이다.
 
시를 노래로 만들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보듬가시'밴드. 보듬가시는 시 테라피에서 탄생한 시에 곡을 붙여서 노래하는 시 노래 전문 밴드이다.
▲ 2019신나는예술여행-그토록 예술연고 프로젝트 시를 노래로 만들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보듬가시"밴드. 보듬가시는 시 테라피에서 탄생한 시에 곡을 붙여서 노래하는 시 노래 전문 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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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까지 여섯 차례 남아

그토록 예술연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조하연 대표는 "곁애가 추진하는 그토록 프로젝트는 문학을 비롯한 예술이라는 연고로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아트테라피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문화 프로젝트"라면서, "개봉동과 오류동의 사람과 마을이 이어지고, 마음이 회복되어지는 사람 사랑 프로젝트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토록 프로젝트는 개봉동, 오류동에서 매달 1회씩 진행되며, 12월까지 총 여섯 번의 공연이 남아 있다. 예술 연고를 바르고 어르신들이 표정을 회복하는 현장이 궁금하다면, 개봉동 미소들 요양병원으로, 동네방네 예술이 넘실대는 공간이 궁금하다면 오류동 골목길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함께하다 보면 누구나 예술 연고를 듬뿍 바르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그토록 예술 연고 프로젝트 남은 일정
☞ 개봉동 미소들요양병원 : 10월 4일, 11월 1일, 12월 6일 / 오후 1시 ~ 4시 30분
☞ 오류동 골목 : 10월 19일, 11월 16일, 12월 21 / 오전 10시 ~ 오후 9시

태그:#예술여행, #구로구, #곁애, #그토록, #예술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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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문학가, 시인, 출판기획자 * 아동문학, 어린이 출판 전문 기자 * 영화 칼럼 / 여행 칼럼 / 마을 소식 * 르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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