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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찌 지내십니까?" 오랜만에 만난 친지가 인사를 건넨다. "열심히 걷고, 일주일에 한두 번 인문학강의도 듣고 지내지요." 어딜 걷는지, 무슨 강의가 재미있었는지 얘깃거리가 생긴다. '요즘 어찌 지내시는지?'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해도 비슷하다. 안부를 모르니 달리 인사말이 생각 안 난다.

근황을 알고 있으면 말문 열기가 쉽다. 최근 큰병을 겪은 후배 한 사람은 서각에 취미를 붙였다고 들었다. 마침 기억이 나서 '요즘 얼만큼 배웠느냐?'고 물었다. 후배는 핸드폰에 찍어놓은 최근 작품(?) 사진을 하나하나 열심히 설명해준다. 고무판 서각에서 이제 한 단계 진보해 나무판 서각을 해보니 훨씬 손맛이 좋다고 한다. 취미 이야기는 공감을 얻기 쉬운 소재다.

책읽기 회원을 만나면 말문 열기가 쉬어진다. '요즘 무슨 책 읽고 있느냐?' 물어도 별스럽지 않다. 한번은 젊은 후배에게 요즘 무슨 책 읽느냐고 물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는다. 히가시고 게이고가 쓴 소설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 1백 만 부나 팔린 베스트셀러란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좀도둑 3인조'가 편지 고민 상담을 해주게 되며 빚어지는 에피소드다.

"타인의 고민 따위에는 무관심하고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들이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저자의 말이다.

"일본소설이 한국에서 꾸준히 많이 팔리는 이유를 참 알 수가 없다" 소설가 김종광이 '한국소설에도 희망을'이라는 칼럼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한국소설은 주제와 의미, 대의와 사상을 중요시하는데 일본소설은 극도의 개인주의에 자유분방하다'고 평했다. 송현주씨(인터파크 도서소설 MD)는 '소소한 감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무겁고 진지한 소재라도 극복과정을 섬세하게 풀어내 위로와 공감을 얻어내는 힘이 높다'고 말한다.

공감을 많이 얻어내려면 재미있어야 한다. 요즘 책은 제목부터 재미있다. <너는 이미 기적이다>, <지금 이순간이 나의 집입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는 나대로 살기로 했다>, <내가 모르는 게 참 많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70세 사망법안 가결, 70세 되면 죽어야 한다>. 제목 한 문장으로 주제, 의미, 삶의 지침까지 다 전달한다.

무슨 책이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될까?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라는 책도 있다. "'무슨 책 읽으세요'라는 말이 안부인사가 되는 세상을 꿈꾸는 책 예찬론자" 전병근씨(북클럽 오리진 대표)가 39명의 인터뷰를 엮어 2018년 2월10일 출간한 책이다. 인터뷰이가 다음 인터뷰 대상자를 지목하는 추천 릴레이 방식 인터뷰다. 첫 번째 릴레이 주자가 소설가 김연수(49)다. 그가 읽은 책보다 그가 쓴 책을 찾아 읽어보았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2009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협심증과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은 '코끼리가 심장을 누르는 잠 못 이루는 밤'에서 헤어나기 위해 산책을 시작한다. 가족과 생각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만나면 잡아끌고 길을 걸으며 주저리주저리 얘기를 나눈다. '심장을 누르는 코끼리'는 아니더라도 고통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산책하며 코끼리를 잠재우는 이야기, 여러 차례 읽어도 위로가 된다.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에서 작가 김연수는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데미안>과 <파우스트>와 <설국>을 읽었고 절에서 밤새 1,080배를 했으며 매일 해질 무렵이면 열 바퀴씩 운동장을 돌았다"고 회고한다. 재미있는 얘깃거리는 쉽게 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책속에 길'은 글 쓴 사람이 걸어가며 만든 길일뿐이다. 내가 그 길을 걸을 수 있는가? 내가 걸어가야 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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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글로 쓰면 길이 보인다'는 가치를 후학들에게 열심히 전하고 있습니다. 인재육성아카데미에서 '글쓰기특강'과 맨토링을 하면서 칼럼집 <글이 길인가>를 발간했습니다. 기자생활 30년(광주일보편집국장역임), 광주비엔날레사무총장4년,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16년을 지내고 서당에 다니며 고문진보, 사서삼경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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