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의 마지막 녹음으로 유명한 <애비 로드> 50주년 기념반 표지

비틀즈의 마지막 녹음으로 유명한 <애비 로드> 50주년 기념반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해마다 새로운 형태로 재발매되는 비틀즈 리마스터링 시리즈가 올해도 예외 없이 찾아왔다. 이번에 선택된 주인공은 1969년 발표작 <애비 로드(Abbey Road)>다.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1967년), <더 비틀즈>(1968년)에 이어 후기 비틀즈를 대표하는 걸작 음반 <애비 로드>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3CD 슈퍼 디럭스 버전으로 발매될 만큼 방대한 구성을 자랑한다. (지난 9월 27일자 전 세계 공개)

​50년 전 비틀즈는 1968년 녹음된 곡들을 모아 1969년 5월 무렵 <겟 백>이라는 제목의 음반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용물에 대한 내부 이견이 발생하면서 발매를 보류하고 (이듬해 <렛 잇 비>로 정식 발매) 1969년 2월~8월 사이 작업된 곡들로 신작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애비 로드>였다.

무엇이 달라졌나? 소리 위치의 재배치​
 
 비틀즈의 걸작 음반 < Abbey Road > 뒷면

비틀즈의 걸작 음반 < Abbey Road > 뒷면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이번 <애비 로드> 50주년 재발매의 큰 특징은 악기 소리 위치의 재배치다. 지난 2015년 <더 비틀즈1>에서 초기 인기 곡들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리마스터링이 이뤄졌다. 50년 전 녹음본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소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조지 해리슨의 작품 'Something', 'Here Comes The Sun'이다.

​1987년 첫번째 CD 발매와 2009년 리마스터링 버전에선 저음을 담당했던 'Something' 속 베이스 기타는 오른쪽 채널에 쏠려 들리게끔 처리된 데 반해 2019년 버전에선 보편적인 녹음 방식에 맞춰 중앙으로 소리의 위치를 변경시켰다. 또한 다소 가볍게 처리된 드럼 소리 역시 공간감을 가미해 좀 더 강한 울림을 선사한다.

​'Here Comes The Sun'의 변화는 이보다 더 급격하게 이뤄졌다. 당초 왼쪽 채널에 어쿠스틱 기타, 오른쪽 채널에 메인 및 코러스 보컬을 배치했던 기존 버전들과 다르게 2019년 리마스터링에선 조지의 메인 보컬을 중앙으로 이전시켰고 코러스와 각종 현악기들은 스피커의 좌우 영역을 고르게 활용한다. 중간 부분에선 2대의 어쿠스틱 기타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처리한다.  

조지 해리슨의 강력한 존재감
 
 비틀즈의 마지막 녹음으로 유명한 < Abbey Road > 50주년 기념반

비틀즈의 마지막 녹음으로 유명한 < Abbey Road > 50주년 기념반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애비 로드>의 녹음에서 핵심을 담당한 인물은 폴 매카트니였지만 음반의 유연성을 가져온 인물은 'Something', 'Here Comes The Sun'을 만든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이었다. 각각 수려한 멜로디의 발라드, 경쾌한 기타 팝으로 차별화를 도모한 이 곡들은 기존 비틀즈의 양대 축이던 존과 폴 이상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멤버 4인의 솔로곡 모음집스러웠던 <더 비틀즈>에 비해선 비교적 단일 음반에 걸맞는 조화가 보인다. 물론 존과 폴의 사이 좁혀질 수 없던 감정의 거리감은 여전했지만.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빛나는 'Come Together', 'Oh, Darling' 처럼 블루스 영향을 짙게 받은 곡부터 베토벤 '월광'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Because', 하드 록의 묵직한 여운을 남긴 'I Want You (She's So Heavy)' 등 다채로운 수록곡들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닿던 비틀즈의 현실과 반대되는, 여전히 혈기 왕성한 록밴드 다운 기운을 여전히 내뿜고 있다.

조지 해리슨의 역할 못잖게 <애비 로드>를 듣는 재미를 배가시킨 주인공은 LP 기준 뒷면을 멋지게 장식한 메들리 구성의 악곡 배치다. 폴 매카트니의 주도 하에  'You Never Give Me Your Money'를 필두로 'Golden Sumbers', ''Carry That Weight', 'The End'로 마무리 짓는 구성력은 지금도 혀를 내두를 만큼 경이적이다.

​예측을 불허하는 창작력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비틀즈는 그리 길지 않았던 음악 여정을 중단하며 팬들과의 작별을 고했지만 그 순간 그들은 전설이 되었다.

50년 지나도 막대한 영향력 ​
 
 비틀즈의 주역 폴 매카트니 본인을 비롯해서 영화 예스터데이 OST, 킹스 싱어스, 부커 T & 엠지스 등 수많은 음악인들이 < Abbey Road > 표지를 패러디했다.

비틀즈의 주역 폴 매카트니 본인을 비롯해서 영화 예스터데이 OST, 킹스 싱어스, 부커 T & 엠지스 등 수많은 음악인들이 < Abbey Road > 표지를 패러디했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사진작가 이안 맥밀란이 촬영한 <애비 로드> 표지는 이를 패러디한 각종 음반들이 수없이 넘쳐날 정도로 <애비 로드>는 발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도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 녹음 작업이 이뤄졌고 음반 제목과 이름을 공유한 애비 로드 스튜디오는 영국 런던 방문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비틀즈 4인방을 흉내낸 도로 횡단 사진은 반드시 찍어야할 "인증샷" 모범 사례 마냥 활용된다. 

​한편 같은 시기 녹음되었지만 1969년 <애비 로드> 수록에서 제외된 'The Ballad Of John and Yoko', 'Old Brown Shoes'는 별도의 싱글로 발매되어 빌보드 싱글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인기를 얻었다. 반면 역시 함께 작업을 진행하다가 최종 제작이 무산된 'Come and Get It'은 비틀즈 대신 록그룹 배드 핑거(Bad Finger)에 의해 재녹음되어 역시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 곡들의 데모 버전은 1996년 미공개 녹음 모음집 <앤솔로지3>를 통해 공개된바 있으며 이번 슈퍼 디럭스 버전에도 미공개 아웃 테이크 버전 등의 이름을 달고 수록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비틀즈 애비로드 BEATLES ABBEY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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