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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 한 달 간의 몽골여행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이 있다. 바로 '미래의 몽골' (전 코피온 몽골사업소) 센터장인 자야와의 만남이다. 울란바토르의 바양주르흐 구에 위치한 '미래의 몽골' 은 게르 밀집 지역 아이들을 위해 교육, 복지, 프로젝트 사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NGO단체인 코피온이 사업소였는데, 2014년부터 코피온의 지원을 끊고 몽골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미래의 몽골'로 변경하여 복지, 교육, 문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교육을 통해서 자존감을 향상하고 꿈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사업이다.

전시회에서 다시 만난 '자야'
 
몽골의 NGO단체 '미래의 몽골'에서 활동하는 자야와 아이들
▲ 미래의 몽골 센터장 자야와 몽골 어린이들  몽골의 NGO단체 "미래의 몽골"에서 활동하는 자야와 아이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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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몽골 아이들의 그림 전시가 한국에서 진행됐고, 2회 전시인 <몽골을 그리다> 가 지난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열렸다.

자야의 페이스북에서 전시 소식을 보고 급하게 마지막 날 전시를 보기 위해 마포에 있는 갤러리 위안으로 달려갔다. 이번 전시를 위해 몽골 아이들 4명과 활동가 및 미래의몽골 센터장 자야가 함께 방문했다. 1년 전 몽골에서 만났던 인연이 한국에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2018년 여행했던 몽골의 모습
▲ 몽골의 자연  2018년 여행했던 몽골의 모습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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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미래의 몽골'을 찾으러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광장 앞에서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주소를 보여 주니 잘 몰랐다. 자야에게 전화를 걸어 택시 기사와 통화를 하도록 했다. 가는 길은 도로가 움푹 패이고, 비가 와서 물이 넘치고, 외진 골목이었다. 불안한 마음이 엄습하면서 택시 기사가 혹시 엉뚱한 곳에 내려주면 어떻게 하나 떨기도 했다. 여행자들이 다닐 수 없는 생소한 동네였다. 몽골의 초원과 사막을 여행하다가 바양주르흐 구의 후미진 뒷골목은 낯설기만 했다. 과연 이곳도 몽골이라니. 다행히 벽화가 밝게 그려진 '미래의 몽골' 건물을 찾을 수 있었다.
 
몽골 아이들의 그림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 "몽골을 그리다" 전시회 리플릿  몽골 아이들의 그림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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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국에서 만난 자야 그리고 '미래의 몽골' 아이들은 신이 난 듯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떠나보지 못한 아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한국, 그것도 서울에 온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일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아이들의 작품을 판매도 하여 수익금이 발생하면 개별 아이들에게 지원하게 된다. 작품을 전시한 14살 소녀는 초원의 게르와 밤하늘을 그린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며 기쁘게 웃었다. 앞으로 꿈도 화가라고 한다.
 
'그리다'는 그림을 그리다는 뜻과 함께 그리워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전시회의 제목인 <몽골을 그리다>는 몽골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통해 순수한 몽골을 경험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또한 여행자들이 다녀온 몽골의 사진까지 함께 전시한 자리였다.

 
몽골의 빈민층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 몽골의 빈민층 아이들이 그린 그림  몽골의 빈민층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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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는 최근 아이들과 함께 미니고비 사막을 다녀온 경험을 이야기했다. 사실 몽골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대초원을 누비고, 말을 타고, 가축들과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렇지만 울란바토르 게르지역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중 태어나서 한 번도 여행을 떠나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초원에서 말을 타 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울란바토르는 몽골 인구 전체의 2/3가 거주하는 곳이다. 320만명 중 200만명이 한 도시에 밀집하여 살기 때문에 실업률과 빈곤율은 사상 최대다. 전기, 물, 도로, 교통 등의 기반시설이 취약하다. 겨울이 되면 울란바토르 '게르촌' 에서는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100m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공기가 나쁘다. 칭기스칸이 세계를 재패하고 제국을 만들었던 나라. 그 나라는 우리나라 국토의 15.7배로 크고, 전세계 19위의 국토를 가지고 있으며, 여전히 10대 자원 부국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도시의 빈민층, 극빈층은 늘어만 간다.

자야를 통해 알게된 몽골의 현실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 한국에 온 몽골 어린이들의 모습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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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미래의 몽골'은 어려운 가정과 아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센터장으로 일하는 자야는 자신의 20대를 이곳에 헌신해왔다. 가장 큰 보람은 바로 사람의 변화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꿈을 찾고, 미혼모들이 기술을 배워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일, 책을 읽고 공부를 하여 바른 인성으로 자라나도록 돕는 일, 추위와 고통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 자야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지만 빈곤의 문제를 끊는 핵심은 '엄마'라고 강조한다. 게르촌에서는 아이를 버리고 성노동을 해야 하는 미혼모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자야는 '미래의 몽골'에 몸을 담게 된 걸까?
 
"초, 중, 고등학교를 한국에서 자랐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인도 몽골인도 아닌 채로 10대 시절을 보내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왕따도 당했습니다. 오히려 몽골어도 잘 못하게 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열 아홉 살 2009년 혼자 몽골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의 NGO단체인 코피온에서 삼성증권단기팀이 봉사하러 오는데 한국어 통역이 필요하다고 하여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몽골에서 한국어학과와 관광학과를 공부했어요. 그리고 코피온 몽골지부의 직원이 되었고, 지금은 로컬 NGO '미래의 몽골'에서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자야는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지만, 술을 마시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면서 우울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 때 교회를 다니면서 교회 선생님의 도움으로 사춘기를 잘 보냈던 일이 인생을 변화시킨 계기라고 한다. 집에 들어가기 무서운 아이들, 먹고 사는 것이 힘든 아이들을 위해 센터를 지키면서 10년을 보냈다. 바로 '미래의 몽골'은 자야의 미래이기도 한 셈이다.
 
몽골 초원의 게르도 있지만, 도심 울란바토로에도 게르촌이 존재한다. 도시 게르촌은 극빈층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 몽골 초원의 게르  몽골 초원의 게르도 있지만, 도심 울란바토로에도 게르촌이 존재한다. 도시 게르촌은 극빈층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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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몽골을 그리다> 전시는 KCOC(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의 '하다' 프로젝트의 지원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이 한국으로 오는 경비는 모두 센터의 수익금으로 충당했다. 그림 지도는 몽골의 전통화가인 노르마짜우 작가가 무료로 해 주셨다. 한국에 함께 온 몽골의 화가 노르마짜우는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린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아이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그림을 통해서 새로운 변화를 일구어내는 일이 보람있다고 이야기한다.
 
겨울에 혹한 영하 40, 50도가 넘는 추위와 같은 자연재해 때문에 자신의 전 재산을 잃고 도시로 모여드는 빈민층. 현재 몽골은 실업률 30%, 빈곤율 47%라고 한다. 조드(혹한)으로 가축을 잃고, 고비사막은 사막화가 되어 방목이 힘들어지고 있다. 일용직으로 일하기 위해 울란바토르로 모여들지만 생존의 문제는 심각하다.
 
자야에게 들은 이야기 중 몽골의 현실적인 모습에 충격받았다.
 
"엄마가 10명 아이를 낳았는데 7명이 죽었어요. 아빠가 아이를 때리거나 입양을 보냈어요.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물건들로 게르를 지으면서 살았고, 쓰레기를 주워 먹고 사람들이 살아요. 남편은 알콜중독자이고,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살아가요. 남편이 칼로 위협하는 것을 막다가 손이 반토막 되기도 했어요. 이런 가정을 위해 게르 지원사업을 합니다. 우리는 따뜻한 양털로 게르를 보수해주고, 연료를 지원해 주고, 아이들 교육을 돕습니다. 주민등록증이 없어 학교 못다니고 병원 못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등록증 받을 수 있게 도와줘요."

 
울란바토르 시내 한복판 게르촌은 도시 빈민들이 삶을 이어나가는 곳이다.
▲ 도심의 게르촌 모습  울란바토르 시내 한복판 게르촌은 도시 빈민들이 삶을 이어나가는 곳이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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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세상을 넓게 바라보게 한다. 특히 사람을 통한 배움은 여행 중 값진 경험이다. 1년 전 만났던 자야를 서울의 갤러리에서 마주하게 되다니. 그리고 몽골 아이들의 그림을 통해서 또다시 '몽골앓이'가 시작되었다. 의미있는 일에 삶을 헌신하고 가치를 두는 것은 아름답다.
 
전시를 관람하고 다양한 작품으로 만든 상품(goods)를 구입하고 기부를 했다. 작지만 '미래의 몽골'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자신이 그림을 그리고, 한국에서 전시를 하게 된 아이들은 얼마나 가슴 벅차고 뿌듯할까. 남은 일정은 아쿠아리움과 롯데월드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실을 뛰어넘어 또 다른 꿈을 품게 된 아이들의 얼굴은 빛이 났다. 몽골의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아이들의 내면을 표현한 그림은 가슴 벅찬 감동이었다.
 

태그:#몽골그림 , #몽골을그리다 , #미래의몽골 , #몽골어린이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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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쓰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깁니다. 수원에서 작은 골목책방 "랄랄라하우스"를 운영하는 책방지기입니다. <타로가나에게들려준이야기> <좋아하는일을해도괜찮을까> <맛있는독서토론레시피> <사이판한달살기> <그림책은재밌다> <바람의끝에서마주보다> 등 열세권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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