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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2019과학기자대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과학으로 본 원자력 이슈' 토론회에서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맨 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2019과학기자대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과학으로 본 원자력 이슈" 토론회에서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맨 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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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방사능 누출 사고가 암 발생률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거의 사실이다. 원전은 큰 사고 위험이 작지 않다."(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공학과 교수)

"지구 온난화 위기라면서 갑자기 원전 위험성을 얘기하는 건 어린아이들처럼 감각이 미분화돼 다리를 만졌는지, 무릎을 만졌는지 알 수 없는 거다."(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같은 원자력공학자이면서 각각 '탈원전(에너지전환)'과 '친원전' 쪽을 대변해온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공학과 교수와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26일 과학기자대회에서 맞붙었다. 앞서 두 교수는 지난 6월 한빛 원전 1호기 출력 급증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원전 안전 문제를 놓고 <오마이뉴스>에서 지면 논쟁을 벌였다.

[정범진 인터뷰] "한빛 1호기 사고를 체르노빌과 비교? 무식한 소리" http://omn.kr/1jnct
[박종운 인터뷰] "원전 공포 조장하는 건 '체르노빌'이 아니라 한수원" http://omn.kr/1jpdy

[박종운 대 정용훈] 한국은 '탈원전 국가' 맞나?

이날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9과학기자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끈 주제는 '과학 이슈로 본 원자력 이슈' 토론회였다. 지난 수십 년간 양쪽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해온 주제인 만큼 대회 주최 쪽인 한국과학기자협회에서도 발표자와 토론자 배분에 신경을 썼다.

발표는 '에너지전환' 쪽 박종운 교수와 '친원전' 쪽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가 각각 맡았고, 토론자도 에너지전환 쪽에서는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과 이성호 에너지전환정책연구소 소장이, 친원전 쪽에선 정범진 교수와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나섰다.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2019과학기자대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과학으로 본 원자력 이슈' 토론회에서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에너지 전환 정책과 원자력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2019과학기자대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과학으로 본 원자력 이슈" 토론회에서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에너지 전환 정책과 원자력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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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비판해온 친원전 진영을 겨냥해, 박종운 교수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박 교수는 "한국이 2018년에 건설 중인 원전 용량이 5.3GW(기가와트)로 중국(8.2GW)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많고, UAE에 건설 중인 원전과 합치면 10GW로 세계 1위 수준"이라면서 "한국은 탈원전 선언만 했을 뿐 탈원전 국가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다른 기술과 달리 원자력 비용은 (안전성 보강 문제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승해 원전 지지자들조차 자유 시장 환경에선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원자력에너지기구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원자력이 기후변화 대응 역할을 하려면 늘어나는 비용, 안전과 폐기물 처리에 관한 심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정용훈 교수는 '탈원전 정책'을 '(노후원전) 계속운전 불허'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백지화', '월성1호기 조기 폐쇄'로 규정하고, 재생에너지 대비 원전의 경제성을 고려해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원전 해체에 100조 원 정도 드는데, 탈원전 시기를 조정해 한울 3,4기 건설을 재개하고 20년 계속 운전을 허용하면 한전 매출이 600조 원 정도 더 늘어난다"면서 "지금 원전을 효율적으로 더 사용하는 게 안전이나 사후처리에도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2019과학기자대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과학으로 본 원자력 이슈' 토론회에서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가 '탈원전 정책의 정략적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2019과학기자대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과학으로 본 원자력 이슈" 토론회에서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가 "탈원전 정책의 정략적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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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박종운 교수도 "급진적 에너지 전환 정책은 무리가 따른다"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서로 독립적이면서 보완적으로 가야 하고, 실질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되고 사용후 핵연료 문제가 해결된다면 원전을 일정비율 유지하는 게 기후변화 대책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대 정범진] 원전 안전 문제는 전공자에게?

환경단체를 대표한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도 "지금 정부의 탈원전은 신규 원전을 취소하고 수명대로 원전을 가동하겠다는 하나의 방향이지 현상은 아니다"라면서 "탈원전은 '원전 제로'를 의미하는데, 2080년대 후반으로 전망하고 있고 원전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이 사무처장은 "한국처럼 정부가 정책적으로 특정 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지 않고 시장의 자율에 맡기게 되면 원전의 경제성이 사라진다는 건 전 세계 흐름을 통해 볼 수 있다"면서 "한국에서 원전이 싼 이유는 시장 규제와 정책이 다른 나라와 다르기 때문이지 (재생에너지와) 동등하게 경쟁하면 지금 같은 지위를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이 사무처장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전력안정성 측면에선 서로 보완 관계가 아닌 경쟁 관계"라면서 "일본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속히 증가한 건 30% 비중을 차지하던 원전이 한꺼번에 빠졌기 때문인데, 2040년에도 원전 비중이 20% 유지되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정범진 교수는 "과학을 전공해도 원자력 분야를 전공하지 않으면 (원전 안전성에 대한) 그분 생각은 과학적인 판단이 아닐 경우가 많다"며 "사고나 사망자 숫자,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발생량, 폐기물 양과 독성 등으로 안전 여부를 판단할 텐데, 그렇게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2019과학기자대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과학으로 본 원자력 이슈' 토론회에서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맨 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2019과학기자대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과학으로 본 원자력 이슈" 토론회에서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맨 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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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더 나아가 정 교수는 "원전이 없어지면 행복한 사람이 많아진다, 태양광, 재생에너지도 늘 거고 전력망 안정성 문제로 2차 전지 많이 필요할 텐데, 기후변화를 빙자해 파이를 늘리려는 건지, 정말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며 "온난화 위기라면서 갑자기 원전 위험성을 얘기하는 건 어린아이들처럼 감각이 미분화돼 다리를 만졌는지, 무릎을 만졌는지 알 수 없는 것"이라며 에너지전환 쪽을 겨냥한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정 교수는 '침묵하는' 과학계를 겨냥해 "한 과학(원자력공학)이 이렇게 정권에게 핍박받고 있을 때 모른 채 하는 게 같은 학자로서 타당한가. 야수에게 잡아먹힐 때 가만 보는 초식동물과 같다"라면서 "전문가 사회가 정부 재원에 의존해 연합회니 총회니 유지하다 보니 이제 자기 돈 내고 밥 먹을 생각이 없어져 이런 일 생긴 거 아니냐"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과학기자] "사용후핵연료 제쳐놓고 원전 안전하다는 건 대국민 사기극"

이렇듯 양쪽 진영의 날선 공방을 지켜보던 언론계에서 쓴 소리가 나왔다. 과학전문기자인 이주영 <연합뉴스> IT의료과학부장은 이날 "수십년째 양쪽에서 해법은 내놓지 않고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원전 찬성 쪽은 시민단체가 몰라서 그런 거다, 팩트를 알려주면 달라질 거라는 계몽주의적 사고에 젖어 있고, 반대쪽은 '원전 마피아'라며 (친원전쪽을) 자신의 이익에 매몰돼 전체 사회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양쪽 모두 비판했다.

이 부장은 "원전 찬반 논쟁은 과학 문제가 아닌 소통과 신뢰의 문제"라면서 "전문가 집단이 이렇게 갈라져 자신에게 유리한 팩트만 전달하는 건, 자기 지지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유리한 전략이겠지만 우리 사회가 나가는 데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자력 없이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나? 우리나라가 신속하게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은 없다고 본다. 반대편에서 보면 원전이 진짜 안전하고 깨끗하고 값싼 에너지 맞나? 난 아니라고 본다. 십수 년 전부터 원전의 가장 큰 문제인 사용후 핵연료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문제를 제쳐놓고 원전은 안전하고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라고 하는 건 심하게 말하면 대국민 사기극이다."(이주영 기자)

이 부장은 "지금 정부는 탈원전 정책도 아니고 자연 감소로 원전 비중을 줄이려는 건데 (친원전쪽에서) 갑작스러운 '탈원전'으로 호도해 불안감을 키우는 게 내 눈에도 보인다"면서 "(정부와 원전업계에서) 사용후핵연료 해법부터 내놓는다면 원전 신뢰도 높아지고, 국민이 불안해 하는 것도 원자로 부품 바꿔치기 같이 사람 때문에 신뢰를 잃어서지 (원자력 자체는) 과학적으로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태그:#과학기자대회, #탈원전, #친원전, #원자력, #에너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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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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