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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오로지 돈과 동화 같은 경제 성장 얘기만 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9월 23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렸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참석을 위해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했다.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대책에 소극적인 각국 지도자들을 꾸짖었다. 툰베리의 말처럼 탁상공론은 이제 그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실질적으로 변화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개개인을 넘어서 집단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카페 보틀팩토리는 연희동 한적한 골목에 자리잡은 느긋한 분위기의 카페다. 컵 대여,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방침으로 플라스틱프리,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방문했을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2018년 가을, 보틀팩토리가 '일회용품 없는 일주일'이라는 슬로건을 달고 진행한 '유어보틀위크' 페스티벌은 7개 카페들 간의 공유컵 네트워크라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올해 제 2회 유어보틀위크 페스티벌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보틀팩토리의 이현철·정다운 대표를 지난 20일 만나 보틀팩토리가 그리는 일회용품 없는 일상의 실현 방법을 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
 
 보틀팩토리의 정다운 대표
 보틀팩토리의 정다운 대표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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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틀팩토리의 이현철 대표
 보틀팩토리의 이현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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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해요.

정다운(이하 정) : "저는 원래 회사에서 디자인 일을 했는데 일하면서 일회용플라스틱 컵을 굉장히 많이 썼어요. 어느날 '이렇게 일회용컵을 많이 써도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줄이자고 권유해 봤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관심있 는 친구들과 함께 일회용품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재활용 선별장에 따라가 보기도 했는데,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일단 재활용이 잘 되지 않고 있고, 재활용이 된다고 해도 상품화하는 것 역시 쉽지 않더라고요. 원래 제 목표는 분리배출가이드 제작이었는데,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따릉이 같은 공공 컵 아이디어를 냈고, 작은 실험들을 해보다가 지금같은 카페를 열게 되었죠."

이현철(이하 이) : "2016년에 다운씨랑 오전에만 여는 팝업 카페를 했어요. 직장인이 많은 역 근처라서 그런지, 오전에만 여는데도 일회용컵 사용량이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다운씨가 일회용컵 없이 해보자는 의견을 내서 시도해본 게 시작이었네요. 해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유리병 150개를 지원받았고, 카페에서 그걸 매일 빌려드리고 씻어서 다시 썼어요.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손님들이 멀리서도 오기 시작했어요. 팝업 카페는 4개월 만에 끝났지만 저희한테 유리병이 있다 보니까 행사 대여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확장되어서 2018년에 카페까지 열게 됐네요."
  
 텀블러를 빌려갈 때마다 기록할 수 있는 보틀클럽의 대출 카드
 텀블러를 빌려갈 때마다 기록할 수 있는 보틀클럽의 대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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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회용품을 쓰지 않기 위한 구체적 시도들을 소개해주세요.

 : "행사 때 컵 대여하는 일을 했어요. 각종 페스티벌, 컨퍼런스에 컵이나 텀블러를 대여해드렸고, 그런 행사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나은 방법을 찾게 되었어요. 특히 온종일 하는 컨퍼런스 같은 경우 일회용컵을 일인당 2~3개 정도 쓰는데 텀블러를 사용하게 되니 사용량이 확실히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보틀클럽은 올해부터 시작한 건데요, 텀블러 대여를 작년부터 했지만 기부 받은 텀블러라서 보증금 같은 장치들을 만들지는 않았어요. 필요성을 느껴서 고안한 게 도서관 책 대출 방식이었어요. 도서관이 전자화 되기 전에 쓰던 도서 대출 카드에서 영감을 얻어서 개인별로 컵 대출 카드를 만들어드리고 거기에 텀블러 대여 내역을 기입하기 시작했어요. 동네분들도 좋아하고 반납률도 높아졌어요. 시스템화가 되니까 어떤 분이 많이 쓰는지도 알 수 있고 좋더라고요. 앞으로는 우수 사용자에게는 텀블러키핑시스템도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웃음). 컵 여러 개를 빌리는 경우에는 별도 제작한 캐리어도 빌려드리는데 이것도 사실 동네분들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저희가 반영한 경우예요. 이런 시도들을 할 때 피드백이 바로 보여서 뿌듯하고 재미도 있어요."
    
 여러 개의 텀블러를 테이크아웃할 경우 함께 대여할 수 있는 캐리어
 여러 개의 텀블러를 테이크아웃할 경우 함께 대여할 수 있는 캐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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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되지 않았던 계획들도 있나요?
 : "지연되고 있는 것들은 있어요. 애초에 저희가 생각했던 건 따릉이 같은 '공유 컵 서비스'였어요. 주변 카페들이랑 같이 컵을 공유하고 테이크아웃한 컵을 가까운 카페 어디에나 반납할 수 있는 정말 도서관 대출시스템같은 방식이요. 그런데 보증금제가 걸리면서 카페들마다 결제도 복잡해지고, 앱 같은 인프라도 깔려야 해서 준비하고는 있지만 진행이 더디네요. 장기적인 목표는 컵 세척소예요. 세척 설비도 있어야 하고 배달도 해야 해서 멀리 보고 준비하려고 해요."
  
우리 동네와 나의 일상이 바뀌면서 변화가 시작될 것
  
-제 2회 유어보틀위크가 얼마 안 있으면 시작이네요. 소개 부탁드릴게요. 작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 "2018년 유어보틀위크 페스티벌은 일주일 동안 합정, 상수, 연남, 연희동에 있는 7개 카페와 함께 진행했어요. 텀블러에 테이크아웃을 하면 7개의 카페 중 어느 곳이든 반납할 수 있도록 했었죠.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앞에 텀블러 세척소도 설치했고, 부대행사로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 상영회도 하고 커피 수업, 워크숍, 마지막 날 파티도 진행했었어요.

올해 유어보틀위크의 가장 큰 변화는 기간이 2주로 두 배(9.22~10.5) 늘어났고, 지역은 축소가 된 점이에요. 작년에는 유명한 카페들과 함께 했지만 카페들 간 거리가 있다보니까 손님들이 텀블러 테이크아웃을 실제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행사 취지에 집중하기 위해 지역도 동네로 줄였고 기간도 늘렸어요. 작년의 슬로건이 '일회용품 없는 일주일'이었다면 올해의 슬로건은 '우리 동네에서 시작되는 변화'예요."

 : "거리를 좁히는 대신 떡집이나 빵집, 김밥집 같은 가게도 함께 하게 됐어요. 떡집은 미리 떡을 포장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일회용기 안 쓰기가 쉽지 않은데 2주 동안만이라도 일부 떡은 쟁반에 담아서 미리 포장하지 않도록 요청 드렸고요. 김밥집도 통을 가져가면 담아갈 수 있도록 했어요. 홈마트 같은 경우에도 포장해서 파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천주머니를 가져가면 포장하지 않은 상품을 살 수 있고, 참기름집에서도 기름은 유통과정 때문에 힘들지만 소금이나 깨, 들깨가루는 벌크로 살 수 있어요."

- 유어보틀위크를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시나요?
정 : "저희가 집중하는 것은 경험이에요. 처음부터 다 바꾸고 제대로 된 솔루션을 제공하자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경험을 해봐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에도 일주일 동안 일회용컵을 쓰지 않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목표였고, 이번에도 2주 동안이지만 일회용기에 포장하지 않은 상품을 사고 파는 경험, '이렇게 해도 괜찮네' 라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판매자 분들에게도 '누가 통을 가져오겠어'라고 생각하던 차에 손님들이 실제로 통을 가지고 오고, 감사 인사를 받고 이런 경험들이 쌓이게 되면 앞으로 이렇게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손님들의 입장에서도 살고 있는 동네에서 경험을 해보도록, 이용하면 도장 찍어드리고 리워드를 드려서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 들 수 있도록 설계를 했고요.

유어보틀위크는 동네에서 하는 행사니까 기획 단계에서도 동네 분들과 함께 하기도 했어요. 이 행사의 경험과 가치가 동네 분들 중 몇 분에게라도 가닿았으면 해요. 동네가 바뀌고, 일상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면 힘을 얻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올해는 청년, 동물권,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공론장이 열리기도 하던데 작년이랑 프로그램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이 : "작년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많아졌어요. 원래 청년허브에서 하는 N개의 공론장을 끌고 와서 다른 카페들의 가치관들을 함께 나누려고 해요. 가령 어느 카페의 주인은 페스코인데 이를 실천하는 이유나 방법들을 나누고, 어디 카페는 청년들이 운영하고 있는데 그들의 가치관은 어떠한지 등등 평소 고민하는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려고 해요. 그 외에 공연도 있고, 꿀랩이나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워크숍, 영화 상영회도 준비되어 있어요."
  
보틀 팩토리 내의 판매 제품들 한 켠에서 판매중인 비누망, 허니랩, 스텐 빨대와 솔 등의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대안적 제품들
▲ 보틀 팩토리 내의 판매 제품들 한 켠에서 판매중인 비누망, 허니랩, 스텐 빨대와 솔 등의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대안적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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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구조와 시스템이 바뀌어야

- 제로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와 관련하여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이 있나요?
정 : "생수병이 정말 많이 버려지고 있어요. 외국은 음수대도 많고 텀블러에 물 받기도 좋게 되어 있는 곳들이 많아요. 우리도 그런 스팟들이 많아지면 페트병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카페에서도 물을 담아줄 수 있지 않을까요. 오아시스 같은 개념으로요. 가령 오아시스 스티커가 붙어 있는 카페에서 얼마든지 물을 무료로 제공하면 사람들의 생수병 소비가 줄 것 같아요."

:"처음에 기획할 때는 카페 바깥에 음수대를 만들자고 했었는데 수도관을 빼는 것도 쉽지 않고 해서 생각만 하고 있어요. 산책로나 영화관처럼 사람들이 물을 많이 찾고, 페트병 음료를 많이 소비하는 공간들이 있거든요. 그런 공간에 물을 마시는 오아시스들이 비치된다면 패트병 소비가 많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이현철)

- 여성환경연대가 딱 하고 싶은 일이 그거예요. 오아시스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이면 어떨까요? (웃음) 
정/이 : "시작하게 되면 저희도 꼭 같이 할게요. 오아시스 프로젝트 이름도 괜찮네요. (웃음)"  

- 마지막 질문이에요. 제로웨이스트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요?
: "생수를 사지 말자는 부정형의 메시지보다는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 이런 것들이 좋다는 긍정형의 메시지가 더 강력하다고 생각해요. 텀블러는 무겁고 물도 쏟을 수 있지만 반대로 물도 시원하게 마실 수 있고 환경도 살리는 이런 점들이 더 좋다는 것을 강조하는 거죠. 저희가 유어보틀위크같은 페스티벌을 하는 이유도 일회용품 없이 좋은 경험을 갖는 것이 강력한 메시지가 될거라고 생각해서예요."

 : "생수를 사먹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기업들이 차라리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파는 대신  음수대를 설치하고 용량에 따라 돈을 내게끔 하면 어떨까요. 혹은 게스트하우스나 컨퍼런스 같이 무조건 생수병을 주는 곳들이 있는데 이런 관행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카페 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텀블러를 대여하고 받으면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괜찮게 살아가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보틀팩토리.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시도해보는 모습이 대단했다. 보틀팩토리의 바람처럼 다회용기와 텀블러를 지참하는 생활이 일상이 되고, 어떤 가게에서든지 다회용기와 장바구니만 있으면 쉽게 장을 볼 수 있는 동네가 된다면, 기후위기로부터 조금이나마 지구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기획 / 나는 플라스틱 없이 산다]
① 냅킨 대신 손수건... '테이크 아웃'을 없앤 카페가 등장했다 http://omn.kr/1jm1o
② 교사가 된 문방구 주인이 학생들과 함께 벌인 '엄청난' 일 http://omn.kr/1jtuw
③ 플라스틱 없는 여행, 그 '즐거운' 불편 http://omn.kr/1ke9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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