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책집 앞에서
 책집 앞에서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광주 <책과 생활>
광주 동구 제봉로 82번길 13-11, 2층 
070.8639.9231 
https://www.instagram.com/chaekand


나라 곳곳에 작은 책집이 고개를 빠꼼 내밉니다. 때로는 제법 커다란 책집이 기지개를 켭니다. 자그마한 책집은 마을 한켠에 참말로 "고개를 빠꼼" 내미는데요, 왜 고개를 빠꼼인가 하면 참말로 조그맣게 조용하게 태어나거든요.

어쩜 이 자리에 책집을 여는가 하고 여길 만합니다. 이런 곳에도 책집을 열 수 있나 싶기도 해요. 그렇지만 마을책집은 자리를 아랑곳하지 않아요. 더 좋은 목이라든지 사람이 더 많이 드나드는 길목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뿐사뿐 걸어서 즐겁게 찾아갈 만한 마을'에서 새롭게 이야기를 열려고 해요.

지난날을 생각해 봅니다. 지난날에는 그야말로 좋은 목이 아니라면 책집을 열기 어렵다고들 여겼습니다. '찾아가기 쉬운' 곳이어야 한다고 여겼어요. 오늘날에는 '찾아가기 쉽거나 어렵거나' 딱히 따지지 않습니다.

아무렴, 그렇지요. 모든 곳은 저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예요. 도시라는 테두리에서 어느 곳은 '한복판'이거나 '언저리'일 테지만, 마을이라는 눈에서는 모든 곳은 저마다 다르게 이야기가 흐르는 즐거운 자리입니다.
 
 창가 책꽂이
 창가 책꽂이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곁에 조그맣게 책집 <책과 생활>이 있습니다. 이렇게 커다란 곳 곁에도 책집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광주 시내버스를 타고 찾아가면서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을책집 곁에는 마을가게(구멍가게)도 있고, 과일집도 있고, 머리집도 있습니다. 찻집도 있고 빵집이나 중국집이나 꽃집도 있어요.

아하, 그렇지요. 책집은 마을에 있는 여러 가게하고 어깨를 겯습니다. 마을에 숱한 가게가 있으면서 아기자기하게 마을살림을 이루는데, 이 가운데 책집 하나는 '숲에서 온 나무로 엮은 종이'에 이야기를 담아서 마을사람한테 다가서는 쉼터로구나 싶습니다.
 
 이런 책 저런 책
 이런 책 저런 책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책집에서
 책집에서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접고 접어서 빚은 <박쥐통신 1>(한일박쥐클럽, 2018.10.)라는 책이 재미있습니다. 이처럼 가볍고 단출하게 책 하나를 빚어도 좋네요. <박쥐통신> 둘째 이야기는 언제 나올 수 있을까요.

시골에서 살며 손수 쑥잎을 덖어서 잎물을 누립니다. 쑥잎이든 찻잎이든 어떻게 잎을 훑고 덖으면 되는가를 알려주는 자리가 드뭅니다. 그래도 이곳저곳을 살피고 찾아내었는데요, <아홉 번 덖음차>(묘덕, 담앤북스, 2018)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찻잎을 덖는 길을 알려줍니다.
 
 책집 한켠
 책집 한켠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이런 책을 진작 알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지만, 늦게 알았어도 반갑습니다. 더구나 <아홉 번 덖음차>는 다룸새만 들려주지 않아요. 아홉 번에 걸쳐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도 들려주지만, 이에 못지않게 '찻잎이 되어 주는 나뭇잎이나 풀잎을 손으로 만지는 넋하고 숨결'을 곰곰이 보면서 이야기를 엮어요. 손길 하나에 사랑을 담을 노릇이요, 불길을 다스려 찻잎에 얹을 노릇이며, 눈길이 꿈길이 되도록 건사하는 몸짓으로 덖음질을 마주하라고 알려줍니다.

꽤 궁금하던 바닷자락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문어의 영혼>(사이 몽고메리/최로미 옮김, 글항아리, 2017)을 만납니다. 그래요. 문어하고 오징어한테도 넋이 있지요. 넋이 없는 목숨이란 없어요. 문어나 오징어는 '사람들이 잡아서 먹는 밥'이기만 할 수 없습니다. 바닷자락에서 살아가는 숨결이지요. 멸치나 꽁치도 그래요. 그냥 물'고기'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손쉽게 '물고기'라 이르지만, '먹이(고기)'로만 본다면 이들 바닷자락 이웃한테서 아무런 이야기를 못 들어요.

마땅한 소리입니다만, 나락 한 톨에도 넋이 흐르기 마련입니다. 콩 한 알에도 넋이 흘러요. 깨알에도, 강아지풀에도, 모든 들풀하고 나무에도 넋이 흐릅니다.

마을책집 <책과 생활>은 과일집 옆 건물 2층에 있습니다. 길 쪽만 보고 걸으면 자칫 놓칠 수 있습니다. 해가 한결 잘 드는 2층에 깃든 <책과 생활>이라 창가에 놓은 꽃그릇은 햇볕을 듬뿍 머금습니다. 햇빛이 그윽하게 스미면서 조용합니다. 책시렁이며 책꽂이 곁을 가붓하게 거닐다 보면 우리 마음으로 살짝 젖어들려 하는 책을 한 자락 만날 만해요. 마을에서 책을 만나고, 마을에서 이야기를 느끼고, 마을에서 나들이를 즐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s://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