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종료를 향해 치닫고 있는 2019 KBO리그 최대의 화두는 바로 선두 다툼이다. 지난 8월 중순, SK 와이번스가 2위와의 격차를 6.5경기차로 벌리며 1위 독주 태세를 이어갈 때만 해도 올해 정규리그 우승 레이스는 그대로 끝난는 듯 싶었다.

하지만 시즌 막판 SK의 급격한 추락으로 인해 시즌 종료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현재, 정규시즌 우승팀의 향배는 안개 속에 빠졌다. 
 
 벼랑 끝에 몰린 SK를 구한 에이스 김광현

벼랑 끝에 몰린 SK를 구한 에이스 김광현 ⓒ SK 와이번스

  
마치 2년 전 이맘 때를 떠오르게 하는 형국이다. 2017시즌 내내 선두를 수성하던 팀은 KIA 타이거즈였다. 후반기 이후 두산 베어스가 급격한 상승세를 타며 무서운 기세로 2위까지 치고 올랐다. 선두 수성에 위협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KIA 타선의 중심인 최형우는 "6경기차는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로 그렇다. 1~2경기차 줄이기도 쉽지 않은 선두 경쟁에서 무려 6경기차를 뒤집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당시 두산은 후반기 질주를 통해 승차를 순식간에 좁혀갔다. 1위를 내줄 위기에 몰린 KIA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것은 시즌 마지막 날 더블헤더를 모두 이기고 나서였다.

올시즌 두산도 2년 전과 마찬가지로 필사의 추격전을 보이고 있다. 어느새 2위 두산과 SK의 승차는 1경기차로 줄었다. SK로서는 설상가상으로 두산과의 시즌 상대 전적에서 7승 9패로 열세가 확정됐기 때문에 두 팀이 동률로 시즌을 마친다면 정규리그 우승은 두산의 몫이 된다.

▲ 2019 KBO리그 팀순위
 
 2019 KBO리그 팀순위(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19 KBO리그 팀순위(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이런 상황에서 SK는 9월 15일 이후 시작된 6연패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24일에는 외국인 에이스 산체스가 통신 라이벌 kt 위즈를 상대로 연패를 끊어내기 위해 나섰지만 불펜진의 난조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kt 선발이 고졸 신인 손동현이었기에 승부추는 SK로 많이 기우는 매치업이었지만, SK는 도리어 패배를 당하며 이날 무승부를 기록한 두산과의 격차가 1경기로 좁혀졌다.

6연패를 당하는 시점에서 25일 삼성을 상대로 선발 중책을 맡은 것은 에이스 김광현이었다. 타선의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라 선취점을 내줘서 끌려간다면 SK는 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운드에서 선 김광현은 팀을 둘러싼 패배의식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힘찬 투구를 이어갔다. 공 1개를 던질때마다 김광현은 큰 소리로 기합을 넣으며 투구했다. 위력적인 구위와 김광현의 정신력이 합쳐진 이 날의 투구는 삼성 타자들이 공략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김광현은 혼신의 103구로 7이닝을 5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타선은 정의윤의 선제 솔로홈런 이후 침묵했지만, 김광현에 이어 5선발 문승원과 마무리 하재훈이 8-9회를 무실점으로 막으며 SK는 귀중한 1승을 추가했다.

긴 연패를 끊어낸 25일 SK의 승리는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같은 날, 두산이 사직에서 롯데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기에 만약 SK가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면 매직넘버가 두산에게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승차가 좁혀지며 마음이 조급해진 상황이지만 SK 벤치와 선수단이 명심해야 할 점은 여전히 SK에게 매직넘버가 있다는 점이다. SK는 남은 4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한다면 정규리그 우승을 자력으로 확정지을 수 있다. SK가 전승을 거두면 두산이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긴다고 해도 따라잡을 방법이 없다.
 가장 중요한 순간 에이스 진면목을 보인 SK 김광현(출처: KBO야구카툰)

가장 중요한 순간 에이스 진면목을 보인 SK 김광현(출처: KBO야구카툰) ⓒ 케이비리포트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심리적으로 쫓긴 SK는 정규리그 1위팀 다운 경기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팀의 상징인 에이스 김광현이 보여준 혼신의 역투는 부진에 빠진 팀을 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광현은 지난 해 한국시리즈 최종전인 6차전 막판 팀의 우승을 위해 자진해서 마무리로 등판해 직접 우승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바 있다. 당시 SK 불펜 투수들은 팽팽한 동점 상황에서도 뒤에 김광현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든든했다는 소감을 남긴 바 있다. SK에게 있어 김광현의 존재감은 단순한 선발 에이스 그 이상으로 볼 수 있다.

매직넘버 4를 남겨둔 SK는 26일 목요일 휴식일을 가지고, 27일 금요일부터 정규리그 우승을 위한 마지막 4연전에 돌입한다. 에이스의 역투를 바탕으로 6연패를 끊어낸 SK가 1위팀 다운 경기력을 회복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조기에 확정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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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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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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