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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의 재개발 아파트 공사 현장.
 서울 은평구의 재개발 아파트 공사 현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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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이 위축되면 집값은 오를까.

최근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부동산업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의 우려는 "부동산 규제를 풀어야 한다"로 귀결된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주택 통계를 보면, 주택 공급이 많았던 시기에 집값 상승세가 오히려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09~2018년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통계를 보면, 주택공급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 규제가 풀리고, 서울 재건축 아파트들이 본격 분양을 시작하면서. 주택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때다.

2015년 전국의 주택인허가 실적은 76만 5328호였다. 2009~2018년 연평균 공급량(55만 5912호)과 비교해도 20만 호 이상 많다. 이 기간 수도권은 40만 8773호, 서울도 10만 1235호의 주택인허가가 이뤄졌다.

부동산업자들의 주장대로라면, 공급이 늘면서 집값은 안정돼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로 돌아갔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공급이 최대치였던 2015년 전국의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3.5%, 수도권은 4.4%였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주택공급량이 최대였던 2015년, 집값은 오히려 급등했다.
 주택공급량이 최대였던 2015년, 집값은 오히려 급등했다.
ⓒ 한국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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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4.6%로 전국 평균치를 훨씬 앞질렀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의 주택 매매가격은 5.2%나 올랐다. 주택 공급이 늘었지만, 집값은 전혀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주택 공급이 가장 적었던 때는 어땠을까? 부동산업자들의 말에 따르면,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집값은 폭등해야 한다. 하지만 주택 공급이 줄었던 때 역시, 업자들의 논리와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2009년부터 2018년 기간 중 주택 공급이 가장 적었던 해는 2009년이다. 당시 전국의 주택인허가실적은 38만 1787건에 불과했다. 2009~2018년 연평균 공급량이 55만 5912호인 것과 비교하면 17만 호 가량 적다.

주택 공급 적었던 2009년, 집값은 오히려 안정세

그런데 집값은 안정세였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2009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1.5%였다. 2015년 매매가상승률(3.5%)보다 2%포인트 낮은 수치다. 수도권의 집값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수도권 지역의 매매가 상승률은 1.2%, 서울도 2.7% 수준이었다. 2015년 집값 상승률(수도권 4.4%, 서울 5.2%)과 비교하면, 3% 포인트 가량 낮은 수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 이론에 따라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있는 내용"이라면서 "지난 2015년 이후 주택이 과잉공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이 공급됐는데, 집값은 전혀 잡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이어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는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라 개발이익을 더 가지려는 사람들의 주장"이라며 "재개발 아파트는 이제 투기 상품화돼서, 새 아파트를 더 짓게 해주면, 기대이익이 반영돼,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고 밝혔다.

 

태그:#주택,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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