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편집자주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는 일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위해 '페미노동아카데미' 를 운영합니다. 올 2019년은 페미노동아카데미 '시즌3'를 맞이하여?"독립생존을 준비하다"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독립된 주체로 지속가능하게 노동하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5회의 연속강의를 마련했습니다. 2강 <페미니스트가 움켜진 노동자 건강권(강사: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정진주 위원장)> 후기를 한국여성노동자회 영영페미 소모임 '페미워커클럽' 호락의 글로 전합니다.
[편집자말]
삼십대에 들어서며, 내 건강염려증은 더 심해졌다. 3년 전, 방광염 때문에 병원을 다녔는데, 항생제를 먹어도 증세가 좀처럼 낫지 않았다. 차츰 만성이 되어, 내 몸의 디폴트 불편함이라고 새기게 되었다.

그 당시 직장에서는 한번 앉으면 2~3시간은 꼼짝 앉아 각종 전화와 이메일, 메신저로 일해야 했다. 오래 앉아, 화장실에 자주 가지 못했다. 오전에 한번, 오후에 두 번 화장실을 가게 되어 물도 안 마시며 일을 했다. 오피스텔 형태에 사무실이라, 내부 화장실을 가면 온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렸다. 그래서 직원들은 바깥에 있는 공용 화장실에서 용무를 처리했다.

그 때 소변을 참는 게 버릇이 되어, 방광염은 만성이 되었다. 방광염 때문에 병원에 다닌다고 이야기 했을 때, 신기하게도 동료들은 방광염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방광이 약하게 타고나서 병에 걸린 것인지, 근무지의 환경 때문은 아닌 건지 생각했다. 그러다 주변에 크고 작은 병치레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개인의 타고난 질병일까, 일터에서 얻은 병일까?'로 차츰 생각이 넓어졌다. 허리나 목 디스크와 같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시술이나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 이번 '페미가 움켜진 노동자 건강권' 강의를 들으며, 인사이트와 팁을 얻을 수 있었다.
 
 <페미니스트가 움켜진 노동자 건강권> 이란 주제로 강의를 진행 중인 정진주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장.
 <페미니스트가 움켜진 노동자 건강권> 이란 주제로 강의를 진행 중인 정진주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장.
ⓒ 한국여성노동자회

관련사진보기

 
우리에겐 '충분히 아프고 회복할 권리'가 필요하다

강연자 정진주 선생님은, WTO의 정의를 인용하여,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건강할 권리'가 있다면, 반대로 '아플 수 있는 권리'도 있다고 하셨다. 이 부분이 많이 와 닿았다. 현재 건강하지 않아도, 회복중인 사람이나 장애인이 사회에서 충분히 편안히 아프고, 돌봄을 받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점이었다. 우리 사회는 기능(function)하는 사람만을 디폴트로 구성한다. 신체가 건강하여 계단으로만 이동하고, 시력에 문제없어 점자블록은 필요 없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이동권이 보장된다. 그로 인한 소외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고, 그 약자를 위한 배려는 당연하다는 인식도, 정책도 부재하다. 최근 장애인들이 이동권 시위를 했을 때, 비장애인 시민들이 보인 반응에 충격을 받았다. '장애인이 왜 외출을 하냐'부터 시위로 인해, 자신의 이동시간이 지체되는 것에 화를 내며 시위자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가했다는 기사 내용에 안타까웠다. 약자를 소외하는 정책에 길들여지면, 배려하는 공감능력도 상실하게 되는 것 같았다. 누구나 다쳐 목발을 짚을 수 있고, 휠체어를 타야 하는 상황은 겪을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강의를 들으며 건강이 한 개인의 타고난 체력과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사회적 제도로 '충분히 아프고 회복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본적이라고 누려온 것들이 다른 사람에게도 기본인지 눈여겨 볼 필요를 느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관련사진보기

 
페미니즘 X 건강권이 필요한 이유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높다는 건, 언론과 각종 매체에서 다루어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의에서 유병기간도 더 길다는 점을 알고 놀랐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지만, 오래 아프다는 것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임금격차, 채용차별 등으로 여성이 빈곤에 처하게 되는 것에서 쉽게 예상할 수 있었지만 수치로 보는 팩트에 암담했다. 이러한 점에서 건강권을 고려할 때, 젠더 관점의 필요를 절감했다.

산재율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위험한 일, 굵직한 재해에 의해 사망까지 이르는 비율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걸 알게 되었다. 최근 비정규직 용역으로 고용되어 혹사당하다 사망에 이른 노동자 통해 김용균씨나, 구의역 스크린도어 김군 등의 사고는 뉴스를 통해 접해왔다. 노동환경과 고용의 개선이 시급한 것이다. 더 이상 누군가의 목숨값으로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다만 산재율(산재신청을 한 뒤 산재라고 인정되는 비율)에 있어서 정규직 남성이 70%인데 반해, 비정규직 여성은 51.7%에 그치는 것이 의아했다. 심의건수 자체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신청하는 비율도 4배 가까이 높은 것도 기이하다. 남성은 여성보다 정규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고, 산재도 신청을 많이 한다. 반면, 여성은 비정규직 종사자가 많고, 산재 신청도 적다. 여성의 일이 단순하고, 편하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집에서 하는 돌봄노동의 성격을 지닌 일을 직업으로도 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적 고통을 일상의 것으로 치부하는 건 아닐까? 란 물음이 생겼다.

불평등한 건강권,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건강은 확실히 불평등하다. 학력이 낮을수록, 소득이 적을수록 사망률이 높다. 선진국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자살율이 낮아지는 데 반해, 한국은 자살율이 높아진다. 성장 위주로 분배정책은 늘 다음으로 미루어진 탓일까?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유해지는' 시스템의 문제다.

한국은 자살율 1, 2위를 다투는 국가이며, 소득불평등이 매우 높다. 최근, '21세기 자본'으로 명성을 얻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역시, 이번 신간에서 불평등을 막는 노력의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여성 노동자로서, 주택정책, 사회정책 등에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계속 입김을 불어넣고, '한국여성노동자회'와 같이 임금차별이나 돌봄노동자의 권리 운동을 하는 곳에 힘을 보탤 필요를 느낀다.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는 것들에 서로 연대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 제기하거나 하는 사람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또 사회적 차원에서 정부, 공공기관, 정책처에 관여하면서도, 개인적 차원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기력을 지키고, 증진시켜서 유지 해나가며, 잘 놀고, 안전한  보호망을 구축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가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하는, 건강한 노동의 질을 꿈꾸며 마무리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운동을 하는 여성노동운동 단체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