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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문학도 아니고 자기계발서도 아닌, 그렇다고 에세이라고도 할 수 없는 모호한 책이었다. 그렇다면 책 그 자체에 대한 설명보다 책을 집필한 필진에 대해 말해야 할까. 어느 길로 가야할지 서두부터 명확하지 않다.

책 제목은 <맨땅에 제조>. 필진은 모아컴퍼니라는 디자인 기반 스타트업 기업이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디자인 밖에 없던 이들이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던 맨땅에서 본인들의 디자인을 제품으로 만들어 나간 과정을 담고 있다. 생산과 상관없던 디자이너들이 일구어낸 제조 및 생산 고군분투기랄까.
 
맨땅에 제조 제목 그대로, 제조와 상관이 없던 디자이너들이 고군분투 해 가며 자신들만의 제품을 만든 과정을 담았다. 제품이 결국 출시 되었기에 결과는 해피엔딩이지만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수 많은 시행착오와 고군분투를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맨땅에 제조 제목 그대로, 제조와 상관이 없던 디자이너들이 고군분투 해 가며 자신들만의 제품을 만든 과정을 담았다. 제품이 결국 출시 되었기에 결과는 해피엔딩이지만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수 많은 시행착오와 고군분투를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이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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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아일랜드라는 무선 충전기 제품은, 넘쳐나는 전자기기들을 위한 나만의 무선 충전 섬을 상상했던 어느 디자인 전공 대학생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패기 넘치는 디자이너의 상상이 현실이 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결국 이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누군가의 일상에서 매일같이 소비자의 필요에 맞춰 호흡하는 상품이 되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상상일 뿐더러, 그것을 이뤄가는 과정 역시 누군가에겐 별 의미 없었을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이렇게 콘텐츠가 되었다. 유형의 제품과 무형의 콘텐츠 모두를 생산한 이들을 과연 무어라 부르며 규정지어야 할까. 디자이너와 생산자, 그리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넘나드는 이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PART 1에서는 이들이 졸업 후 창업을 결심하게 되기까지의 계기와 함께 본인들의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변모시킨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PART 2에서는 본격적인 사업 시작과 함께 이들이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생산과 제조라는 분야에 뛰어들게 되며 필연적으로 겪어야만 했던 고군분투기를 담았다. PART 3에는 제품의 생산 이후 판매와 홍보에 대한 경험을 적어 놓았다.

결국 디자인과 아이디어만이 전부였던 단 4명의 젊은이들이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나름 번듯한 상품을 생산하고 출시하게 되었는지, 그 총체적인 경험을 책에 녹여냈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요즘 트렌드와 세상의 변화에 부합하는 기업이라 느꼈기에 이전부터 그 행보를 지켜보고 있던 터였다. 디자이너와 생산은 좀처럼 접점이 없는 단어들이 아닌가, 지금까지의 통념으로만 본다면 말이다.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하면 되었던 세상이었다. 생산은 생산 담당 직원의 몫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하나의 역할만을 담당하면 무탈하던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업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지고 있다. 디자이너가 생산을, 그리고 콘텐츠를. 반대로 생산자가 마케팅을, 그리고 디자인을 충분히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구분 짓던 높은 벽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 이미 그 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 하나의 역할만을 담당하면 무탈하던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업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지고 있다. 디자이너가 생산을, 그리고 콘텐츠를. 반대로 생산자가 마케팅을, 그리고 디자인을 충분히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구분 짓던 높은 벽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 이미 그 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 macmillan by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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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시대는 우리 모두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혹은 그래야 한다고 난 여전히 믿는다. 우리 모두 기획자요, 마케터이자 영업맨이어야만 한다. '이건 제가 해오던 일이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변화의 보폭에 맞춰 걷기가 점차 힘겨워지게 되리라.

깨어있는 생각과 열린 사고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론 더더욱 중요한 성공의 요소가 될 것이다. 디자이너임에도 낯선 제조업에 기꺼이 뛰어든 이들의 경험이, 누군가에겐 미련하고 시간낭비처럼 보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마치 정답과도 같은 행보가 아닐까.

디자이너, 생산자 그리고 콘텐츠 크리에이터까지

어찌보면 이들은 수 많은 여러 스타트업 기업들 중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범한 이들을 비범하게 만드는 건 다름아닌 표현의 수단이 아닐까. 이들은 본인들의 시행착오가 하나의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음을, 그것의 유의미함을 아는 사람들이다.

기존의 디자이너로서의 능력에 하나 하나 배워가며 쌓아가고 있는 생산자로서의 역량,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의 면모까지 점차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예전엔 세 팀이 필요한 일을 이들은 하나의 팀이 모든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 자발적인 동기와 필요를 통해서라는 것 역시 엄청난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릴 수 있음은 물론 홍보 및 마케팅까지 의도할 수 있다. 다재다능하다고 해야할까, 재미난 건 이들이 처음부터 다재다능한 건 아니었다는 점이다.

기존 제조 쪽 종사자들에겐 별다른 신박함 없는 내용이 될 수도 있겠다. 본인들이 늘상 하던, 평범한 제조 업무 프로세스를 나열해 놨다고 여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같은 디자이너들에게, 혹은 창업을 꿈꾸는 젊은 대학생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등대처럼 활용될 수 있겠다.

예전엔 기술과 노하우라 노출하고 공유하길 꺼려했던 정보들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나만의 디자인을 제품화해 나가는 과정을 선명히 지켜볼 수 있다. 이 책을 만들었던 이들에겐 맨땅이었으나, 이제 다른 누군가에겐 적어도 맨땅은 아닐테니. 필진들의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겐 타산지석이, 청출어람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책을 통해 말이다.

업의 본질과 그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 바로 이 모아컴퍼니와 같은 기업을 보고 있자면 그런 생각에 점차 확신이 더해진다. 디자이너들이 제조에 직접 뛰어들고, 직접 출판을 통해 독자를 찾아간다. 나의 경험이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되고 그것의 파급이 나에게 더 큰 기회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누군가에겐 등골 서늘한 위기감이 되고, 다른 누군가에겐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때문에 책을 완독한 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권면해보고 싶다. 흘러가고 있는 세상의 변화가 본인에게 위기일지, 혹은 기회일지. 차분히 자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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