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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정사 적광전
 월정사 적광전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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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에 가다

나는 해마다 대여섯 차례 이상 오대산 월정사에 간다. 그 까닭은 월정사 지장암 옆 수목 장에 조상 네 분을 모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어른 기일, 그리고 추석이나 설 명절 전에는 으레 찾아가기 마련이다. 그밖에도 푹 쉬고 싶을 때나 중요한 글을 집필할 때는 한 달 정도 그곳 명상관 선방에서 머물기도 한다.

명절을 앞둔 날이었다. 그날 산사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새벽 예불을 보고자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예사 때처럼 시외버스를 타고 진부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자 막 월정사 행 순환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대합실로 가서 시간표를 보자 다음 차는 1시간 10분 지난 뒤에 있었다.

그때 두 여인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처사님! 월정사에 가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희도 월정사를 가는데 버스를 놓쳤습니다. 택시로 가려고 하는데 같이 합승하시겠습니까?"


나도 마침 낭패한 뒤끝인 데다가 다음 차로 가면 저녁 공양시간에 늦기에 그 제의가 무척 반가웠다.

"그럽시다."

우리 세 사람은 즉석에서 뜻이 맞아 거기서 조금 떨어진 진부 택시정류장으로 갔다. 두 여인은 택시 기사에게 월정사까지 어느 정도의 요금이 나오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기사는 1만 8천원 정도 나올 거라고 대답했다. 두 여인은 각자 지갑에서 돈을 꺼낸 뒤 나에게 자기들 몫이라면서 1만 2천원을 건넸다. 나는 그 가운데 1만원권 한 장만 집었다. 

"다 받으세요. 셈은 셈이니까요."
"그만 됐습니다."


나는 굳이 나머지 돈은 사양했다. 나는 택시 앞자리에 앉았고 두 여인은 뒷자리에 앉았다. 곧 택시는 쏜살처럼 달리더니 10여 분 뒤 월정사주차장에 우리 세 사람을 내려 주었다. 거기서 택시비를 지불한 뒤 네 사람 모두 덕담 후 헤어졌다.

나는 예사 때처럼 곧장 월정사 원주실로 간 뒤 원주보살님으로부터 그날 밤 묵을 방을 배정받았다. 내 방에다 여장을 풀고 먼저 공양 간으로 갔다.
 
 월정사 어귀 일주문
 월정사 어귀 일주문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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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하십시오

거기서 저녁공양을 거지반 마칠 무렵이었다. 그때 조금 전에 같이 택시를 타고 온 두 여인이 공양 간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내 자리로 다가 와서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나도 두 손을 모아 답례를 하고 마침 식사를 마쳤기에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찰나 한 여인이 잽싸게 밥상 위의 공양 그릇과 수저를 들고는 그릇 닦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그 그릇을 깨끗이 닦은 뒤 제자리에 놓고서는 나를 향해 또 합장 배례했다.

"처사님! 성불하십시오."

나는 그날 밤 늦도록 선방에서 오랫동안 정성껏 쓴 작품을 기분 좋게 퇴고했다. 이튿날 아침 공양 때도 전날 저녁과 똑같이 두 여인에게 아침 인사를 받았다. 내 공양이 끝나자 또 다른 여인은 내 공양 그릇을 잽싸게 낚아채 갔다.

그날 오후 느지막이 월정사를 떠나왔다. 이번 산사 가는 길은 다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았고, 산사에서 묵는 동안 글 마무리도 잘 됐다.

나는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 진리를 깨우쳤다. 남에게 대접을 받거나 남을 감동시키는 일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조금 더 남에게 베풀거나 내 몫을 남보다 조금 더 적게 가지는 데 있다는 것을 새삼 체득했다.

진리는 멀고 고상한데 있지 않았다. 

내가 남보다 조금 더 적게 갖고, 내 몫이 적으면 세상사람들은 서로 죽기살기로 싸우지 않을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장 소중한 내 몸뚱이마저도 끝내 한 줌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내가 일상 생활에서 남에게 조금 더 베풀고, 남보다 조금 더 적게 가지면 세상은 한결 조용하고 밝아질 것이다. 그러면 세상의 평화는 저절로 깃들며 너와 나는 화목하게 될 것이다.

이즈음 세상이 날로 시끄러워지는 것은 내가 남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내 몫을 크게 하려는 데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개도 물고가지 않는 돈 때문에 오늘도 저자거리는 소란스럽다.

태그:#월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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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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