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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중앙> 1983년 12월호에 실린 윤재걸 기자의 이난영 르포 기사
 < 여성중앙 > 1983년 12월호에 실린 윤재걸 기자의 이난영 르포 기사
ⓒ 윤재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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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말 암울했던 시절에 혜성같이 나타나 가요사상 공전의 히트 넘버가 된 '목포의 눈물'을 불러 이 땅의 사람들을 울렸던 엘레지의 여왕 이난영, (중략) 그녀가 부른 노래만큼이나 눈물이 배인 그녀의 한 생을 추적해 본다."

임점호(67) 전남예총(사단법인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전라남도지회) 회장이 지난 2013년 5월 지역 매체인 <목포시민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한 '이난영 삶과 예술' 기고문 도입부다. 그러나 해당 글은 윤재걸(73) 전 한겨레신문 기자가 35년 전인 지난 1983년 <여성중앙> 12월호에 쓴 르포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쓴 글이었다.

전남예총 회장, '여성중앙' 기사 그대로 베껴 지역신문에 기고

임 회장은 목포신안예총 회장이던 지난 2013년 5월 24일부터 그해 10월 4일까지 약 5개월간 <목포시민신문>에 '임점호의 이난영 삶과 예술'이란 제목으로 15회에 걸쳐 기고했다. 임 회장은 당시 자신이 직접 쓴 글이라고 밝혔지만, 윤재걸 기자가 지난 1983년 <여성중앙>에 특종 보도 후 이듬해인 1984년 책으로 펴낸 이난영 르포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임점호 전남예총 회장이 지난 2013년 5월 목포시민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한 ‘임점호의 이난영 삶과 예술’ 기고문.
 임점호 전남예총 회장이 지난 2013년 5월 목포시민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한 ‘임점호의 이난영 삶과 예술’ 기고문.
ⓒ 목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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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점호 회장도 20일 오전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윤 기자가 쓴 글을 베낀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목포시민신문> 인쇄판에 실렸던 임 회장 기고문은 6년이 지난 9월 20일 오전까지도 인터넷판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가수 이난영(1916~1965)은 일본강점기인 1930년대 '목포의 눈물'을 부른 전남 목포 출신 가수로, 친일 행적 논란에도 '이난영기념사업회'가 발족되고 매년 '난영가요제'가 열리는 등 목포를 상징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임점호 회장은 지난 2004년 2월부터 목포신안예총회장을 4선 연임했고 지난 2월 임기 4년인 전남예총 1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목포예총회장 시절엔 난영추모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여성중앙> 1983년 12월호에 실린 200자 원고지 160매 분량의 '이난영은 자살했다'는 제목의 글과 지난 1984년 5월 출판된 윤재걸 기자 르포집 <서울공화국 ; 윤재걸의 세상사는 이야기>(도서출판 나남) 원문과 임 회장이 목포시민신문에 연재한 기고문을 직접 비교했더니, 본문 내용은 물론 '슬픈 목소리만큼이나 처연한 여인' 같은 기사 소제목까지 거의 100% 일치했다. 지역신문 편집자가 최근 맞춤법에 맞게 교정한 걸로 보이는 일부 흔적 외 일치하지 않는 대목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윤재걸 기자는 지난 7월 임점호 회장과 목포시민신문 발행인을 저작권법 위반 공모 혐의로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에 고소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저작권법에는 '저작재산권 그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배포, 2차적 저작물 작성 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돼 있다.

윤재걸 기자 "문화예술인 권익 보호해야 할 예총 회장 행위, 용납 못 해"
  
 윤재걸 기자의 이난영 르포 기사가 실렸던 <여성중앙> 1983년 12월호 표지(왼쪽)와 1984년 5월 출판된 윤재걸 기자 르포집 <서울공화국 ; 윤재걸의 세상사는 이야기>(도서출판 나남)
 윤재걸 기자의 이난영 르포 기사가 실렸던 <여성중앙> 1983년 12월호 표지(왼쪽)와 1984년 5월 출판된 윤재걸 기자 르포집 <서울공화국 ; 윤재걸의 세상사는 이야기>(도서출판 나남)
ⓒ 윤재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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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남 해남군에서 살고 있는 윤재걸 기자는 지난 19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지난 6월 지인을 통해 내가 쓴 이난영 르포 기사가 목포시민신문 인터넷판에 다른 사람이 쓴 글처럼 실려 있다는 걸 알고 황당했다"면서 "35년 전에 쓴 글이지만 당시 내가 쓴 책이 국내 주요 도서관에 입고돼 있었고 인터넷으로 '이난영'을 검색해 봐도 내가 쓴 글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임 회장 글을 확인 없이 실은 <목포시민신문>도 공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947년생인 윤재걸 기자는 1973년 <중앙일보>를 시작으로 <동아일보> <신동아>를 거쳐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위원으로 참여해 정치부 차장과 기획취재부장 등을 지냈다. 이난영 르포는 윤 기자가 지난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직후 해직된 뒤 1984년 복직하기 전까지 고 손목인·황문평 작곡가 등 지금은 고인이 된 이난영 주변 인물들을 직접 취재해 쓴 글이다. 1983년 여성중앙 12월호 표지와 목차에는 '여성중앙이 발굴한 국내 최초 추적특종 160매!! 이난영은 자살했다'라고 소개돼 있다.

임점호 회장은 2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013년에 지역신문에 기고한 글은 윤재걸 기자가 1983년 <여성중앙> 12월호에 쓴 글을 베껴 쓴 게 맞다"며 도작 사실을 인정했다.

임 회장은 "2013년 당시 이난영 탄생 100주년 기념비를 준비하면서 <여성중앙>에 실린 윤재걸 기자 글을 보고 이렇게 좋은 글을 목포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면서 "당시 윤재걸 기자를 몰랐고 <여성중앙>도 폐간된 상태라 발췌 허락도 받지 않고 내 이름으로 실은 것은 불찰"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임 회장 말과 달리 <여성중앙>은 2013년 5월 당시 계속 발행되고 있었고, 지난 2017년 12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임 회장은 "지난 6월 말 윤재걸 기자에게 사과하려고 집까지 찾아갔지만 만나주지 않았다"면서 "지금이라도 기회를 준다면 직접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목포시민신문, 오마이뉴스 취재 직후 임 회장 기고문 삭제

하지만 임 회장이 도작한 글은 그때부터 3개월이 지난 20일 오전까지도 목포시민신문 인터넷판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에 임 회장은 "목포시민신문에 기사가 남아있다는 걸 몰랐다"면서 "오늘(20일) 오전에 삭제 요청했다"고 밝혔다.

목포시민신문 발행인인 류용철 대표도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임점호 회장 기고 글이 윤재걸 기자 책을 도작했다는 얘기를 최근 들었지만 아직 도작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임 회장 본인이 삭제 요청을 하면 독자고충처리위원회를 열어 기사 삭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당시 도작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지 못한 건 미안하다"면서도 "2013년 당시 임 회장 쪽에서 먼저 기고를 요청했고, 당시 목포예총 회장은 지역 유력 인사여서 표절이나 도작 여부를 확인할 생각을 못 했다"며 공모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피해자인 윤재걸 기자는 이날 "내가 쓴 글을 신문에 실으면서 당사자 허락도 받지 않고, 자기가 쓴 것처럼 이름과 사진까지 넣은 건 명백한 글 도둑질"이라면서 "더구나 문화예술인 권익보호에 앞장서야 할 예총 회장이 그래서 되겠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목포시민신문은 오마이뉴스 취재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저작권 위반 ‘임점호의 이난영 삶과 예술’ 특별기고 삭제 결정”이라고 공지하고, 임점호 전남예총 회장이 쓴 글을 모두 삭제했다.
 목포시민신문은 오마이뉴스 취재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저작권 위반 ‘임점호의 이난영 삶과 예술’ 특별기고 삭제 결정”이라고 공지하고, 임점호 전남예총 회장이 쓴 글을 모두 삭제했다.
ⓒ 목포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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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목포시민신문>은 <오마이뉴스> 취재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저작권 위반 '임점호의 이난영 삶과 예술' 특별기고 삭제 결정"이라고 공지한 후 임 회장이 쓴 글을 모두 삭제했다.

<목포시민신문>은 "지난 5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독자 고충처리위원회 긴급회의에서 본사는 임점호 전 목포신안 예총회장이 기고한 이난영 삶과 예술을 다룬 글이 윤재걸 작가가 현재 폐간된 여성중앙에 게재한 이난영과 관련 된 글과 유사하다는 판단에 삭제키로 결정했다"면서 "임점호 전 회장은 6일 오전 10시 본사 인터넷 독자고충처리위원회에 윤재걸 작가의 글을 베낀 것으로 인정하고 특별기고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오전에 삭제 요청했다는 임 회장 발언과는 시점에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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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