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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홍성 지역위원장에 도전장을 내민 오세붕씨.
 예산홍성 지역위원장에 도전장을 내민 오세붕씨.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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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는데 굳이 정치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 오세붕(44)씨는 "가능성을 따지기 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오세붕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회 위원은 올해 초 충남 예산으로 귀촌했다.

그는 1976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에게 예산은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예산에는 그의 조상들이 묻힌 선산이 있고, 친척들도 살고 있다. 독립투사인 윤봉길 의사를 존경해서 윤 의사의 고향 마을인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귀촌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카이스트(KAIST)를 졸업하고 과학기술위성 나로 연구에도 참여한 과학자 출신이다. 드론의 시초인 무인항공기 관련 대회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카이스트 졸업 후에는 모 기업에서 연구원으로도 일했다. 오씨는 "지난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그 무렵 정치적으로 영향을 준 선배도 만나고 정치에 뜻을 두게 되었다"고 말했다.

윤봉길 의사 존경해 시량리에 터잡았다

공교롭게도 그가 귀촌한 직후인 지난 5월 홍성·예산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는 사고위원회로 지정되었다. 현재 홍성예산 지역위원장은 공석으로 남아 있다. 오씨는 "정치를 하고자 하는 욕구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무렵 더불어민주당 예산홍성 지역위원회 위원장 공모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소 '무모해 보이지만' 지역위원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그의 갑작스런 등장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뜬금없다. 도대체 오세붕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를 검증해 달라는 주문도 잇달았다. 하지만 기사 '한 꼭지'로 감히 누군가를 검증할 수는 없다. 다만 그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의 생각이 어디를 향해 흘러가고 있는지 정도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오세붕씨는 요즘 일본 불매 운동 1인 시위를 꾸준히 하고 있다. 윤봉길 의사 월진회에도 참여하고, 각종 지역 행사에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지난 18일 덕산 시량리에 있는 솔담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예산(덕산)으로 귀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 내려온 것인가.
"올해 초 내포신도시와 예산군인근을 돌며 정착할 곳을 찾았다. 결국 어릴 때부터 존경해온 윤 의사의 생가가 있는 덕산면 시량리에 자리를 잡았다. 예산은 친척들이 많이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자주 방문하고 뛰어놀던 곳이다. 고향이나 마찬가지이다. 귀촌이 아니라 귀향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 도시생활을 접고 산골 마을로 왔는데 혹시 답답하지는 않나.
"교통이나 생활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에 접근하는데 다소 원활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나는 '느림의 미학'을 좋아한다. 포근하고 따뜻한 고향의 정취, 동네 어르신들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을회관에 가면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이 마을로 왔다고 관심 가져 주시고 반겨 주신다."

"반성없는 일본 정부,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 될 것"

- 예산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일본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1인 시위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8.15 광복절을 기점으로 홍성과 예산에서 시간이 될 때마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물론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는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과거사에 대해 잘못을 제대로 반성한 적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어 보인다. 일본은 지금도 독도 영유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수출규제로 '경제침략'까지 감행했다.

예산과 홍성은 독립운동가를 많이 배출한 지역이다. 윤봉길 의사, 김좌진 장군, 한용운 선생뿐 아니라 민초들 모두가 독립운동가였고 대한독립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런 고장에서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다음 세대들에게 독립정신과 일본의 반성을 요구하는 모습이 계승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예산 터미널 인근에는 예산여중과 금오초등학교가 있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예산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오세붕씨.
 예산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오세붕씨.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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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스트 졸업, LG전자 연구원 등 이력이 특이하다.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텐데, 굳이 정치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퇴사하고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 무렵 노동문제와 복지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정치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전부터 문제를 발견하거나 무언가 정체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하고 의견을 제시하거나 그것을 해결하고자하는 성향이 강했다.

농촌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농촌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는 일에 조금이나 보탬이 되고 싶다. 농촌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소외되고 사라지는 사회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분들도 그만큼 많다. 그 분들도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분들을 대변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그런 측면에서 예산과 홍성은 내게 매력적인 곳이다. 정치적으로도 도전해 볼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 학생운동이나 활동을 한 경험이 혹시 있나.
"내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에는 정치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시기였다.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다. 물론 학내 문제에는 관심을 갖고 살았다. 과대표와 총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학내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일과 현안이 있을 때 주로 참여했다."
 
"정치적 계산이 있었다면 예산홍 성아닌 다른 지역 선택했을 것"


- 예산·홍성의 경우, 지역에서 오랫동안 터를 닦고 활동해온 정치인들조차도 고전하는 곳이다. 그런 점은 알고 있다. 나름의 대안이 있는 지 궁금하다.
"정치적인 계산만을 했다면 아마도 예산·홍성이 아닌 다른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었을지도 모른다. 내 눈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농촌 사회, 친척들이 지금도 농사를 짓고, 축산업을 하고 있는 예산·홍성이 눈에 들어왔다.

지역정치는 변해야 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보다는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치인, 지역 유착의 정치인보다는 깨끗하고 공정한 생각을 지닌 정치인이 필요하다. 농촌은 농축산업, 즉 1차산업부터 항공우주공학과 4차산업에 이르기까지 경험이 많은 인물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내는 '강점'이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나의 도전을 두고 무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무모함이 아니라 '가능한 일'이라고 말을 한다. 주민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치 개혁에 대한 요구가 크다는 것과 희망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서 도전조차 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도 반문하게 됐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지 않았다면 인류는 아마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불가능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노무현 대통령 또한 당선될 수 없었을 것이다."

- 정치를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
"대부분 만류했다. 우리 국민들에게 정치는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분야이다. 정치를 금권정치(돈정치)나 정경유착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하시는 분들에게 지역정치가 지역 유지나 인지도가 있는 사람만이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육성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정치적으로 성공해서 건전한 정치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또 홍성예산 지역의 지역정치를 변화시켜서 건전한 정치세력이 뿌리내릴 수 있게 하는 데 일조할 생각이다."

- 만약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게 된다면 3선인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과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지만 결국에는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 전에 우선 지역 당원들이 총선 승리를 위해 원 팀이 되어 결집해야 한다. 후보자 간에 서로를 비방하는 네거티브가 없는 경선을 치러야 한다. 경선 승리자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홍문표 국회의원 공보물에 허위사실 기재, 공론화 필요" 

- 얼마 전 홍문표 국회의원이 공보물(의정보고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거짓말을 통해 혹세무민한 것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이 안 된다. 자신이 한 일을 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하지 않은 일을 했다'라고 홍보한 것은 더큰 문제이다. 공보물을 보고 홍문표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식의 태도는 지역의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충남 선관위에도 이 문제를 질의 했다. 충남 선관위는 수사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안은 수사를 지켜보면서 수동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와 정당 차원에서 기자회견이나 성명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역 주민들에게 사실을 널리 알리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 원점으로 돌아가는 질문이다. 오세붕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말씀을 인용하고 싶다. 노 전 대통령은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불의에 분노하고 저항하며, 사람을 모으고 권력과 싸우고, 권력을 잡아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 정치"라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는 '정당한 세력이 권력을 잡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정책을 실현하고,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행위'이다."

태그:#오세붕 , #예산홍성지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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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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