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국내 축구 최강팀을 가리는 2019 FA(축구협회)컵 본선에서 아마추어팀이 프로팀을 격파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이변의 주인공은 K3리그 화성FC. 화성은 18일 화성 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FA컵 4강 1차전에서 수원 삼성을 1-0으로 누르고 결승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창단 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수원은 K리그 4회 우승, FA컵 4회 우승 등 각종 대회에서 21회 우승을 차지한 '축구 명가'다. 이와 달리 지난 2013년 창단한 '새내기' 화성은 한국 축구 4부 리그 팀으로 현재 K3리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화성의 승리를 예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수원이 올 시즌 리그 6위(10승 9무 10패)로 주춤하고 있지만 스타급 선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수원의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공은 둥글었다. 화성은 이날 수원을 상대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수비에 초점을 두되 윙어의 역습을 활용해 수원의 측면을 공략해 승리를 가져오겠다는 전략이었다.
 
수원의 골문을 호시탐탐 노리던 화성은 전반 23분 고대하던 득점을 터트렸다. '왼쪽 측면 공격수' 문준호가 '오른쪽 측면 공격수' 전보훈와 절묘한 2대 1 패스에 이은 환상적인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수원의 골망을 흔든 것이다.
 
그림 같은 득점을 터트린 문준호는 감격적인 표정을 지은 채 벤치로 달려가 김학철 감독의 품에 안겼다. 2002 한일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고 거스 히딩크 감독의 품에 안기던 박지성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다소 이른 시간에 충격의 선제골을 내준 수원은 'K리그 외인 골잡이' 데얀,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염기훈을 중심으로 상대의 골망을 노렸다. 하지만 화성 선수단의 적극적인 압박 수비에 이렇다 할 공격 찬스를 만들지 못했고 수차례 불안한 수비로 화성의 역습 공격에 시달렸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FA컵 우승에 실패하면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임생 수원 감독은 이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참담한 표정을 지은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반면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FA컵 돌풍의 주역이 된 화성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날 득점을 뽑아낸 문준호는 "말 못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며 기뻐했다. 문준호는 지난 2016년 부푼 꿈을 안고 수원에서 프로 데뷔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지난해 친정팀 수원에서 방출되는 아픔을 맛본 바 있다.
 
화성은 내달 2일 오후 7시 30분 수원과 FA컵 4강 2차전을 치른다. 유쾌한 반란에 나선 화성이 다음 경기에서도 기적을 일으키며 FA컵 결승 진출의 쾌거를 맛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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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화성FC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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