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통일연구원(KINU) 주최로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평가: 성과와 과제' 국제 컨퍼런스가 서울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렸다. 18일 오후 열린 해당 컨퍼런스에선 북한 및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평양공동선언의 의의와 남북군사합의·교류협력 분야의 성과와 과제, 북한 비핵화와 상응조치 방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을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남북 및 북미관계에 대해 낙관과 회의의 시선으로 크게 갈렸으나 지난 한 해 동안 한반도를 둘러싸고 이전에 없던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음엔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려면 기존 빅딜론을 배제하고 '작은 합의를 쌓아가며 상호신뢰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래에서 각 토론자의 발언을 정리했다.      
 
지난 18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평가:성과와 과제' 국제 컨퍼런스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지난 18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평가:성과와 과제" 국제 컨퍼런스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 신상미

관련사진보기

 
- 알렉산드라 벨 미국 군축·비확산센터(CACNP) 선임정책국장
"평양공동선언 이후 실제적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무위로 돌아가는 것 같다. 남북관계가 현재 최악은 아니지만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과거 냉전시대의 미·소간 협상 사례를 봐도 진전이 늦는 것은 당연하다. 당시 군비 통제와 관련해 협상이 오래 걸렸고 이행도 오래 걸렸다. 이러한 국가간 협정이나 합의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실질적인 이행과정에서 난관이 있다. 

따라서 소규모 수준에서 구체적 성과를 기록해야 한다. 일괄 합의에만 치중하지 말고 세부적인 합의도 해야 한다. 이것부터 해야 보다 큰 결과도 얻을 수 있다. 핵사찰이 최종 목표라면 사찰 가능한 핵시설 목록 작성부터 해야 한다. 미국과 북한, 다른 당사국들은 군사훈련과 관련해서도 논의를 해야 이후에 평화협정도 체결할 수 있다. 작은 규모의 승리가 큰 승리로 발전한다."  

-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통일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기회의 창이 크게 열렸을 때 남북군사합의 외에도 26개의 대화와 교류가 있었다고 나온다. 최근 통일부 관계자를 만났을 때 약 40여 개의 교류협력이 있었다고 들었다. 단순한 비핵화가 아니라 더 넓은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선 이러한 소프트한 교류협력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려면 남한 시민사회단체의 영향력을 최대한 이용해야 하지만 북한엔 시민단체의 활동이 없기 때문에 카운터파트를 찾기 어려운 점이 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재개한다는 신호를 보냈는데 내년 신년사에 또 그런 말을 하긴 어려울 수도 있다. 남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성과 금강산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을 한반도 경제, 더 나아가 글로벌 경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한국 정부의 전략적 스탠스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 비핵화 과정을 얼마나 병행해서 가느냐가 관건이다. 문 대통령이 다음 단계(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시)에선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 문장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9.19 공동선언은 근본적인 것엔 합의를 했지만 구체적 실천에 있어선 거의 모든 분야가 정체돼 있다. 전문가 초빙을 통한 핵시설 폭파 검증, 영변 핵시설 폐기는 남북이 같이 하자고 합의한 게 아니라 북한이 그렇게 하겠다는 거였다. 과연 비핵화 부분에서 서로 협력해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다음 문제다. 

남북군사합의는 비행금지구역, 훈련금지지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했고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 앞으로 잘 이행되면 군사 분야에서 남북관계 발전이 잘 이뤄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남북 간의 평화가 이뤄지면 북한이 남한의 위협을 걱정하지 않고 미국과 더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재래식 무기를 증강시킬 수 있다. 그걸 비난하면 안 된다. 자국의 정상적인 방위력 증강이고 북한도 그 정도에서 끝내야 한다. 남한도 엄청나게 국방비가 들어가는데, 그것에 대해 남북 간 대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정상국가로서 군사력 균형을 위해서란 걸 북한에 설득시켜야 한다. 군비경쟁에서 미·중·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포기하면서 한반도가 동북아 군비통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는 뒤로 미루고, 일정한 핵동결 수준의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집중하는 전략을 '잠정적 합의'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이 전략의 첫 단계는 영변 동결 및 폐쇄로 국한할 것 같다. 이때 검증 절차가 필수적이다. 둘째 단계는 북한 전역으로 확대해 12~18개월 동안 모든 핵시설을 신고하고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이에 대해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한미연합군사훈련 규모 축소, 추가 대북제재 방지, 인도적 지원, 특정 남북경협 프로젝트 허용, 일부 유엔 제재 해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잠정 합의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비용은 덜 들면서 효과적으로 북한을 억지할 수 있다. 정상 간 빅딜 합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람들에겐 잠정 합의가 실망을 안길 수도 있지만 잠정 합의를 안하면 협상 파기, 대결, 긴장이 고조되고 북 체제 전환도 먼 미래에서나 가능할 거다.

만약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서면 보다 단계적으로 실질적 접근법을 취할 거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렇게 하면 공화당의 지지를 받지만, 민주당이 그렇게 하면 미 의회와 유권자를 설득 못한다. 나는 클린턴 행정부 때 북한과 협상했었다. 당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2000년에 방북했는데 수년간 질질 끌던 것을 마주앉아 몇 시간 만에 합의했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라면 실무협상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는 걸 알 거다. (결정 권한이 있는) 고위급의 개입이 필요하다." 

-앤소니 위어 미국 입법우호위원회 핵정책국장
"워싱턴 정가에선 과거의 시각에 갇혀 있다. 제재 효과를 지나치게 믿는 거다.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현실적 사고에 바탕해 새 대안을 찾아야 한다. 진정으로 북한의 비핵화,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유도하려면 북한의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한다. 작게 시작하는 게 도움이 된다. 기술적으로 '가역성'이 보장되는 것이 오히려 좋다. 이란이 했던 것처럼 우라늄 농축시설을 밀봉하고 원자로를 봉인하는 등 북한 입장에서 덜 고통스런 조치를 취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가역적인 기술적 합의라고 할 수 있다. 또 북한이 IAEA의 사찰과 검증을 허락한다고 해서 그 점이 북한의 무장해제가 아니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 가이 테일러 <워싱턴타임스> 기자
"김영철이 사라졌고 최선희가 등장했다. 스티브 비건이 국무부 차관으로 진급할 가능성이 높다. 폼페이오도 사임할 거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러한 개편을 하나의 기회로 볼 거다. 특히 유엔 총회가 열리는 다음주가 중요하다. 향후 몇주간 실무협상이 있을 수 있다. 

비핵화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포함해 아직도 당사자들이 합의를 못 보고 있다.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를 완화할 수도 있다. 그러면 미국 기업인이 북한을 방문해 대북투자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 소규모 남북경협에 대해 미국이 동의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미국이 소규모의 상응조치들을 고려할 의지가 있음을 내비쳐야 한다"

-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북한이 비핵화 진정성이 없는 것이 판명났다는 시각이 있다. 어느 국가의 대외정책을 '진정성'으로 말하진 않는다. 왜 북한에 대해선 유독 의지, 진정성이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일정한 합의와 약속을 했다면 북한이 실천할 수 있도록 '정치적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하노이에서 대북제재 해제 관련 5가지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했다. 최고존엄이 망신을 당했기 때문에 더 이상 테이블 위에 올리지 않을 거다. 최근에 안전보장을 내세우며 6.12 합의문으로 다시 돌아갔다. '제도 안전'이란 프레임 안에 군사적 안전보장은 물론 경제적인 문제도 요구하는 거다. 이것에 집중해 미국이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는 보상이 아니고 양자의 의무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불가침, 적대시정책 중단 등 정치적 확약을 해줘야 의무로서의 '등가성'을 확인할 수 있다."

- 레온 시갈 미국 사회과학연구회 동북아협력안보국장 
"비핵화가 없으면 핵 억지력이 있기 때문에 평화는 가능하지만 평화협정은 가능하지 않다. 북한이 굳건하게 비핵화를 할지 확인할 확실한 증거는 없다.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려면 대화하는 것밖에 없다. 워싱턴은 비밀리에 가동되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평양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열면 또 하나의 중요한 상징이 된다.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왜 거절했을까. 즉 경제적 동인이 정치적 동인을 이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북한 문제에선 그렇지 않다. 무조건 경제 문제를 해결하면 북한의 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조심해야 한다. 북한은 체제보장이 먼저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 궁극적인 적대관계 청산의 틀에서 봐야 북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 
"트럼프와 문 대통령은 북한에 핵포기 시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지만 북한이 원하는 것은 당장 가질 수 있는 보상이다. 김 위원장도 지난 4월 12일에 더 이상 제재 얘길 안 꺼내겠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제재 해제를 원하고 있다. 대북제재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일부 완화를 할 수는 있을 거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은 미국이 해줄 수 있고 금강산관광과 인도적 지원은 남한이 해줘야 한다."  

태그:#비핵화, #핵포기, #평양선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