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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1일 오전 11시 18분]

9월 16일,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노동자들의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농성 8일차 아침. 추석 연휴를 마치고 도로공사 업무가 시작되는 날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벽 5시도 되기 전에 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전날 민주노총 문화제가 늦게까지 진행되어서인지 유난히 곳곳에서 코고는 소리가 많이 들렸던 밤이다. 감기 환자들이 속출해 여기저기서 기침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 직원들 출근할 시간이 되자 정문 앞에서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조합원들이 노동가요를 틀고 출근선전전을 시작한다. 8시가 되자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농성장을 가로질러 다니거나 들어와서 보고 간다.

"뭐 볼 거 있다고 올라와요?"
"아줌마!"
"뭐라고요?"


농성장을 지나가는 사람 중에는 농성장과 같은 층에 사무실이 있는 한국도로공사 자회사 직원들도 있다. 자회사와 수납원 측 노조, 경찰 모두 한국도로공사에 농성장을 지나지 않을 수 있는 다른 출입구 개방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결국 노조-자회사 간의 논의를 통해 서로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한다.

8시 20분, 아침 집회에서 요금수납노동자들은 '비정규직철폐' 머리띠를 묶으며 결의를 다졌다. 자신과 동지의 머리에 머리띠를 묶는 모습이 비장해 보인다. 아픈 노동자들은 따로 표시를 하여 긴급 상황에서 배려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경찰들에게도 이 내용을 공유했다.

"오른 팔에 머리띠를 묶은 분들은 허리나 다리가 안 좋은 환자들이니까 경찰들 잘 보세요. 아프고 고령인 분들이에요."
"고령 아니에요~!"
"경남 고령 동지 계신가요?"


남정수 전국민주연합노조 교육선전실장이 개그로 상황을 무마해보려 하지만, 여론(女論)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비상상황 발생 시 전체에 공유할 암호는 '밥★□결'로 최종 확정했다. 머리띠를 묶고 동지의 등을 두드려주며 힘찬 구호로 8일 차를 시작한다.

"우리는 출근했다 이강래 나와라!"
"쓰레기안 폐기하고 직접고용 쟁취하자"

 
 비정규직 철폐 머리띠를 묶는 요금수납노동자들
 비정규직 철폐 머리띠를 묶는 요금수납노동자들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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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정규직이었던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노동자

"머리띠를 묶으니 더 단단해지고 꽉 조여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비정규직 철폐'라는 말도 너무 가슴에 와 닿고요. 예전에는 비정규직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는데, 투쟁하면서 비정규직은 정말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아들도 방송국에서 비정규직으로 경호 업무를 했는데, 정말 못할 짓이라고 했거든요."

인천영업소에서 19년 동안 요금수납원으로 근무하다 해고된 임순용씨는 본사에서 돈을 주면 용역업체에서 절반 정도를 떼먹으니 월급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순용씨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순용씨는 2001년 한국도로공사 인천영업소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런데 2009년 하루아침에 아이로드(I-road)라는 용역업체 소속이 되었다. 2008년 말,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와 '기관 통폐합'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라 서울 관문영업소 10개의 통행료 수납업무가 외주화 되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순용 씨는 비정규직이 무엇인지 자신이 비정규직이 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근무한 이후 최저임금을 받으며 온갖 갑질을 경험하면서야 비로소 비정규직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직접고용 투쟁에도 나서게 된다.

"우리는 처음부터 무조건 직접고용이었어요. 용역회사에서 일하면서 연말이면 잘릴까봐 조마조마해 하면서 살았어요. 누가 잘릴지 모르는데, 그게 나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맨날 불안해하며 살았죠. 자회사는 용역보다 더 안 좋아요. 용역은 계약 기간이라도 있지만, 자회사는 폐업신고하고 문 닫아 버릴 수도 있어요. 다 해고하고 회사를 새로 차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데요. 최저임금 받으면서 그 힘든 세월을 살았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왔는데, 자회사를 왜 가겠어요?"

순용 씨는 허리 디스크가 터져 치료를 받다가 본사 농성에 들어왔는데, 경찰이나 도로공사 직원들과 물리적인 마찰이 있을 때마다 다칠까 겁이 난다고 했다. 농성을 시작한 이후 허리부터 다리에 이르는 통증이 심해졌지만, 다니던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약도 먹지 못하면서 버티고 있다. 가족들은 순용 씨가 하고 있는 투쟁을 응원해주지만, 다칠 까봐 걱정도 많이 하고 있다. 순용 씨는 몸이 아프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이 날 오른쪽 팔에 머리띠를 묵었다.
 
 동료에게 머리띠를 매어주는 요금수납노동자
 동료에게 머리띠를 매어주는 요금수납노동자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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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명 같이 가야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어요

순용 씨는 지난 8월 29일, '근로자지위학인소송' 대법원 판결에서 한국도로공사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다 해고된 1500명이 모두 함께 복직하기 위해 투쟁을 계속 하겠다고 한다(도로공사 측은 대법원 판결을 받은 499명에 대해서만 직접고용하겠다고 밝혔다).

9월 16일, 한국도로공사는 대법원 승소자인 직접고용 대상자의 직무에 대해 고속도로 환경미화 등 현장 조무업무를 부여하겠다고 하면서 사실상 자회사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수납노동자들은 요금수납노동자들 중에 팔이나 다리 등 신체 장애가 있는 노동자 비율이 상당한데, 이 노동자들에게는 사실상 나가라는 것이나 다름 없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다들 힘들어하죠. 환자도 속출하고... 다 같이 고생했는데, 다 같이 가야죠. 그래야 더 좋은 일자리에서 일 할 수 있으니까요. 남편은 예전에 노동조합을 해본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지를 잘 알죠. 다치지만 말고 열심히 하라고 얘기를 해요."
 
 농성장에서 국밥으로 아침식사 하고 있는 요금수납노동자들
 농성장에서 국밥으로 아침식사 하고 있는 요금수납노동자들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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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농성 8일차>

"막막하죠. 다 막아 고립되어 있잖아요. 환자도 들어나고... 구사대(한국도로공사 정규직)한테 밀려 발목 인대가 늘어나고 중이염 걸렸는데, 대오를 유지하기 위해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는 각오로 있어요. 1500명 같이 가는 길은 이 길 뿐이잖아요. 여기 있으면 날짜 가는 걸 몰라요.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겠고. 문화제는 재밌는데, 노래도 안 되고 춤도 안 되서 시킬까봐 걱정이에요. 내 몸이 피곤한 건지 안 피곤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만성피로죠. 깊은 잠을 못자고 부스럭 거리는 소리 코 고는 소리에 자꾸 깨고... 그냥 밥 먹으라고 하면 먹고, 집회할 시간 되면 하고. 아무 생각 없이 투쟁하고 있어요. 생각이 많으면 밖에 나가고 싶어지잖아요. 오로지 투쟁. 오로지 투쟁. (한국도로공사의 입장은) 무슨 말 해도 신경 안 써요. 진심으로 해결하려는 마음이 없잖아요. (오늘 하루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오늘도 무사히... 그런 마음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오늘 아무것도 없이 끝나는 건가, 뭐라도 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 해요." (공공연대노조 강원지부 조합원들)


"허리부터 다리까지 좋지가 않아 약을 먹고 있어 정신이 몽롱해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한 번 외친 구호가 다시 생각이 안나요. 자유롭게 운동을 못하고 햇빛을 못 봐서 그런지 좀 우울하기도 해요. 오늘은 (밖에서 하는)집회가 짧아서 좋았어요. 저는 아픈 사람이라 집회가 짧고 쉬는 시간이 많았으면 해요. 여기는 길에서 먼지 밥 안 먹을 수 있어 좋아요. 아프지만 한사람이라도 더 안에 있어야 투쟁이 빨리 끝날 거 같아 들어왔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려고 해요." (최경이, 경남일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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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르뽀작업자.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관한 기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