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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집 앞에서
 책집 앞에서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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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소년의 서'
주소 : 광주 동구 충장로46번길 8-17
홈페에지 : www.instagram.com/boysbookshop


서류 하나에 이름을 받는 일로 광주 마실을 합니다. 이름 하나가 대수롭기에 바로 이 대수로운, 대단한, 엄청난 기운을 나누어 받으려고 고흥서 반나절을 달리는 광주로 갑니다. 광주버스나루에서 서류에 이름을 받고 우체국에 가서 부칩니다. 빗방울이 살짝 듣습니다. 고흥으로 바로 돌아갈까 하다가 애써 걸음을 했으니 광주에 있는 책집에 들러서 돌아가자고 생각합니다.

광주로 마실 나올 일이 잦지는 않지만 한걸음 두걸음 잇다 보니 광주 시내버스를 타는 일도 차츰 익숙합니다. 그러께에 광주 소년의 서를 찾아올 적에는 광주라는 고장이 어떤 길인지 잘 몰라서 택시를 탔습니다.

그동안 이태가 지났다고 이제 광주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길을 조금 익혔습니다. 버스나루에서 일곱걸음이던가. 금남로 전철나루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잘 달립니다. 시내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동서남북이 헷갈립니다만 하늘이랑 구름을 바라보면서 '예전에 간 마을책집 소년의 서는 이 바람이 흐르는 곳에 있었어' 하고 어림하면서 걷습니다. 길그림이나 길찾기가 아닌 바람결을 따라 책집을 찾아나섰고, 참말로 바람결이 이끄는 곳에 <소년의 서>가 있어요.
 
 '소년의서' 안모습
 "소년의서" 안모습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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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의서' 안모습
 "소년의서" 안모습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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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골목에는 바람이 가볍게 일렁이지만, 책꽂이가 빽빽한 소년의 서에는 좀처럼 바람이 스며들지 못합니다. 이런 여름날에는 소년의 서 책꽂이를 모두 골목으로 빼내고 해가림천을 세워서 '골목바람을 누리는 책집'으로 꾸미면 어떠려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누구입니까>(리사 울림 셰블룸/이유진 옮김, 산하, 2018)를 문득 봅니다. 옮긴이 이름이 낯익습니다. 스웨덴말을 한국말로 옮기느라 애쓰셨네 하고 느끼면서 읽습니다. 한국에서 낳은어버이를 잃고서, 스웨덴에서 '기른어버이' 품에서 자라며 고된 삶을 지은 이들이 온마음 바쳐서 엮은 알뜰한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소년의서' 책시렁
 "소년의서" 책시렁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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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의서'에서
 "소년의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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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의서' 앞에서
 "소년의서" 앞에서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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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게르드 브란튼베르그/히스테리아 옮김, 황금가지, 2016/고침판)은 1996년에 한국말로 처음 나왔다는군요. 그해 1996년은 강원도 양구 멧골짝에서 군인으로 지냈습니다. 이해에 나온 책은 한 가지도 모릅니다.

2016년에 고침판으로 새로 나왔다는 이 소설책을 이제야 손에 쥐어 봅니다. 가시내하고 사내가 이 지구별에서 맡은 몫을 확 뒤집어서 그대로 그립니다. 재미있으면서도 거북하게 잘 그렸구나 싶어요. 이 '거북함'이란, 이 지구별에서 사내들이 느껴야 할 대목일 텐데, 사내들 주먹다짐 같은 힘으로 굴러가는 오늘날 얼거리란 어깨동무하고 동떨어진 '거북한 길'인 줄 깨닫고서 이를 다같이 고쳐 나가야 할 노릇 아니겠느냐 하고 대놓고 따지는 줄거리이지 싶어요.

광주에 살짝 들른 터라 고흥으로 돌아갈 길을 어림하는데, 소년의 서 책지기님이 이곳에서 걸어서 가까운 '러브 앤 프리'를 꼭 가 보라고 말씀합니다. 그렇다면 꼭 가 봐야겠지요. 걸어서 갈 만하다는 말씀에 걸어서 가 보는데, 등짐이 없이 가벼운 차림이라면 사뿐한 길이지만, 등짐을 잔뜩 짊어진 몸으로는 그리 가뿐하지는 않네 싶습니다.
 
 '러브 앤 프리' 앞에서
 "러브 앤 프리"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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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러브 앤 프리'
주소: 광주 남구 천변좌로418번길 17
홈페이지: www.instagram.com/lovenfree_book


이웃 책집지기님이 '사랑스러운 책집'이라고 귀띔하는 곳이라면 참으로 사랑스럽겠지요?

골목을 걷고 걷습니다. 광주 골목도 매우 살갑습니다. 이 살가운 멋이랑 맛을 광주에 계신 분도 살갗으로 깊이 느끼면서 느긋이 걷고, 해바라기를 하고 바람을 쐬고 꽃내음을 맡고, 돌턱에 앉아 다리쉼을 하겠지요.

마을쉼터가 있어 뒷간에도 들르고 낯을 씻고 다리를 쉽니다. 새로 기운을 내어 더 걸어서 러브 앤 프리에 닿습니다. 이 마을책집하고 마주보는 마을가게에 마을 할매랑 할배가 잔뜩 나앉아서 수다꽃을 피웁니다. 수다꽃 마을가게를 바라보는 고즈넉한 마을책집이란 무척 어울립니다. 더구나 러브 앤 프리는 무엇보다 시를 아끼는 곳이로군요.
 
 '러브 앤 프리' 안모습
 "러브 앤 프리" 안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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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앤 프리' 책시렁
 "러브 앤 프리" 책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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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짐을 내려놓고서 <상어 사전>(김병철 글·구승민 그림, 오키로북스, 2018)을 넘깁니다. 제가 아는 상어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는구나 싶지만, 젊은 이웃님이 이런 도감을 쓰고 그린 대목만으로도 반가워서 덥석 집습니다. 웬만한 마을책집에 가도 으레 만나는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줌파 라히리/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2015)인데, 그동안 미뤄 두었는데 오늘은 집어들어서 읽어 보기로 합니다.

책집 한쪽을 가득 채운 시집 겉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단출하면서 단단하게 차려 놓은 시집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이 시집 가운데 어느 시집을 손에 쥐고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읽을까 하고 어림하다가 <작은 미래의 책>(양안다, 현대문학, 2018)을 집습니다.
 
 '러브 앤 프리'에서
 "러브 앤 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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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앤 프리' 책시렁
 "러브 앤 프리" 책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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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앤 프리'에서
 "러브 앤 프리"에서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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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태어난 분들은 이른바 '젊은 시인'이란 이름을 내겁니다. 예전에는 1980년대에 태어난 분들이, 더 예전에는 1970년대에 태어난 분들이, 더 예전에는 1960년대나 1950년대에 태어난 분들이 '젊은 시인'이라 했어요.

가만히 보면 그 어느 곳보다 시나 소설을 이야기하는 판에서는 '젊은 글님'이란 이름을 으레 내겁니다. 글님이 젊기에 목소리가 젊다는 뜻일까요? 우리 삶터에는 젊은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일까요? 그런데 몸나이로만 젊다고 할 만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몸나이 아닌 마음나이로, 또 넋나이로, 생각나이랑 꿈나이랑 사랑나이로 젊음을 말할 적에 비로소 곱게 피어나는 눈부신 '젊은 노래'가 태어나리라 봅니다.

시를 아끼는 러브 앤 프리에 <우리말 글쓰기 사전> 한 자락을 드리면서, 광주길에 시외버스에 쓴 동시 '홀'을 흰종이에 옮겨적어서 드렸습니다.
 
홀 (숲노래 씀)

닿으면서 피어나는 닿소리
홀로 꽃피어나는 홀소리
함께 있어 좋은 짝
하나로 빛나며 고운 홀

혼자여서 무서웁구나
홀로 있지만 노래하며 가네
혼자서 냠냠 혼밥
너랑 같이 짭짭 함밥

같이하며너 가볍게 들고
홀가분하게 하늘 나는 걸음
나란히 나란히 나비 날갯질
혼잣말 혼잣손 혼잣몸 혼잣길

바다에 덩그러니 홀로섬
갖은 바닷새 찾아와 엄마섬
두 손으로 거뜬 홀로서기
어깨동무 새로워 같이서기
 
 '러브 앤 프리'에서
 "러브 앤 프리"에서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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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앤 프리'에서
 "러브 앤 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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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앤 프리'에서
 "러브 앤 프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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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러브 앤 프리를 들러서 버스나루로 가려고 하는데, 두 분한테 길을 여쭈었으나 두 분 모두 엉뚱한 데를 알려주었어요. 곰곰이 생각하니, 요새는 도시에서도 시내버스를 안 타는 분이 많겠구나 싶어요. 버스나루에서 책집까지는 시내버스로 잘 왔으나, 버스나루로 돌아갈 적에는 엉뚱한 곳에서 헤매다가 택시를 잡았습니다.

택시일꾼이 문득 한말씀 합니다. "저도 택시만 모니까 시내버스나 전철은 어떻게 다니는 줄 몰라요." 이제 버스길이나 전철길은 '마을사람' 아닌 '손전화'한테 물어볼 노릇이로군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s://blog.naver.com/hbooklov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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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