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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준모 씨
 안준모 씨
ⓒ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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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강면 송산1리 마을 안쪽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깔끔하게 정리된 나무 담장을 만날 수 있다. 담장을 지나 집에 들어서면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나무가 정겹게 방문자를 맞이한다. 이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고추, 토마토의 모습과 함께, 포도나무 그늘 아래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안준모씨가 보인다. 내일모레면 여든인 그는 뒤늦게 서각의 매력에 빠져 매일같이 작품 활동에 몰두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 재미있는 서각을 일찍 만났으면 어땠을까요? 서각의 맛을 알게 되면서 '왜 이제야 서각을 만났을까' 생각해요."

안씨는 이곳을 '세월을 낚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말 그대로 안씨가 농사를 짓고 서각을 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곳이란다. 현재 합덕읍 운산리에 살고 있는 그는 매일 같이 우강면 송산1리로 출근한다.

올해 78세인 그는 벼와 보리농사를 짓는 부모님 아래서 자랐다. 4남1녀 중 셋째 아들인 그는 합덕초·합덕중·합덕농고를 졸업해 국민대에 진학했다. 형편이 어려웠지만 아들이 공부하길 원했던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홀로 상경했다.

하지만 어려운 집안형편에 그의 생활비와 등록금을 지원하면, 고향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굶고 지낼 거 같은 걱정에 대학교 1학년 때 자퇴를 결정했다. 이후 10년 동안 철물점을 운영했고, 친구의 사업을 도우며 돈을 벌었다.

젊은 나이에 큰돈을 벌게 된 그는 어느 순간부터 '이제는 돈을 쫓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농사일에 전념했다. 안씨는 "31살 때 돈 버는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돈을 좇으며 일하는 생활은 언젠가는 나를 망가뜨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송산1리에서 벼농사를 짓고, 다양한 작물을 기르는 농사꾼의 삶을 살고 있다.
 
 안준모씨의 서각작품
 안준모씨의 서각작품
ⓒ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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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에서 서각으로 이어진 취미

바쁘게 젊은 날을 보내던 안씨는 40대 중반에 새로운 취미생활을 만났다. 바로 등산이다. 25년 간 산을 탄 그는 전국에 가보지 않은 산이 없을 정도로 산 마니아였다. 그는 산의 매력에 푹 빠져 대건신협, 합덕농협 등에서 산악회장을 맡으며 지역민들과 함께 산을 올랐다.

안씨는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산을 오른다'는 산악인 조지 맬러리의 말에 공감한다"며 "자연과 가까이 있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나이가 들어 산을 타기 어렵지만 아직도 산을 오르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후 삶이 무료할 시점에 안씨에게 또 다른 취미생활이 생겼다. 서각이었다. 서각은 돌·쇠·나무·옥·진흙 등에 글자나 문양을 새기는 전통 공예다. 올해 2월 정병찬 전 우강파출소장의 권유로 서각에 입문하게 된 그는 당진문화원을 통해 서각과 전각을 배우고 있다.

작가들의 서각작품을 보면 멋있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는 안씨는 "새기고자 하는 글자가 잘 나왔을 때 희열을 느낀다"며 "종이와 천에만 그림을 그리는 줄 알았는데 나무에 글과 그림을 새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하헌완 한국서각협회 당진지부장은 "안씨는 1년 남짓 서각을 배운 사람들만큼 솜씨가 출중하다"며 "열정이 많은 수강생"이라고 전했다.
 
 안준모씨의 서각작품
 안준모씨의 서각작품
ⓒ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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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4일부터 3일 간 당진문예의전당에서 충남서각예술대제전 및 당진회원전이 개최되는 가운데, 안씨도 작품 하나를 출품했다. 태어나 처음 하는 전시라 떨리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고. 하지만 사실 안씨는 매일 전시를 하고 있다. 주민들이 편하게 오고가며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주민들이 운동하다가, 편하게 들어와서 서각작품과 농작물을 구경하기도 한다"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늘 깨끗하게 정리해 놓는다"고 전했다. 이어 "칭찬을 들으면 쑥스럽지만 열심히 작업해서 서각이라는 예술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고, 개인전도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저는 서각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금처럼 즐겁게 사는 것이 꿈입니다."

▲ 안준모씨는
- 우강면 송산1리 출생(78세)
- 합덕초·합덕중·합덕농고 졸업
- 전 대건신협·합덕농협 산악회장
- 현 합덕제철고 운영위원장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당진시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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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당진시대 기자 김예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