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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 및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TF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8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 및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TF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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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단 2주 인턴 과정으로 의학논문 제1저자로 올려주는 스펙 관리, 남의 자식은 안 돼도 내 자식은 된다는 결정판입니다. 남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며 정작 본인과 주변에는 한없이 관대한 이중성과 모순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집권세력의 민낯입니다."

지난달 20일, 조국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의혹이 불거진 직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잘 알려진 대로,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조 장관과 그 가족을 향해 각종 의혹제기와 독한 언사를 일삼았고, 조 장관 임명 이후엔 사퇴 운동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그러나 조 장관 딸과 관련된 다수 의혹은 부풀려지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조 장관 임명 이틀 뒤인 지난 10일, 나 원내대표의 '아들 청탁'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나 의원의 청탁을 인정한 서울대 윤형진 교수의 인터뷰가 보도되면서다. 앞서 조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 나 원내대표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이 재조명된 상태였다. (관련 기사 : 특히 나경원 의원은 조국 장관에게 그러면 안 된다 http://omn.kr/1kvhs)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의 각종 의혹에 대한 특검 요청!> 청원이 20만을 훌쩍 넘겼다(16일 기준 33만 돌파). 이 같은 의혹 외에 <노컷뉴스>와 KBS가 아들과 관련된 의혹을 보도한 직후 나 원내대표는 이렇게 해명했다.

"우리 아이가 (실제로) 다 쓴 겁니다. 아이가 7~8월에 실험을 했고, 그 이후에 과학경시대회에 나가고, 그리고 나서 포스터를 작성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 전부 다 저희 아이가 실험하고, 저희 아이가 작성한 것입니다.

이미 알려드린 것처럼 저희 아이는 미국 고등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습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해서 아이의 실력과 상관없이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보도를) 함으로써 아이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앞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앞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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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하면, 나 원내대표의 아들 김모씨가 과거 미국 고등학생 신분으로 단순히 서울대의 실험실을 빌려 연구물 포스터 작성에 필요한 실험을 수행했고, 문제가 된 의학 관련 연구물 포스터 역시 본인이 직접 작성했으며, 청탁이나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해 아무런 불법이나 위법이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해당 의혹 제기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강조했다. 같은 날 한국당 미디어국 역시 보도협조 입장을 냈다.

"나 원내대표가 '제 아들은 논문을 작성한 바가 없다'고 확실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논문 작성 의혹 제기 기사를 보도한 노컷뉴스와 KBS에 대해 명예훼손에 의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입니다. 일부 인터넷 언론과 실검조작을 방치한 포털 사이트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입니다. 각 언론에서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보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일관성

시계를 2016년 3월로 돌려 보자. <뉴스타파>가 '나경원 딸 성신여대 의혹 부정입학 논란'을 보도했을 당시,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한 주류 언론들은 이 뉴스를 외면했다. 같은 달 19일 <미디어오늘>은 <나경원 딸 부정입학 의혹, 마치 짠 것 같은 주류언론의 '침묵'>란 기사를 통해 "하지만 언론은 쉬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나경원 의원 측의 언론대응도 한 몫 하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나경원 의원측은 18일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자를 통해 "나경원 의원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나경원 의원 딸, 대학 부정 입학 의혹' 제하의 기사와 관련하여, 뉴스타파 황일송 기자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장을 2016.3.18. 오후 8시 30분경 접수했으며,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민사소송도 곧 접수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언론사들은 이 점을 양지하셔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하에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이 문자의 의미는 기자가 아닌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인용기사라도 썼다가는 '너도 고소하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경고다. 나경원 의원은 과거 시사인이 '1억원 피부과 이용 논란'을 보도했을 당시에도 시사인 기자 등 기자 4명을 형사 고소했다. 이들은 모두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016년 3월 나경원 의원 측이 보낸 문자나 지난 10일 '법적 조치' 운운하며 한국당 미디어국이 보낸 문자가 흡사하지 않은가. 이번에도 언론들은 나 원내대표 측의 문자를 '협박에 가까운 경고'로 받아들이진 않았을까. 이를 반영하듯,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일간지 등 대다수 언론이 침묵했다.

추석 연휴 '나경원 아들' 의혹과 관련된 언급은 정치인이나 평론가들의 대담을 내보낸 뉴스채널이 고작이었고, 그 내용도 제기된 의혹을 짧게 언급하면서 '조국 후폭풍'을 거론하거나 이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이 전부였다.

그리고 16일 오전, <연합뉴스>가 <나경원 '자녀 부정입학 의혹'도 검찰로…시민단체가 고발>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이어지는 고발, 국내외 커뮤니티의 커지는 의혹 제기

"아들이 부당하게 국제 학술회의 연구 포스터에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이를 계기로 해외 유명대학에 입학했다는 의혹을 받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검찰에 고발됐다. 민생경제연구소와 국제법률전문가협회 등 시민단체는 16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민원실에 나 원내대표의 아들과 딸과 관련한 업무방해 의혹 고발장을 제출했다."

시민단체가 나 원내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는 짧은 단신이다. 이것조차 시민단체의 고발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기사였다.

이렇게 추석 연휴 동안 언론이 외면하고 침묵하는 사이,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나 원내대표 아들에 대한 의혹 제기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나 원내대표 아들이 재학 중인 예일대와 미국으로까지 옮겨간 형국이다.  
"다음 단계로 다들 힘을 모아 언론사에 이메일 보내고 있고, 뉴욕타임스에서 짧은 답장을 받으셨다는 분도 계십니다. 더 좋은 소식 있으면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최근 미국 내 한인 여성 커뮤니티인 '미씨 USA'에 올라온 게시글 내용 중 일부다. 이 게시글은 나 원내대표 아들의 예일대 입학과 연구물 포스터 관련 의혹을 폭스뉴스, ABC,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등 미국 내 유력 언론사와 예일대, 뉴햄프셔 과학경진대회, IEEE EMBC(전기전자기술자협회 의생체공학컨퍼런스) 등에 제보했다는 내용이다.

국내 커뮤니티에도 <뉴욕타임스>와 <폭스뉴스>의 제보 관련 담당자들이 해당 제보를 '접수'했다는 '인증샷'이 속속 게시되고 있다. 국내 각종 정치 현안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해외 한인 커뮤니티 중 자식들의 교육 문제에 특히 민감한 미국 내 여성커뮤니티가 나 원내대표 아들의 예일대 부정입학 의혹까지 파헤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외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 일부 언론에 제기된 나 원내대표 아들과 관련된 의혹은 이미 제기된 연구물 포스터 제1저자 청탁 논란 외에 ▲ (서울대 윤형진 교수가 인정한) 해당 연구물 포스터와 관련된 실험의 IRB(연구윤리심의) 미준수 문제 ▲ 해당 연구와 삼성, 서울대 산학연구소와의 관계 ▲ 나 원내대표 아들 김모씨의 국적 문제 등 김모씨를 둘러싼 전방위적인 의혹으로 커나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과 자유한국당척결 국민고발인단 등 시민단체와 시민 7800여 명은 나 원내대표와 아들 김모씨, 서울대 윤형진 교수를 부정 청탁, 직권남용, 업무방해, 연구 특혜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의 침묵과 외면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은 현지시간 13일 딸의 SAT 점수 조작을 위해 브로커에게 1만 5천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천8백만 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배우 펠리시티 허프먼에게 구금 2주에 벌금 3만 달러, 사회봉사명령 25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16일 MBC <뉴스투데이> 보도 중 일부다.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미국의 여성 배우 펠리시티 허프만이 최근 입시부정 혐의로 유죄를 판결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초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입시부정 스캔들이 논란이 된 가운데 일반인들의 입시 부정에 대해선 엄격한 미국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입시 브로커가 부유층과 연예인 등을 대상으로 입시부정과 부정입학 등을 주도, 약 280억 원의 수익을 올린 해당 사건은 입시부정에 무척이나 엄격하다고 알려진 미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해당 사건에 연루된 대학은 나 원내대표의 아들이 재학 중인 예일대를 포함해 스탠포드대, 조지타운대, UCLA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명문대들이었다.

미씨 USA 등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가 나 원내대표 아들 의혹에 적극 나서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미국 내 한 대학의 간호학과 교수라 밝힌 여성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미 입시부정 사건을 수사한 FBI에 나 원내대표 아들과 관련된 의혹을 제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언론이 침묵하는 사이,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나 원내대표 아들과 관련된 의혹을 미 언론에 적극적으로 제보하는 현실이 한편으론 꽤나 씁쓸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조 장관 딸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갖가지 이슈를 쏟아냈던 것과 달리 나 원내대표 아들 의혹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배경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조국 사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공정의 기준과 잣대가 중시되고 있고, 또한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편승했던 것이 바로 청문회 정국의 언론 아니었던가. 

나 원내대표의 말을 돌려드리자면, 이쯤 되면 언론 역시 나 원내대표 본인과 그 주변에는 한없이 관대한 이중성과 모순이란 '민낯'을 보여주고 있진 않은가. 

16일 오후, 교육부는 나 원내대표 아들의 서울대 의대 실험실 사용과 관련해 특혜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실을 다룬 기사에 만개가 넘는 추천을 받은 베스트 댓글은 바로 이 단 한 문장이었다.  

"낱낱이 파헤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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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