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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강제동원 사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등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8월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 당시 모습. 학생과 시민들이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강제동원 사죄 등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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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떤 일본인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내 마음 속에 깊은 인상을 남겨놓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그 불행한 과거사 때문에, 애증의 관계가 유형화되고 전형적이 됐다. 그래서 '반일' 또는 '혐한' 등으로 양분돼 국가간 또는 국민간의 대립양상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다행이도 최근 한일간의 경제전쟁에서 한국인들의 의식이 '반일'이 아니라 '반아베'로 그 투쟁의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했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정신사의 일대전진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우리는 일본인들을 모두 미워할 수 없다. 존경스럽고 고마워할만한 일본인들은 너무도 많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몇 사람의 훌륭한 일본인들의 모습을 환기시키고 싶다.

'반일'이 아니라 '반아베', 이것은 큰 진전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문제부터 "아베가 반성하고, 아베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촉구하는 일본 정치인이 있다. 바로 2009년 8월의 중의원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출신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다.

그는 2015년 8월 광복 7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동아시아 평화 국제회의에 참석차 서울에 왔을 때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하고, 일제시대의 만행을 둘러 보면서,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TV에 비친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마치 브란트 전 서독 수상이 폴란드를 방문해 폴란드 전몰장병의 묘소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당시 유럽인들은 그 자신이 나치의 피해자이고, 반나치 항쟁에서 치열하게 싸운 투사로서 왜 그가 무릎을 꿇어야 하는가? 하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독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일본은 지금 아베와 같은 전범세력의 후예들이 집권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일관계가 이렇게 꼬여가고 있지만, 만약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집권한다면, 한일관계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동아시아의 운명도 달라질 것이다. 2010년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에 대해 최초로 사죄한 간 나오토 총리는 바로 민주당의 하토야마 총리의 후임이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는 위대한 문학가이고, 아흔을 바라보는 노인이지만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지금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일본의 헌법과 교육기본법을 사랑했다. 그것이 일본의 천황제와 군국주의를 막는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주류세력들의 개헌의지와, 그 헌법을 미래세대에 교육시키기 위한 교육기본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한 모임'을 만들어 아베의 개헌기도에 대항하고 있다. 그는 '국제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이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일명 평화헌법 제9조가 새로운 일본의 고귀한 가치라고 믿고 있다.

이것이 일본을 미국의 패권으로부터 자립시키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헌법에 기초해 '개인의 존엄과 진리와 평화를 희구하는 인간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기본법에 '애국심'과 '전통' '일본적 개성과 문화' '좋은 국민' 같은 자의적이고 애매한 개념으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하여 문을 닫아버리는 퇴행적 개악이, 불행히도 2006년에 아베정권에 의하여 이뤄지고 말았다.

이때부터 아베 정권은 일본에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진실에 기초한 역사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아베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만들겠다는 그의 궁극목표의 마지막 걸림돌인 헌법 9조를 기어이 개정할지도 모른다.

전 일본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우쓰노미아 겐지는 최근에 한국의 방송을 통해 소개된 분이다. 그는 일본이 한국만큼 민주화되지 못하고 아직도 정권이 극우세력에 의하여 장악되고 있음을 개탄했다.

그는 전 세계의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된 광주 5. 18운동을 알아보기 위하여 광주를 방문했다. 자료를 수집하고 5. 18묘역을 방문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악보를 구해 그 노래를 열심히 연습하여 부르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은 2차 대전 종전 후 거의 같은 세월을 지내오고 있는데, 한국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기가 있었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이것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여 매우 아쉬워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촛불혁명에 의하여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지금 그 임기 중 절반정도가 지나가고 있으므로,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70년 가운데, 12년 정도를 보수 세력이 정권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정치적 혼란은 60년 동안 각계각층에 뿌리내려 온 이 보수세력이 절치부심의 총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미군정이 종식되고 일본에 정권이 이양된 1952년부터 1967년 가운데,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는 1993. 8. 9.~ 1994. 6. 30.까지의 여당인 자민당에 대항하는 7개 군소정당이 1년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연립내각을 구성한 적이 있고, 2009. 8. 30~ 2012. 12. 6.까지 민주당이 집권한 약 3년간의 정권교체기가 있는 것이 전부다. 그러므로 약 4년간의 민주화의 경험이 있다 할 것이다.

지금의 아베정권의 기세를 보면, 일본이 민주화되는 길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이 변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소위 '변방세력'이 주류세력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이 적인가' 성명 발표 일본 지식인, 그들의 이유

나는 일본의 과학· 기술의 발전, 그들의 철저한 직업의식에 경의를 표한다. 언젠가 TV에서 노벨상 수상장면을 중계하는 것을 봤는데,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장면이다.

한 일본인 수상자가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영어를 할 줄 몰라서 부득이 일본어로 말하게 된 것을 양해해 달라면서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라고 했다. 그는 일본어만으로 학문을 했고 노벨상까지 받았다. 그의 실력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최고의 과학자이면서, 오에 겐자브로와 마찬가지로 반전 평화주의자이고, '9조 과학자 모임'을 만들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 것을 나는 허용할 수 없다"라고 부르짖고 있다.

과문한 나이지만, 일본인 가운데 훌륭한 사람은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당치않은 것인가를 증언하는 역사학자,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하여 노력하는 법률가들, 일본에서 핍박받은 조선인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선량한 일본인들, 한국에 여행 와서 반아베 집회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수요집회에 참석해 조그만 힘이나마 보태려는 일본인들을 보면, 경이로움을 느낀다.  

지난 8월 일본의 지식인들 70여 명은 '한국은 적인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베의 잘못을 일본인들에게 알리고, 또 그들이 한국의 건전한 시민세력들과 연대한다는 것을 한국인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들은 한국에 우호적인 사람들이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고 참다운 인간적 가치를 지향하며, 한일 양국의 우호와 선린, 동양의 평화라는 이상을 생각하기에 그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자기 조국인 일본을 사랑하지만, 일본이 아베와 같은 노선을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믿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반대하고 한국에 와서도 반대하는 것이다. 단지 생각이 다를 뿐이다. 마치 한국에도 일본의 경제보복은 아베 잘못이 아니라, 문재인에게 책임이 있으며, 위안부는 매춘이고 강제징용은 자발적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는 한국인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인간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가. 같은 국민이기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든 다른 국민을 배척하고 '우리'라는 틀 속에서 감싸 안아야 하는가? 아니다. 인간은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고, 같은 정서를 공유하면서 이해하지 않으면 친구가 될 수 없다.

내가 존경하는 일본인들은 아베가 이끄는 일본 주류세력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우리의 친구들이지만, 한국의 주류세력에게는 못마땅한 사람들이다. 오늘날의 세계화 시대에는 친구와 적은 국경을 초월해 존재한다. 2017년 12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아베를 면담하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면서 일본 자민당과 자유한국당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강조했는데, 그것은 정확한 고백이다.

지금 인류의 문명은 '인종'이나 '민족', '국가'와 '국민' 같은 테두리를 벗어나 '인류'와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국가간에도 평등과 호혜, 평화와 공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은 우리 헌법의 정신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야만인' 또는 '오랑케'라고 불렀다. 근대 서양인들은 자기들을 문명인이라고 자임하면서, 그 밖의 사람들을 야만인이라고 불렀다. 이런 명명법은 단지 자기와 남을 구별하면서, 타자를 폄하하고 무시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군국주의 일본도 서양인들을 따라 스스로를 문명인으로 자처하면서 아시아의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

그런 과거사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그 때로 돌아가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다는 것이, 그런 사람들이 오늘날 일본의 주류세력으로 온존해 있다는 것이 바로 일본의 불행이요, 또 우리의 불행이라고 할 수 있다.

'반일' '반한'이라는 이 막연한 민족주의적 정서는 아베 같은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정권을 유지하기에 매우 좋은 토양이 된다. 아베가 한국에서 문재인 정부가 쓰러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나는 아베를 필두로 하는 일제 전범세력의 후예들이 일본에서 사라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인류의 정신과 의식의 진보에, 일본이 동참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병훈씨는 전주대 명예교수(헌법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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