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녀는 괴로워>

영화 <미녀는 괴로워> ⓒ 쇼박스

 
드라마 원작의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개봉 사흘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스크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동석, 김상중, 장기용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범죄 액션물로 극 중 홍일점인 곽노순을 연기한 김아중의 매력이 돋보인다.

'배우 김아중' 하면 어떤 작품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많은 이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떠올릴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13년이나 지난 작품이지만, 그가 연기한 강한나 캐릭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남들에게 밀렸던 여성이 새로운 모습으로 제2의 인생을 살며 펼쳐지는 이야기.

내가 사랑한 캐릭터, 강한나

영화가 개봉했던 2006년 당시만 해도 성형이 지금처럼 보편화 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신 성형으로 새로 태어난' 강한나 캐릭터는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극중 김아중이 불렀던 '별', 'Maria'와 같은 곡들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인기를 끌었다. 당시 이 노래들을 노래방에서 한 번쯤 안 불러본 사람이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강한나라는 캐릭터를 좋아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착하고 노래도 무척이나 잘 부르지만 외모 때문에 립싱크 가수로 일한다. 외모도 능력이라는 말이 이렇게까지 사무칠 수 있을까. 우리는 그가 차별과 멸시 속에 살아온 삶 전체를 되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를 뚱뚱하다는 이유로, 못생겼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평가해버리지는 않는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한 장면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한 장면 ⓒ 쇼박스


외모만 바뀐 동일인물, 그러나 180도 다른 인생

사실 뚱뚱한 강한나보다 제니로 변신한 주인공에게서 씁쓸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를 대하는 주변인들의 변화된 태도 때문이었다. 도로 주행 중 앞에 정차 중인 택시와 들이받고, 택시 기사는 열받은 얼굴로 차에서 나온다. 그러나 제니의 얼굴을 보자마자 택시 기사는 오히려 "괜찮아요?"라며 친절을 베푼다.

좋아하던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주진모가 연기한 한상준은 뚱뚱한 강한나에게 호의적인 유일한 남자였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강한나를 '여자'로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제니에게는 먼저 입을 맞추고, 남성으로서의 매력을 어필하는 등 다른 태도를 보인다.

강한나와 제니는 껍데기만 바뀐 같은 인물이다. 그러나 두 여성이 사는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강한나도 사람들의 달콤한 친절과 호의에 빠져 행여나 과거 자신의 모습이 들킬까 조마조마해 한다. 그러나 그 달콤함에 취해 자신이 진정 소중히 여겼던 것들이 사라지고, 예전같지 않은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그 모든 것들이 진실된 행복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한 장면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한 장면 ⓒ 쇼박스


가장 큰 아름다움은 나를 사랑하는 것

결국 정답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남들에게 사랑받는 나'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강한나는 여러 성장통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연미인이라는 콘셉트는 거짓말이었다고 팬들에게 당당히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런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정체가 탄로날까봐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아버지에게도 눈물로 용서를 구한다.

뚱뚱한 강한나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준 아버지, 언제나 곁을 지켜주던 오랜 친구. 그들이 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강한나. 그를 연기한 김아중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미녀는 괴로워>가 개봉한 당시 김아중의 나이는 스물 다섯.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영화를 다시 봐도 그는 여전히 아름답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 준 '내가 사랑한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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