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츠전 투구하는 류현진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 5회에 상대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오래간만에 여유를 되찾았다.

▲ 메츠전 투구하는 류현진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 5회에 상대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오래간만에 여유를 되찾았다. ⓒ AP/연합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야구팬들이 알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류현진은 15일(이하 한국시각)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서 7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지난 8월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이후 34일 만에 만들어 낸 무실점 투구다. 지난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4.1이닝3실점) 이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런 슬럼프는 처음"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던 류현진이 또 한 번 스스로의 힘으로 부진 탈출의 해법을 찾아냈다.

류현진이 약 한 달 만에 부진에서 탈출하는 호투를 선보이자 주변에서도 극찬이 이어졌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코너워크와 완급조절이 빛났다"며 돌아온 '괴물'의 부활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친 메츠의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 역시 "엄청난 시즌을 보내고 있는 류현진과는 접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류현진과의 치열한 투수전을 예상했다고 털어 놓았다.

류현진은 메츠전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올 시즌 9번째 7이닝 이상 무자책 경기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메츠를 만나기 전까지 지난 4경기에서 19이닝 21실점 3패 평균자책점 9.95로 추락했던 점을 고려하면 메츠전의 반등은 더욱 극적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류현진이 지난 4경기에서의 심각한 부진을 씻고 극적으로 부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9일 휴식 후 7이닝 무실점 호투, '괴물'에게도 휴식이 필요했다

류현진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5.2이닝 4실점)과 뉴욕 양키스전(4.1이닝 7실점)에서 시즌 첫 연패를 당했을 때부터 현지 언론으로부터 체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류현진을 꾸준히 따라 다니는 어깨 수술과 사타구니 부상 경력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류현진은 자신의 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찔러 넣는 세밀한 제구력(커맨드)이 흔들린 것이 부진의 원인이라고 자가 진단했다.

로버츠 감독을 비롯한 다저스의 코칭스태프도 류현진의 의견에 동의했고 9월 초까지 류현진을 꾸준히 로테이션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결과는 연이은 대량실점과 5회 이전 조기 강판이었다. 결국 로버츠 감독은 부진이 이어진 류현진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 3연전 등판 순서에서 제외했다. 다저스의 7년 연속 지구 우승이 결정된 시리즈에서 올 시즌 팀 내 에이스 역할을 해준 선발 투수를 로테이션에서 제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에게 휴식을 준 것은 대성공이었다. 콜로라도전 4.1이닝3실점 이후 9일의 휴식을 보장 받은 류현진은 충분한 휴식과 함께 구위를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이는 15일 메츠전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이어졌다. 류현진 역시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장 기간 휴식을 취하고 불펜 투구를 하면서 구위를 점검한 것이 메츠전 투구에 큰 도움이 됐다며 휴식이 준 효과를 인정했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지친 투수에게 휴식만큼 좋은 보약이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보름 후부터 곧바로 가을야구 일정이 시작되는 만큼 류현진은 이제 휴식이 아닌 경기에 출전하면서 구위를 다듬어야 한다. 적게는 한 차례, 많게는 두 차례 정도 등판이 예정된 류현진이 포스트시즌 일정을 앞두고 몸 상태와 구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0과 5.81, 류현진은 '베테랑' 마틴과 궁합이 잘 맞는다

그렉 매덕스에게는 에디 페레즈, 팀 웨이크필드에게는 덕 미라벨라, 박찬호에게는 채드 크루터라는 전담포수가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프로 데뷔 후 신경현(북일고 코치), A.J. 엘리스, 야스마니 그랜달(밀워키 브루어스) 같은 소속팀의 주전 포수와 괜찮은 호흡을 맞춰 왔다. 류현진의 성격 자체가 '예민하게 포수를 가린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싫어한 것도 전담포수를 두지 않은 이유였다.

하지만 올 시즌의 류현진에게는 확실한 전담 포수가 있다. 바로 빅리그 14년 차의 베테랑 포수 러셀 마틴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마틴과 호흡을 맞춘 19경기에서 123.2이닝 동안 22자책점 만을 기록하며 1.60이라는 눈부신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타격, 특히 장타력에서 마틴보다 나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루키 포수 윌 스미스와는 5경기에서 5.81(56.1이닝17자책)의 부진한 성적을 합작했다. 

5회에 조기강판됐던 지난 3경기에서 모두 스미스와 호흡을 맞췄던 류현진은 15일 메츠전을 통해 왜 자신에게 마틴이 필요한지 깨달았다. 노련한 마틴은 경기 초반부터 류현진에게 높은 공을 노골적으로 많이 던지게 했다. 흔히 높은 패스트볼은 강속구 투수가 유리한 카운트에서 삼진을 잡기 위해 던지는 유인구로 쓰인다. 하지만 뛰어난 제구력을 자랑하는 류현진은 이날 높은 공으로 카운트를 잡기도 하고 파울이나 헛스윙을 유도하기도 했다.

마틴의 공격적인 투수 리드 역시 단연 돋보였다. 마틴은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7이닝 동안 끊임없이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을 요구했고 류현진은 90개의 투구수 중 2/3에 해당하는 61개의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물론 다저스 타선이 침묵을 지킬 때는 스미스의 호쾌한 장타력이 그리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편안하게 공을 던지기 위해 홈플레이트에 앉아 있어야 할 '안방마님'은 역시 마틴이다.

가을에는 메츠보다 강한 상대들에게도 호투가 필요한 류현진

빅리그 7년 차의 류현진은 콜로라도처럼 부담스러운 상대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생각하는 상대도 분명히 존재한다. 통산 11경기에서 류현진에게 8승을 헌납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6번의 등판에서 6승을 선물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의 지역 라이벌이라는 부담만 덜어낸다면 통산 17경기에서 6승 6패 2.79를 기록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썩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류현진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상대로는 역시 메츠도 빼놓을 수 없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메츠를 상대로 통산 7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1.38이라는 좋은 성적을 올린 바 있다. 메츠의 홈구장 씨티 필드에서도 3경기에서 2승 1.35로 매우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류현진에게 휴식을 준 로버츠 감독이 메츠를 복귀전 상대로 결정한 것도 류현진의 통산 메츠전 성적을 고려했을 확률이 적지 않다.

그리고 류현진은 지난 5월31일(7.2이닝 무실점) 이후 약 3개월 반 만에 다시 만난 메츠를 상대로 시즌 첫 등판 때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호투를 선보였다. 물론 다저스 타선이 디그롬을 상대로 1점도 뽑지 못하면서 류현진은 7이닝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를 선보이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3회 2아웃 이후 13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는 눈부신 투구로 홈런 1위 피트 알론소가 포함된 메츠 타선을 완벽히 제압했다. 

실제로 메츠의 홈 중계진은 류현진이 8회 타석에서 대타 에드윈 리오스로 교체되자 "이제 메츠 타자들이 행복해 지겠다"며 류현진의 호투를 간접적으로 칭찬했다.그리고 메츠는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 간 8회말 공격에서 다저스 불펜을 상대로 3점을 뽑아내며 승리를 따내고 와일드 카드 경쟁을 위한 희망을 이어갔다(물론 불펜의 방화가 류현진의 호투를 망쳐버리는 경기는 올 시즌 다저스 경기에서 자주 보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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