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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은 9월 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결정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소위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조국 사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한 전국 여론은 '잘못했다'는 부정평가가 49.6%, '잘했다'는 긍정평가가 46.6% 로 나왔다.(9/9 오마이뉴스 의뢰 리얼미터)같은 조사에서 광주·전라 여론은 '잘못했다'는 응답이 38.7%, '잘했다'는 응답이 56.0%로 나왔다.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을 검토하던 때부터 최종 임명까지 리얼미터는 오마이뉴스, YTN, TBS 등의 의뢰를 받아 총 8차례에 걸쳐 관련조사를 실시했다. 광주·전라의 경우 검토 단계(7/1 YTN 의뢰 리얼미터)에서 78.5% 찬성으로 가장 높았고, 찬성이 가장 낮을 때가 52.7%였다. 반대가 찬성을 앞지른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광주·전남지역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와 무등일보, 사랑방닷컴이 갤럽에 의뢰한 추석 여론조사(9월5~6일)에선 '조국 임명'에 관해  '적절하다'가 55%, '부적절하다' 27%로 나왔다. "문 대통령 잘하고 있다"는 여론은 72%로 집계됐다. 매주 조사하는 리얼미터 주간집계에서 호남지역의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대부분 70%를 넘었다. 전국 평균보다 30% 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이다.

전국 여론과는 사뭇 다른 호남지역 여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호남이 '민주당의 텃밭'이어서 그럴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 진영 논리에 따라 정치적 입장을 결정한다는 이야기인데, 적절하지 않다.

2016년 총선, 광주에서 몰락한 민주당
 
인사청문회 출석한 조국 후보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열린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문을 듣고 있다.
▲ 인사청문회 출석한 조국 후보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6일 오전 열린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문을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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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총선 당시 호남에서 민주당은 '몰락'했다. 2004년 총선에서도 (구)민주당을 몰락시키고 열린우리당을 선택했다. 꾸준히 이어져 온 지지성향을 이처럼 한 순간에, 약속이나 한 듯이 집단적으로 뒤바꾼 지역은 호남이 유일하다. 호남 내에서도 진영논리는 작동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정국을 파악하지는 않는다는 역사적 증거다.

조국 장관이 임명되는 데 걸린 한 달 정도의 시간 동안 100만 건이 넘는 '의혹 보도'가 있었다. 중간에 검찰까지 가세했다. 그럼에도 호남에서는 '조국 후보자' 임명 찬성 여론이 변함없이 높았다. '언론과 검찰'의 '조국 범죄자 만들기 합동작전'에도 꿈쩍하지 않은 것이다. 진영논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호남의 선택에는 세 가지 '경험칙'이 있다.

첫째, 김대중 경험이다. 온 세상이 김대중을 '빨갱이'라고 색칠할 때 호남 사람들은 '아니다'라면서 김대중을 지켰다. 온 세상 중 강력한 하나가 언론이었다. 김대중 경험을 통해 언론을 믿지 않는 태도,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하는 습성이 생겨났다. 남의 눈이 아닌, 내 눈으로 정국을 판단하려는 훈련을 거쳤다.

둘째, 5‧18 경험이다. 1980년 열흘의 시간뿐 아니라 '북한군 개입설'이 나오는 지금까지 5‧18 경험은 계속되고 있다. 이 시간을 거치면서 언론이 결코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5‧18 당시에는 투사회보가 언론이었고, 5‧18 이후에는 신문보다 대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를 더 신뢰했다. 덧붙여 검찰과 법원을 다시 보게 되는 눈이 이 때 생겨났다. 특히 검찰은 언제나 '우리 편'이 아니었다. 1980년대에 대학생들의 '지산동 검찰(광주고검-광주지점)' 타격 투쟁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 누구도 그 행동을 과격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셋째, 광주 경험이다. 단언의 위험을 안고 말하자면, 인구 150만 명의 광주광역시에 '부자'는 있어도 '자본가 계급'은 없다. 타 지역 유입인구도 아주 미미하다. 40대 중반 이상의 70% 정도가 전남 출신이다. 그래서 문화적 동질성이 강하다. 정치적 판단의 동질성도 이러한 '광주 경험'에서 유래한다. 광주에서는 '강남 좌파 조국'이 모순어법이 아니다. 조국보다 더 잘 살고 학력도 좋은 광주 사람 중에 '좌파'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뭔가 헷갈리면 주변 지인들과 소통하면서 의견을 형성하는 습성이 있다.

역사의 시계를 더 뒤로 돌리면, 1960~70년대의 치열한 농민운동이 있었다. 일제의 국권침탈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의병투쟁을 전개한 곳도 호남이었다. 썩은 왕조를 무너뜨리는 동학농민전쟁의 시작과 끝도 호남이었다. 이 모든 역사적 경험이 나중에 위에 열거한 '세 가지 경험'으로 연결됐다.

이 경험들을 '광주아비투스'(피에르 부르디외의 habitus)로 개념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호남의 역사적 경험이 개인의 경험으로 내재화하고, 그 개인이 다시 역사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외재성의 내재화-내재성의 외면화가 반복적으로, 그러나 점점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면서 '침탈받지 않은 독자적 판단'을 가능하게 했다고 본다. 호남의 집약지이자 인구밀도가 높고 세대 또한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도시로서 광주가 '판단'의 중심지여서 아비투스 앞에 광주를 붙였다.

과거 야권지 '동아일보' 봤던 전남광주 시민들, 종편 나오자마자 마음 바꿔
 
12.12 5.18 관련자 1심 선고 1996년 8월 27일 자 한겨레.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형사합의 30부는 반란수괴죄 등으로 기소된 전두환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2.12와 5.18 관련 ▲ 노태우 피고인 징역 22년 6월 ▲ 황영시?허화평?이학봉?정호용 피고인 각각 징역 10년 ▲ 유학성?최세창?허삼수?이희성 피고인 각각 8년 ▲ 차규헌?장세동?주영복 피고인 각각 징역 7년 ▲ 박종규?신윤희 피고인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했다.
▲ 12.12 5.18 관련자 1심 선고 1996년 8월 27일 자 한겨레.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형사합의 30부는 반란수괴죄 등으로 기소된 전두환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2.12와 5.18 관련 ▲ 노태우 피고인 징역 22년 6월 ▲ 황영시?허화평?이학봉?정호용 피고인 각각 징역 10년 ▲ 유학성?최세창?허삼수?이희성 피고인 각각 8년 ▲ 차규헌?장세동?주영복 피고인 각각 징역 7년 ▲ 박종규?신윤희 피고인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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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호남권의 언론환경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1988년 <한겨레>가 이 창간될 당시 이 신문의 최대 주주는 호남의 개인들이었다. 대략 2010년 즈음까지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권 1등 신문은 압도적으로 <동아일보>였고, <한겨레>가 2등이었다. <한겨레>가 창간되기 전 1970~80년대 '야당지'로 평가받던 <동아일보> 구독 습성이 이어져서다.

현재 광주에서 종합일간지 중 발송 부수 1위는 <한겨레> 2위가 <동아일보>이다. 전남의 경우 1위가 <동아일보> 2위가 <한겨레>다. 전북은 1위가 <한겨레> 2위가 <동아일보>이다. 2011년부터 <동아일보> 구독자 수가 수직으로 추락했다. 4만부를 웃돌다 2만부 수준으로 구독자 수가 떨어졌다. 광주, 전남, 전북 모두 동일한 패턴으로 떨어졌다. 왜 그랬을까. (통계 관련 내용은 미디어오늘 2019.5.25. 보도 <'1등 신문' 조선일보? 광주에선 추락…부수 1위 한겨레> 참조)

이명박 정부가 미디어법을 통과시킨 때가 2009년이었다. 채널A가 TV화면에 나오면서부터 호남권 구독자의 절반이 <동아일보>를 버린 셈이다. <조선일보>는 그 이전에 이미 버려져서 지역지들에 부수가 밀리고 있다.

이른바 조중동을 잘 안보니까 '조국 옹호' 여론이 형성됐을까? 아니다. 호남 사람들은 올바른 여론형성을 위해 조중동을 밀어내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조중동뿐만 아니라 온 언론이 한 목소리로 조국을 찍어 내리고 있을 때도 '다른 의견' 형성이 가능했던 것이다. 2000년 전후, 지역언론 연구자로서 나는 '안티조선'으로 대표되는 광주시민들의 언론환경 개선 노력을 상세히 들여다봤고, 관련하여 학위논문을 제출한 적이 있다. 그때의 연구와 경험을 근거로 하는 말이다.

언론과 검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스스로 의견을 세우려는 일상적인 노력, 그 노력이 어렵지 않게 가능한 정치‧문화적 동질성, 호남사람들이 적극적 행동으로 만들어 낸 '덜 혼탁한 언론환경',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주체적으로 소화하는 '광주아비투스'가 작용해 대통령과 조국에 대한 지지가 꾸준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처럼 호남의 지지는 진영논리를 넘어선, 혹은 정치적 팬심과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2004년과 2016년 총선 당시 (구)민주당과 (현)민주당에 대한 지지철회가 '다른 성격'의 징표다. 묻지마 지지가 아닌, 지지의 이유와 지지에 따르는 책무를 결코 잊지 않는, 전략적 지지이다.

공수처 설치 찬성 여론은 호남 77.5%, 전국 65.2%로 나왔다. (3/7 오마이뉴스 의뢰)검경수사권 조정 찬성 여론은 호남 76.3%, 전국 57.3%로 집계됐다.(5/6 CBS 의뢰 리얼미터) 또한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 성공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호남여론은 78.6%가 "성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국적으로는 성공할 것 45.0%, 실패할 것 46.6%로, 실패 예상이 더 많았다.(9/11 tbs 의뢰 리얼미터)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어느 지역보다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조사 결과들이다. 성공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드러난다. 평균 여론보다 20% 포인트 이상 상회한다. 분명하고 압도적인 여론이다. 전국적 추세와는 전혀 다른 의견이기도 하다. 까닭에 진영논리 외 다른 요인의 작용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 그 요인을 '김대중 경험', '5·18 경험', '광주 경험'으로 압축해 제시했다.

호남사람들은 정치적 지지의 채권자임을 잊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와 조국 장관은 지지층, 지지지역에 대한 정치적 채무자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지지의 이유에 보답하는 것이 채무를 갚는 길이다.

조국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국가개혁 프로세스를 머뭇거림 없이 단호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하라는 사인을 호남은 계속 보내왔다. 그렇게 하는 한, 호남의 단단한 지지는 계속될 것이다.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현역 정치인으로서 나 또한 채무자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지지의 이유에 보답하기 위해 적은 힘이나마 보태고 또 보탤 것이다.
 
생후 3일 만에 아버지 잃은 김소형씨, 위로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당시 생후 3일 만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 생후 3일 만에 아버지 잃은 김소형씨, 위로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당시 생후 3일 만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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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선 5-6기(2010~2018)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노무현 정부 청와대 사회조정 비서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사회정책 비서관으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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