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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로를 걸으며 다른 각도에서 본 호수(Blue Lake)
 산책로를 걸으며 다른 각도에서 본 호수(Blue Lake)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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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숲속에 있는 캠핑장에서 두 번째 아침을 맞는다.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의 아침은 서늘하지만 상쾌하다. 샤워장에서 따뜻한 물로 오랫동안 몸을 녹인다.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토스트와 커피로 간단히 아침도 해결했다. 산속 그리고 약간 추운 곳에서 마시는 뜨거운 커피는 마음까지도 녹인다.

오늘은 로토루와(Rotorua)의 최대 관광지, 온천 지대(Thermal Wonderland)를 찾아 나섰다. 팸플릿을 보니 아침 10시경에는 간헐천에서 물기둥이 솟는다고 쓰여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캠핑장을 떠나 목적지로 향한다. 유명한 관광지답게 입구 근처는 자동차로 막힌다. 교통 안내원의 지시를 받아 많은 자동차를 따라 천천히 운전해 물기둥이 솟아오른다는 간헐천(lady knox geyser)에 도착했다.

넓은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자동차가 주차해 있다. 간헐천에 조금 늦게 도착한 탓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많은 사람 틈에서 물기둥이 솟기를 기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나와 간헐천을 소개한다. 오래전 이곳에는 죄수들이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죄수가 실수로 비누를 간헐천에 떨어뜨렸는데 물기둥이 솟아올랐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런저런 설명을 끝낸 직원이 비누 성분을 간헐천 구멍에 넣는다. 일 분 정도 지났을까, 높은 물기둥이 솟아오른다. 바람을 타고 온 물이 얼굴을 적시기도 한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매일 같은 시각에 자연적으로 물기둥이 솟아오른다는 것이 궁금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직원이 관여하여 물기둥이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물기둥이 하늘 높이 솟구치는 장관을 사진에 담는 수많은 관광객
 물기둥이 하늘 높이 솟구치는 장관을 사진에 담는 수많은 관광객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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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둥에 약간 젖은 얼굴을 닦으며 많은 관광객을 따라 간헐천이 있는 관광지로 운전한다. 안내판에는 모두 돌아보려면 9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자세한 지도에는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과 없는 곳도 안내하고 있다. 호주에 살면서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지나칠 정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스포츠를 비롯한 거의 모든 행사장에는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되어있다.

입장료를 파는 곳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단체 손님도 곳곳에 보인다. 한국말도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한국 사람도 많이 찾는 관광지다. 관광객에 휩쓸려 안으로 들어가니 곳곳에서 온천수가 내뿜는 하얀 뭉게구름이 보인다. 온천수가 작은 폭포가 되어 흘러내린다. 샛노랗게 물든 바위틈 사이로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거대하게 파진 웅덩이 곳곳에서는 검은 진흙이 방울을 내뿜으며 끓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샴페인 풀(champagne pool)이다. 지름이 65m, 깊이가 67m나 된다. 안내판에는 700여 년 전에 형성된 간헐천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뜨거운 온천수 때문에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는 황량한 곳이다. 그러나 온천수와 어울린 현란한 바위 색깔이 아름답다.

간헐천 사이를 거닐며 오랜 시간 구경했다. 유황 냄새가 옷에 배어 있는 것 같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온천수가 개울이 되어 흐르고 있다. 사람들은 개울에 들어가 온천욕을 즐긴다. 자연 속에 있는 온천장이다. 몸을 적시고 싶지만, 수영복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눈으로만 온천욕을 하고 숙소로 향한다. 오후에는 숙소 앞에 있는 호수(Blue Lake)를 산책할 생각이다.
  
 규모가 큰 샴페인 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규모가 큰 샴페인 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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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황냄새가 요동치는 간헐천을 돌아보는 관광객
 유황냄새가 요동치는 간헐천을 돌아보는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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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토루아(Rotorua) 관광안내책자에서 추천하는 많은 산책길 중의 하나가 호수를 끼고 도는 둘레길이다. 어제 캠핑장에서 저녁을 먹으며 만났던 부부가 추천했던 곳이기도 하다. 호수는 13,000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안내판에는 유난히 파란색을 띠고 있는 이유도 설명해 놓았다. 그러나 어려운 전문 용어가 있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사실,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즐기면 된다는 평소의 생각 때문이다.

카메라를 어깨에 걸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로를 걷는다.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산책로다. 산책로를 열심히 뛰는 사람도 자주 보인다. 강아지와 천천히 걷는 노부부도 있다. 백사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한가한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연인들, 걸으면서 만나는 모습 모두가 정겹다.

파란색이 유난히 돋보이는 호수는 걷는 방향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고사리 종류의 식물(Fern)로 뒤덮인 숲속을 지나친다. 공룡이 살던 쥐라기 숲속이 연상되는 곳이다.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귀여운 물줄기를 사진에 담기도 한다. 이름 모를 새소리도 요란하다. 관광안내 책자에서 가볼 만한 산책로라고 추천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조금 바쁘게 오전과 오후를 보냈다. 오전에는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황량한 들판을 거닐었다. 오후에는 깊은 숲속에서 폭포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거닐었다. 모두 관광 명소로 소개된 곳이다.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독특한 관광지들이다.

어디가 더 좋은 관광지일까? 나도 모르게 비교하는 습관이 발동한다. 모든 것에 좋고 나쁨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는 나를 본다.
 
 공룡이 튀어 나올 것만 같은 고사리 과에 속하는 식물로 뒤덮인 산책로
 공룡이 튀어 나올 것만 같은 고사리 과에 속하는 식물로 뒤덮인 산책로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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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주 동포 신문 '한호일보'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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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호주 연방 공무원, 외국인 학교 교사 (베트남, 타일랜드). 지금은 시드니에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바닷가 시골에서 퇴직 생활. 호주 여행과 시골의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