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방송된 <뉴스룸>의 한 장면

지난 10일 방송된 <뉴스룸>의 한 장면 ⓒ JTBC


"네이버에 구체적인 알고리즘이 뭐냐 설명을 요구했는데 자세히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도량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결국 보도의 질 또 정확성이 중요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결국 가짜뉴스를 내지 말라는 이런 목소리입니다."

결론이 꽤나 힘 빠진다. 반론이 답이라는 건가 반문하게 된다. 10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가 그랬다. <조국 장관 관련 보도, 한 달 동안 몇 건?>이란 이슈를 점검한 이날 '팩트체크'는 '조국 인사청문회' 당시 의원들이 주장한 내용을 바탕으로 포털 네이버에서 검색 가능한 조국 장관 관련 기사 수를 살펴봤다.

앞서 인사청문회 당시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조국 장관 후보자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한 달간 118만 건'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고, 이에 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네이버에서 1990년 1월 1일부터 청문회 당일까지 기간으로 설정해야 117만 9000여 건'이라며 이 의원의 주장을 거짓이라 반박한 바 있다.

<뉴스룸>의 결론은 이랬다. "(조 장관 관련) 기사 수가 고정이 된 것이 아니라 들쭉날쭉한 것." <뉴스룸>은 "시간으로 이슈가 되는 키워드의 경우에는 검색 원리가 따로 있다, 이 검색 결과로 기사 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네이버 측의 설명을 곁들였다.

11일 <기자협회보>가 출고한 <조국 지명일부터 한 달 간 지면·메인뉴스 관련기사 2893개>란 기사 역시 같은 내용, 같은 결론이었다. 기자협회보는 "네이버에선 검색 조건에 따라 기사 수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데다 동일한 조건으로 기사를 검색해도 일관된 숫자가 나오지 않아 이를 기준으로 기사량을 분석하는 것은 한계"라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활용하면 보다 정확한 기사량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뉴스룸> 역시 이 '빅카인즈'를 활용했지만, "네이버 검색 결과가 들쭉날쭉이긴 해도 빅카인즈 수치하고는 또 너무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닙니까?"란 질문에 봉착해 버렸다. <뉴스룸>은 국내 54개 주요 언론사 기사를 공급하는 '빅카인즈'의 동기간 조 장관 보도량은 2만 5275건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에 JTBC 같은 종합편성채널이나 연합뉴스 같은 통신사는 빠져 있었다. <뉴스룸>이 빠진 주요 언론사 보도량을 일일이 다시 확인했더니, "총 3만 6162건"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네이버와 빅카인즈의 모집단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 동일하게 설정한 후 검색한 기사량은 "네이버에서 2만 8296건, 빅 카인즈에서 2만 5229건"이었다. 그것도 네이버는 개별 언론사의 기사 검색량을 따로 더한 수치였다.

이쯤 되면 눈치 챘을 것이다. 왜 <뉴스룸>의 이러한 '팩트 체크' 과정을 구구절절이 확인했는지를. 결론은 앞서 <뉴스룸>이 언급한 대로 "결국 보도의 질"과 "정확성"이고 "결국 가짜뉴스를 내지 말라는 목소리"일 터. 결국 지난 한 달 간 조국 장관 관련 기사의 수치가 "110만 건"이란 주장은 정확히 확인할 수도, 검증되기도 힘든 수치라 할 수 있다.

맞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전체 기사량을 수치로 정확히 확인할 순 없지만 언론과 방송 보도량이 눈에 띄게 많았고, 정책 검증은 실종됐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내놓은 신문의 조국 관련 지면와 지상파 3사와 종편4사의 저녁종합뉴스 보도 모니터링이 이를 증명한다(관련 기사 : 
"조국 딸 자료가 인터넷에서..." 방송이 어쩌다 이 지경 됐나정책 검증 기사는 2%... 참 노골적이었던 조중동의 '조국 보도')

이렇듯, '한 달 간 118만 건'이란 주장 안에 담긴 메시지만큼은 명확할 것이다. <뉴스룸>이 결론에서 언급한 '보도의 질과 정확성', 그리고 가짜뉴스라 일컬어지는 부정확한 의혹 보도나 단편적인 의혹 부풀리기 보도에 대한 비판 말이다. 앞서 소개한 <기자협회보>는 이를 이렇게 요약했다.

"조 장관 논란이 이어진 한 달간 유의미한 의혹을 제기한 몇몇 언론은 국민들의 공분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언론사 간 취재 경쟁이 심해지면서 △단독 남발 △어뷰징 △선정적 기사 등 고질적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맥락은 삭제되고 지금 확인된 단편적 사실 몇 가지만 나열한 기사나, 조 장관이 기자간담회서 밝혔듯 늦은 밤 남기자 두 명이 딸 집 문을 두드리는 등 과도한 취재 열기는 비판 대상으로 올라 언론 불신의 기반이 됐다."

<뉴스룸> 자처한 오해, 의도일까, 실수일까

그렇다면, 조국 장관 임명과 함께 그러한 단편적인 의혹을 나열하는 보도는 끝이 난 걸까.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의 <檢 '끝까지' 가나…동생 전처 등 자택 압수수색>을 보자. 조국 장관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종합한 보도다. 그 중에서 지난달 25일 필리핀에 머물던 조국 장관 5촌 조카 조아무개씨와 웰스씨앤티 최아무개 대표의 통화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녹취내용을 보면, 조모씨가 지난 8월 25일 해외에서 최모 대표에게 전화해서, '정말 조후보자가 같이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금흐름을 다르게 말해 달라'라고 부탁했다는 겁니다. 또, '2차전지 회사인 IFM에 투자가 들어갔다고 하면, 전부다 이해충돌 문제가 생긴다,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웰스씨앤티 최 대표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조국 선생때문에 왜 이 낭패를 당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하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결국 이 녹취록은 해외도피 중인 조 장관 5촌 조카가 모든 의혹의 중심이고, 주도적으로 말맞추기를 요구해왔다는 취지입니다. 검찰은 일단 이 녹취록을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습니다."


다음 날인 11일 최 대표는 변호사를 통해 "조국 장관을 몰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사모펀드 관련 의혹의 중심이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아무개씨로 모아지고 있다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뉴스룸>의 뉘앙스는 사뭇 달랐다. 우선 최 대표의 "조국 선생을 몰랐다"는 말이 빠져 있다. <뉴스룸>은 녹취 내용을 요약한 뒤 리포트를 이렇게 이어갔다.

"하지만 조씨가 청문회를 앞두고 최 대표와 말을 맞춘 정황도 있습니다. 조씨는 '조 후보자 측은 어떻게 얘길 할 거냐면, 내가 그 업체에서 돈을 썼는지, 빌렸는지, 대여했는지 어떻게 아냐, 모른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조국 장관은 청문회에서 조카와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조카는 후보자 측과 접촉한 정황이 나온 것입니다. 검찰은 이런 전화 녹취록을 확보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게 어떻게 다르냐고? <뉴스룸>은 지난 2일 조 후보자가 연 기자회견 당시 "그게 이른바 블라인드 펀드라고 합니다. 저는 이 블라인드 펀드라는 말 자체를 이번에 알았는데…"라는 조 장관의 말을 인용한 뒤, 위 리포트를 이어갔다.

풀어보자. 즉, 펀드와의 연관을 전면 부인한 조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로 <뉴스룸>은 "조 후보자 측은 어떻게 얘기할 거냐면"이란 조씨의 추정을 언급한 뒤, "조카는 후보자 측과 접촉한 정황이 나온 것"이라고 단정한 것이다. 그 짤막한 '워딩'이 과연 '접촉한 정황'이라 단언할 구체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까?

더욱이 JTBC는 MBC나 여타 언론과 달리 최 대표의 "조국 선생을 몰랐다"는 워딩을 빠뜨렸다. 이 말은 MBC의 언급대로, 조씨가 의혹의 중심인지 아닌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는지, 또 전체 의혹 중 조씨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가늠케 하는 주요 증언이라 할 수 있다.

기자간담회 당시 조 장관이 "블라인드 펀드를 이번에 알았다"고 한 '워딩'마저 리포트에 포함시킨 <뉴스룸>이 "조국 선생을 몰랐다"는 최 대표의 녹취 내용은 왜 빼 먹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이날 오후 다수 언론이 보도한 이 내용을 빠뜨린 것이, 의도였는지 실수였는지 말이다. 이렇게 '오해'를 살만한 장면은 또 있었다.

<뉴스룸>과 손석희 앵커의 '여론전' 표현은 적절했나
 
 지난 9일 방송된 <뉴스룸>의 한 장면

지난 9일 방송된 <뉴스룸>의 한 장면 ⓒ JTBC


"조국 장관이 임명된 오늘(9일),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열었습니다. 여기에 글을 올리면서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에 나선 것인데요.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직접 여론전에 뛰어드는 것은, 이것이 적절하느냐 하는 지적도 물론 나오고는 있습니다."

전날인 9일 <뉴스룸> 손석희 앵커가 <'조국 부인' 정경심, 페이스북 글… 의혹들 적극 해명>이란 기사를 전하며 내놓은 멘트다. 같은 날 정경심 교수가 페이스북에 내놓은 해명을 짧게 전한 리포트였다.

"정치권에서는 정 교수의 페이스북 해명에 대해 '방어권 행사 차원'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 부인이 직접 여론전에 나서는 건 수사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법무장관은 오늘 조 장관이 취임식에서 밝혔듯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권' 반응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도 표현이지만, <뉴스룸>은 보수야당의 주장이라 추정되는 '수사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을 전한 뒤, "법무장관은 오늘 조 장관이 취임식에서 밝혔듯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로 리포트를 마무리했다. 마치 검찰 인사권을 가진 조 장관이 배우자인 정 교수 수사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과연 과민 반응일까. 이날 KBS 최경영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손석희 앵커의 해당 멘트를 언급하며 "이런 게 전형적인 통념을 바탕으로 한 왜곡된 비판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며 아래와 같이 꼬집었다.

"논리는 또 얼마나 괴상망측한가? 바꿔 말해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해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인데. 그럼 국가로부터 기소당한 개인의 반론권은 어디에다가 실으라는 말인가?"

다시 <뉴스룸> '팩트체크'로 돌아가 보자. <뉴스룸>이 조국 장관 후보자 임명 직후 내놓은 팩트체크는 <후보자 딸 '생기부 유출'…공익이라 괜찮다?>, <나경원 "법대로 청문회 열자"…발언 따져보니>, <조국 딸 '논문 철회·대입 취소' 가능성 있나?> 세 건이 전부였다. 평소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벌여온 '팩트체크'였다면,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의혹 중 소셜 미디어나 여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반박됐던 의혹들은 충분히 검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것조차, 의도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제쳐두고 '조국 의혹 보도'에 열을 올렸던 <뉴스룸>이 과연 이제 와서 '네이버 기사 117만 건'이란 주장을 검증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쏟아지는 반론과 비판에 대해 스스로가 아닌 '오락가락'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 탓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조국 뉴스룸 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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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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