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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서울 용산구 효창원에서는 동암 차리석 선생의 74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9일 서울 용산구 효창원에서는 동암 차리석 선생의 74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아들 차영조가 아버지 차리석의 묘를 바라보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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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때 돌아가셔서 다행이다."

1944년 중국 충칭에서 태어난 차영조씨는 '아버지가 보고 싶지 않느냐'라는 물음에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다행이지. 다행이야"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유를 물으니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보탰다.

"해방된 뒤 조국으로 돌아와 계속 살아계셨다면 모진 수모를 당했을 거야. 차라리 그때 아버지가 충칭에서 눈을 감으신 게 다행이야. 다시 생각해도 독립된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신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76세 아들 차영조는 그의 아버지 동암 차리석 선생 서거 74주기를 맞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효창원) 내 임시정부 요인 묘역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위와 같이 말했다.
  
 1945년 9월 12일, 중국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에서 열린 차리석 선생 장례식 사진. 앞줄 가운데 아기를 안고 있는 이가 부인 홍매영 여사이고 품에 안긴 아기가 바로 차영조씨다.
 1945년 9월 12일, 중국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에서 열린 차리석 선생 장례식 사진. 앞줄 가운데 아기를 안고 있는 이가 부인 홍매영 여사이고 품에 안긴 아기가 바로 차영조씨다.
ⓒ 독립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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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암 차리석 선생의 아들로 광복 한해 전인 1944년 중국 충칭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과 비서장을 역임한 동암 차리석 선생으로, 백범 김구는 차영조가 태어나자 "나이 든 동암에게 아들이 생긴 것은 하늘의 축복"이라면서 직접 '천복(天福)'이란 아명을 지어주었다.

하지만 차리석 선생은 해방의 감동이 채 식기도 전인 45년 9월 9일 중국 충칭에서 순국한다. 환국 준비를 진두지휘하는 과정에서 과로로 쓰러진 뒤 더 이상 일어나질 못했다. 아들 영조는 2살에 불과했다. 이후 차영조는 본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라는 통념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어머니 홍매영 지사는 아들 영조에게 아버지의 성인 차(車)씨를 버리고 위아래 획 두 개를 뺀 신(申)씨로 살아가게 했다. 해방 정국에서 몽양 여운형을 비롯해 목숨 걸고 독립운동 한 지사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를 당해 사망하는 등 신변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영조에게 '천복'이라는 이름을 준 백범 김구 역시 해방된 조국에서 통일을 꿈꾸다 1949년 6월 26일 경교장에서 육군 소위 안두희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한마디로 독립운동 세력들과 후손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제자리 찾아가는 효창원"
  
홍매영 지사와 남편 차리석 지사  왼쪽이 이번에 포장증을 받은 홍매영 지사, 오른쪽은 남편 차리석 지사.
▲ 홍매영 지사와 남편 차리석 지사 왼쪽이 차영조 선생의 어머니 홍매영 지사, 오른쪽은 아버지 차리석 지사.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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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차리석 선생의 기일을 맞아 이날 추모식에는 여러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시민들 20여 명이 모였다. 차씨는 "오늘은 제 선친의 서거일이지만 아버지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면서 "함께 이곳 임정요인 묘역에 잠든 이동녕 선생과 조성환 선생을 기리기 위해 모인 자리다"라고 강조했다. 

"1945년 11월 23일 백범이 고국에 돌아온 뒤, 1948년 어머니 곽낙원 여사와 큰아들 김인을 수습했다. 이동녕 선생과 차리석 선생의 유해도 수습해 모시고 왔다. 그리고 두 분을 안장한 곳이 바로 이곳 효창원이다. 만약 그때 백범이 유해를 모셔오지 않았다면 아마 안중근 의사 유해처럼 찾지 못했을 것이다. 광복 후에도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정권을 수십 년 동안 이어갔다. 그때 모셔와 천만다행이다."

차씨는 이어 "지난 70년 동안 선열들의 명예가 회복될 줄 알았는데 해마다 더 짓밟혀 왔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올바른 정부가 들어서게 해달라'라고 기도했다. 그게 안 돼 '죄송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차씨가 말한 '제자리'는 효창원의 성역화 작업이다. 지난해 12월 11일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효창공원을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효창공원은 김구 주석과 이동녕 주석, 차리석 비서장, 조성환 군무부장,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의사 등 애국지사들이 잠들어 있는 묘역으로 국립시설이 아닌 탓에 용산구청이 지금까지 '근린공원시설'로 관리해왔다.

이 때문에 지사들의 묘역 정면에는 이승만 정권이 세운 '효창운동장'이, 김구 선생과 삼의사 묘 머리에는 박정희 정권이 세운 '북한반공투사위령탑' 등이 세워져 있다. 문재인 정부는 '효창공원을 현충원 같은 국립묘지 수준으로 관리한다'라고 밝힌 것이다.

"이영훈은 아버지 명예를 훼손했다"
  
 9일 서울 용산구 효창원에서는 동암 차리석 선생의 74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9일 서울 용산구 효창원에서는 동암 차리석 선생의 74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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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모식을 마친 뒤 차씨에게 조심스럽게 "차리석 선생의 외증손이라고 주장한 이영훈씨가 연락이 왔냐"라고 물었다. 차씨는 단호한 목소리로 "전혀 없다"라면서 "그는 동암 선생의 명예를 훼손했다. 설사 외증손자가 사실이라 해도 그렇게 행동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일갈했다.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씨는 지난달 6일 유튜브 채널 이승만TV에 출연해 "평생 비정치적으로 연구실을 지켜 온 사람을 두고 부역·매국·친일파라고 매도했다"면서 "나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내무부 장관으로 김구 선생과 함께 임시정부를 사실상 끝까지 지켜온 차리석 선생은 저의 외증조부가 된다"라고 주장해 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이씨는 차리석 선생의 직계 후손이 아닌 차리석 선생의 큰형 차원석씨의 후손으로, 지난 70여 년 동안 성씨까지 바꿔가며 살아온 차리석 선생의 아들 차영조씨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이씨가 대표 저자로 참여한 <반일 종족주의>는 '위안부와 같은 일제 반인권 만행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왜곡된 내용을 담고 있어 크게 논란이 된 책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 힘입어 8월 한 달 내내 서점가를 휩쓸며 베스트셀러 순위 정상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차씨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부터 군사독재정권까지, 유일하게 성공한 정책이 우민화 정책"이라면서 "왜곡된 사실을 맞다고 주장하는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친일청산은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다시 48년 광복절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며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차씨는 "일제 침략 35년, 70년이 지나도록 친일청산이 안 되는 이유는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친일청산 때문"이라며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려면 최소한 '친일청산'의 기치를 내세운 정부가 20년은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의 기틀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9일 서울 용산구 효창원에서는 동암 차리석 선생의 74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9일 서울 용산구 효창원에서는 동암 차리석 선생의 74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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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차리석 선생 추도식에서는 독립운동가 그라피티 아티스트 레오다브(본명 최성욱)가 동암 차리석 선생의 초상화를 그려 기증했다. 레오다브는 "(이영훈씨 논란으로) 안 좋은 일도 발생한 차영조 선생님께 아버님 차리석 선생님을 그려 직접 드리고 싶었다"라면서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었고 개인적으로 드리게 돼 영광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년들이 우리의 역사를 더 자랑스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레오다브는 지난 4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등 광화문 주요건물에 김구와 안창호, 유관순, 김규식, 안중근, 여운형, 차리석 등 지사들의 모습을 그려 대형 현수막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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