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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는 못했지만 나만의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성실히 살아가는 낙관주의자입니다. 불안하지만 계속 나아가는 X세대 중년 아재의 좌충우돌 일상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야구는 3루에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다.
 야구는 3루에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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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n with a sliver spoon in one's mouth(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다).'

과거 유럽의 부유층들이 부의 상징으로 은 식기를 주로 사용하기도 했고, 갓 태어난 아이들에게 12사제 은수저를 선물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영어표현이다.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은수저가 아닌 금수저가 부의 상징이 됐다.

금수저를 들고 태어난 사람에게는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다. 인생을 야구에 비유한다면, 우리가 타석에 막 들어섰을 때 그들은 이미 3루 베이스에서 홈 쇄도를 준비하고 있는 격이다.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재벌 후손들의 마약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아버지가 살아 생전 좋아하셨던 야구가 떠오른다. 그들은 홈을 눈앞에 둔 3루에서 어이없게도 견제사를 당하고 만 것이다. 그들은 마약이란 무덤의 문을 왜 스스로 열었을까? 부모가 가진 막대한 부로 인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범상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그들도 어쩌면 조금 느리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많은 돈은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재벌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부모의 유산을 두고 다투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즐거워야 할 한가위에 가족 간에 육두문자가 오가고, 부모님의 장례식 후 자식들이 법정에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기도 한다.

나는 군 제대 후부터 대학 등록금을 비롯해 대부분의 생활비를 스스로 벌었다. 돈이 부족해서 힘겨울 때도 있었지만, 1루를 지나 2루로 달리기 위해 돈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더불어 3루를 지나 홈으로 가기 위해서는 돈보다 중요한 가치도 있음을 배우게 되었다.

몇 해 전,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나니 어머니와 은행에 갔다. 은행 직원이 난감해하며 말을 이어갔다.

"아버지의 은행 잔고 인출을 위해서는 동생 두 분도 같이 오셔야 하는데, 이 정도 금액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제가 그냥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90만 원을 남기고 떠나셨다. 어머니는 즉석에서 재산분배를 결정했다.

"아들 둘, 딸 하나니까 사이좋게 30만 원씩 주면 되겠구나."
"엄마까지 사등분 해야죠."
"나는 집을 차지했잖니."


엄마와 나는 아버지의 장례식 후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아버지는 9억 원이 아니라 90만 원이라는 돈을 남김으로써 혹시라도 있을 가족 간의 분쟁을 미연에 방지 하셨다.

둘째, 나는 3루에서 견제사를 당할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그렇게 아버지는 자식에게 넘치는 재산도, 단 한 푼의 부채도 남기지 않고 떠나셨다.

내가 중년인데도 여전히 꿈을 꿀 수 있는 이유는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부도 따라왔으면 한다. 나는 법정 스님이 아니다. 내가 이루어낸 부는 정당하게 누리고 가치 있게 쓰고 싶다.

야구는 3루에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3루에 한 번에 도달한 주자보다, 자신의 1루타에 이은 부모님의 희생번트와 주변 사람들의 희생플라이로 3루에 도달하는 주자가 홈인에 대한 의지가 더 크지 않을까? 또한 팀 플레이라는 측면에서도 더 가치가 있을 것이다.

야구도 인생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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