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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2세의 남성이 병원에 입원해있던 15살 여중생 A양을 꾀어 수차례 성폭행 후, 가출을 유도해 출산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2014년 11월 대법원은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 남성에게 "죄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성관계 동의가 있었고 서로 연인 사이였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  

판결의 근거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래 아청법)에 적시된 규정이다. 현행 아청법은 형법상의 '동의 연령(age of consent)' 기준에 따라 13세 이상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에게 성매매 가담 여부를 묻는다. 만일 범죄 가담자로 분류될 경우, 피의자는 감형을 받거나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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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가인권위원회는(위원장 최영애) 성명을 통해 "'대상 아동・청소년'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개정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아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처리를 바란다"며 "실제로 미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성인에 의해 성매매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아청법은 13세이상 19세 이하의 아동,청소년이 법에 저촉됐을 경우, '피해 아동·청소년'과 '대상 아동·청소년' 두 가지로 구분한다. 피해아동으로 분류될 경우 국가의 보호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성매매에 '자발적'으로 가담됐다고 판단될 경우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분류돼 보호처분을 받는다. 후자의 경우, 절도·폭력 등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나 성폭력 가해 청소년과 같은 유형의 처벌을 받는다. 보호관찰부터 감호위탁, 소년원 송치 등,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우리는 위 법률 개정안에 대해 2017년 7월, 성매매 범죄의 상대방이 된 아동・청소년을 '대상 아동・청소년'에서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개정해 이들이 성매매 범죄의 피해자임을 분명히 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청법 내의 보호처분 조항) 때문에 피해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성매매 피해사실을 외부에 알려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우며, 또한 성구매자나 알선자들이 이런 점을 악용하여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청법 개정과 관련해 법무부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인권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당 법률의 개정안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며 "법무부는 해당 법률의 개정 취지에는 동의하나, 자발적・상습적 성매매 아동・청소년에 대한 적절한 대책의 마련이 필요하며, 모든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로 해당 법률의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간담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최고위원(오른쪽세번째)이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간담회를 공동주최한 바른미래당 김삼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남인순, 표창원 의원. 2019.6.4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간담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최고위원(오른쪽세번째)이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간담회를 공동주최한 바른미래당 김삼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남인순, 표창원 의원. 2019.6.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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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법 개정안은 지난 2016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017년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통과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상정됐지만,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제 2소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뒤 현재까지 계류중에 있다.

법무부 내에서 해당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법사위측 설명이다 앞서 지난 6월 4일, 이경화 법무부 간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법무부도 이 내용과 관련해 부처 간 협의 중에 있다"며 "여성가족부(아래 여가부) 측에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을 말해놓은 상태다. 그에 대한 검토 의견을 기다리며 최종 입장을 조율중인 상태다"고 답한 바 있다.

이어 인권위는 지난 7월 16일에 시행된 아청법 제 8조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도 내비췄다. 아청법 제 8조에 추가된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 추행을 할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아동이 궁박한 상태였음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16세 이상 아동의 경우는 여전히 피해자가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아동・청소년에 대해서는 자발성이나 동의여부 등에 상관없이, 이 법상 모든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연령 제한 없이 피해자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된 내용에 대한 시민사회 단체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앞서 십대여성인권센터 등 364개 아동·여성 시민단체들이 함께한 아청법개정공대위는 '대상 아동 청소년' 개념의 삭제, 이들에 대한 보호처분 삭제, 피해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통합지원센터 설치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개선안에는 해당 요구사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국회가 전향적인 태도로 아청법상 '대상 아동・청소년'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며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성숙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모든 아동・청소년의 성매매는 성인과는 다른 맥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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