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물론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최고의 축구 축제 월드컵에서도 이름을 날리던 독일이 또 한 번 주저앉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에게 0-2로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것이 약 13개월 전 일이니 그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듯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유럽 라이벌 네덜란드에게 4골이나 내주며, 그것도 안방에서 완패한 것이다.

로날드 쿠만 감독이 이끌고 있는 네덜란드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7일(토) 오전 3시 45분 함부르크에 있는 폴프스파르크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UEFA EURO 2020(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예선 C조 독일과의 어웨이 게임에서 후반전에만 4골을 몰아넣으며 4-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순위표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독일, 초반은 나쁘지 않았지만...

지난 3월 25일 암스테르담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어웨이 게임에서 3-2 펠레 스코어 승리를 거두고 부활의 기운을 맘껏 자랑한 독일이 이 게임 초반에도 그 기세를 이어받았다.

게임 시작 후 9분 만에 공격수 세어주 그나브리가 동료 미드필더 루카스 클로스터만의 슛이 네덜란드 골키퍼 실러선의 선방에 막혀 흘러나온 것을 침착하게 오른발로 방향을 바꿔 차 넣어 1-0으로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점수판이 전반전 끝날 때까지 바뀌지 않았으니 후반전 밸런스를 잃지 않는다면 독일의 EURO 2020 본선 진출은 순탄할 것으로 보였다.

아무리 네덜란드의 축구 시대는 요한 크루이프, 마르코 반 바스텐, 데니스 베르캄프 이후 저물었다고 하지만 독일이 그들을 얕볼 입장은 아니었다. 후반전 네덜란드의 압박 축구와 역습 속도, 그리고 효율성은 독일보다 한 수 위라고 말할 수 있었다.

59분에 라이언 바벨의 도움을 받아 프렝키 데 용이 오른발로 동점골을 터뜨린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66분에 얻은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독일 선수들이 위험 지역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을 밀어내지 못한 틈을 타 독일 수비수 조나탄 타의 자책골까지 얻어냈으니 독일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보였다. 

진보한 토털 사커, 네덜란드의 효율성 높은 역습

점수판이 뒤집히고 5분이 지나서 독일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네덜란드 수비수 데 리흐트의 핸드 볼 반칙 덕분이었다. 이 기회를 독일의 베테랑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가 놓칠 리 없었다.

하지만 독일은 딱 거기까지였다. 네덜란드가 비교적 높은 위치부터 압박 전술로 효율성 높은 역습 축구를 펼치는 것을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탈압박, 효율성 높은 빌드 업과 역습'이 현대 축구의 중요한 흐름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듯했다.

네덜란드는 두 번째 실점 후 6분 만에 과감한 압박 전술을 펼쳐 왼쪽 측면에서 뻗어나간 효율성 높은 역습으로 귀중한 결승골을 뽑아냈다. 죠르지뇨 베이날둠의 짧은 크로스를 받아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스무 살 공격수 돈옐 마렌(PSV 에인트호번)이 침착한 오른발 발리 슛을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 독일의 베테랑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도 손을 쓸 수 없는 완벽한 골이었다.

과거보다 훨씬 세련된 토털 사커 옷으로 갈아입은 네덜란드는 후반전 추가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더 멋지고 효율성 높은 역습으로 독일을 완전히 주저앉혔다. 허둥대는 독일 수비수들을 바라보며 멤피스 데파이가 선택한 것은 무리한 슛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매끄럽게 뻗어나가는 왼발 얼리 크로스였다. 

자신에게 빠르고 정확한 역습 전진 패스를 찔러준 죠르지뇨 베이날둠이 자신을 믿고 새 공간을 만들며 달려드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본 것이었다. 데파이의 이 멋진 패스를 받은 죠르지뇨 베이날둠은 오른발 슛을 확실하게 굴려넣었다. 수많은 홈팬들 앞에서 마지막 기대를 모으고 있던 독일 선수들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쐐기골이었다.

독일은 2분 뒤에 선취골 주인공 그나브리가 기막힌 라인 브레이킹 실력을 뽐내며 오른발 터닝 발리 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오른쪽 기둥을 살짝 스치고 나가는 바람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두 팀은 오는 10일 나란히 어웨이 게임을 치르는데 벨파스트에 있는 윈저 파크로 들어가야 하는 독일이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홈 팀 북아일랜드가 현재 4승으로 1위를 내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네덜란드는 4패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에스토니아를 상대하기 위해 탈린에 있는 르꼬끄 아레나에 들어간다. 이 게임들이 끝나고 어쩌면 독일과 네덜란드의 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독일로서는 EURO 2020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가 없다.

EURO 2020 예선 C조 결과(7일 오전 3시 45분, 폴프스파르크 슈타디온-함부르크)

독일 2-4 네덜란드 [득점 : 세어주 그나브리(9분), 토니 크로스(분,PK) / 프렝키 데 용(59분,도움-라이언 바벨), 조나탄 타(66분,자책골), 돈예 마렌(79분,도움-죠르지뇨 베이날둠), 죠르지뇨 베이날둠(90+1분,도움-멤피스 데파이)]

주요 기록 비교(왼쪽이 홈 팀)
점유율 : 독일 43%, 네덜란드 57%
유효 슛 : 독일 5개, 네덜란드 7
전체 슛 : 독일 11개, 네덜란드 16개
코너킥 : 독일 2개, 네덜란드 4개
오프 사이드 : 독일 2개, 네덜란드 0
패스 성공률 : 독일 88.45%(475/537), 네덜란드 89.19%(495/555)
파울 : 독일 7개, 네덜란드 10개
경고 : 독일 1장, 네덜란드 3장

◇ C조 현재 순위
북아일랜드 12점 4승 7득점 2실점 +5
독일 9점 3승 1패 15득점 6실점 +9
네덜란드 6점 2승 1패 10득점 5실점 +5
벨로루시 3점 1승 4패 3득점 10실점 -7
에스토니아 0점 4패 2득점 14실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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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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