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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과 관련 세 차례 논평을 기고합니다.[편집자말]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지난 두 차례의 논평을 통해 이번 논란의 핵심이 학벌주의임을 밝혔다. 이번 논평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논의 및 실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순수혈통을 지키기 위한 학벌 이해 집단의 집회
  
조국 사퇴 촉구 서울대 2차 촛불집회 서울대 총학생회 주최로 28일 오후 서울대 아크로광장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제2차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국 사퇴 촉구 서울대 2차 촛불집회 서울대 총학생회 주최로 28일 오후 서울대 아크로광장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제2차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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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집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집회는 논쟁을 깊숙하게 응시하고, 바람직한 해결 방향을 공유하는 지성인들의 움직임이라 보기 힘들었다.

집회란 어떤 목적이나 가치를 이루려는 뜻이 비슷한 이들이 모이는 자리인데,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해당 대학의 학생증이나 졸업증을 제시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집회의 형식 자체가 집회의 성격 - 학벌에 기반하여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의 순수한 혈통 지키기 – 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논쟁으로 비롯된 대학생들의 정치적 표현과 집단행동을 살펴보면, 대학 울타리를 넘어서는 연대를 보기 힘들며, 각각의 대학을 근거지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논쟁에서 학벌사회에 대해 분노한 주체는 학벌사회에서 갖가지 차별을 받으며, 다양한 형태로 권리에서 베재 당하고, 기회에서 소외되었던 시민들이다. 집회에 참여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면 그것은 학생증과 졸업증이 아닌 이들의 경험과 분노일 것이다.

그런데 집회가 열리는 공간, 집회에 참여할 자격이 특정 대학의 울타리 안으로 제한되는 이유는 학벌주의 밖에서 이해하기가 힘들다. 정말 흔들리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인가? 아니면 학벌서열에 근거한 특정 대학 구성원들의 허구적 지위인인가?

출발점이 무엇이었든 시민사회의 칼날은 공정한 사회와 대학개혁을 위해 휘둘러져야 한다. 학벌주의로 벌어진 논란을 결코 학벌주의에 터 잡은 대오와 구호로 해결할 수 있을 리 없다.

문제를 축소해석하려는 경향에 대해

 
인사청문회 출석하는 조국 후보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 민원실에 도착하고 있다.
▲ 인사청문회 출석하는 조국 후보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 민원실에 도착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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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조국 후보자의 임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논란거리를 주변적인 문제, 작은 문제인 듯한 태도를 취하곤 한다. 여러 가지 논란 속에서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임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학벌주의 행태에 침묵하거나 이를 두둔하는 태도는 건강하지 못하다. 검찰이 개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한국 사회의 개혁을 막는 힘으로 타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학벌주의에 찌든 입시제도, 이에 근거한 각종 차별, 연구 윤리의 붕괴 등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이 논란이 사회 개혁의 동력이 되기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학벌주의를 성찰하고, 학벌주의를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마련해야 한다.

요컨대, 대학생들의 등을 떠민 힘이 따로 있다고 말함으로써 사건의 무게를 줄이기보다 그들이 어떤 생각에 발 딛고 있는지 그 자체를 보아야 하며, 국민적 공분의 뿌리가 얼마나 많은 차별과 배제의 썩은 거름에 묻혀 자라고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입시제도의 문제가 아닌 대학서열의 문제

다른 한편에서는 이 사건, 학벌주의의 본질을 은폐하고 논쟁의 구도를 학생부종합전형과 정시의 대립으로 호도하는 경향도 발견된다. 그러나 대학서열을 철폐하지 않는 이상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꾸어도 힘을 가진 사람들은 학벌을 통해 힘을 물려 주기 위한 방법을 찾아낼 것이고, 그 방법이 어렵고 복잡할수록 소수만이 비용을 치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대학들은 학생들을 줄세우는 방법에 골몰할 것이다.

지금까지 학벌주의에 대한 대책들은 문제의 뿌리를 캐기보다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는 꼼수에 머물러왔으며, 이 때문에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확산되어 왔다. 한 때 대학 정원을 마구 늘려 학벌 서열 안으로 온 국민을 끌어들인 결과, 우후죽순 생겨난 사립대는 이제 폐교 위기로 몰리고 있다.

학벌주의를 건드리지 않고, 입시 제도를 바꾼다고 학벌사회의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다. 신분제를 폐지하지 않은 채 양반의 숫자를 늘리고, 돈을 주고 족보를 살 수 있도록 해 준다고 신분사회의 적폐가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를 개혁하는 일은 신분제를 폐지하는 것이며,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신분제는 '대학서열'이다.

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

시민 사회에서 문제의 공론화는 종합된 진실에 기초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어디까지나 후보자의 정책적 견해와 입장이 중심이어야 한다. 다만, 후보자와 그 자녀의 사례를 통해 학벌사회에 대한 분노와 문제의식이 퍼지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시민사회에서는 '대학서열 철폐'와 '평준화, 전문화된 고등교육'(공영형 사립대학,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등), 초중등 교육개혁에 대한 논의를 이야기 밥상에 성실하게 차려내고 토론해야 할 것이다.

이제 실천과 행동은 대학의 좁은 마당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광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학벌주의의 뿌리를 캐기 위한 구체적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분노한 시민들과 함께 학벌주의를 넘기 위한 싸움을 앞으로도 힘차고 성실하게 펼쳐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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